65세 이상·심혈관계 고위험군·종양 위험군에게 2차 치료제로
고령 많은 류마티스 시장 영향…JAK 주력 시장, 아토피로 이동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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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야누스 키나아제(JAK) 억제제 시장의 대형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안전성 논란에 의한 허가사항 변경이 국내에서도 이뤄질 예정이기 때문이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65세 이상이거나 심혈관계 고위험군, 악성종양 위험 등이 있는 환자에게 JAK 억제제의 1차 치료제 사용을 제한하는 허가사항 변경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허가사항이 변경되면 해당 환자군은 기존 치료제로 효과가 불충분한 경우에만 JAK 억제제를 사용할 수 있다.

JAK 억제제는 류마티스관절염을 시작으로 건선성관절염, 궤양성대장염, 아토피피부염, 강직성척추염 등 다양한 면역질환으로 영역을 넓혀왔다.

특히 경구제라는 장점으로 1차 치료제로서 휴미라(성분명 아달리무맙)로 대표되는 종양괴사인자(TNF) 억제제를 빠르게 대체하고 있다.

≫ 시판 후 조사서 심혈관계 위험 확인된 JAK 억제제…65세 이상서 2차 치료제로

문제는 2019년 발생했다. 화이자가 진행한 시판 후 안전성 조사인 ORAL Surveillance 연구 과정에서 TNF-α 억제제 대비 혈전 발생이 높게 나타난 것.

해당 연구는 한 가지 이상의 심혈관계 질환 위험요인을 갖고 있는 50세 이상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4,362명을 대상으로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과 TNF 억제제의 안전성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최종 결과에서 젤잔즈군은 악성종양 발생은 1,000인년 당 11.3명 발생으로 TNF 억제제의 7.7명에 비해 높았다. 악성종양이 발생할 위험이 48% 증가한 것.

주요 심혈관계 질환(MACE) 발생 또한 1,000인년 당 9.8명으로 TNF 억제제의 7.3명 대비 많았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MACE 발생 위험이 TNF 억제제 대비 33%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지난해 12월 젤잔즈 등 JAK 억제제의 허가사항을 변경했다. 류마티스관절염에서 JAK 억제제를 TNF 억제제 이후 사용하는 2차 치료제로 격하한 것.

식약처가 허가사항 변경을 추진하는 것도 이 같은 ORAL Surveillance 연구에 대한 검토 결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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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의 계획대로 허가사항이 변경된다면 국내 JAK 억제제 시장에는 어떤 영향이 있을까.

현재 국내 시장에 나와 있는 JAK 억제제는 젤잔즈를 필두로 일라이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화이자의 시빈코(성분명 아브로시티닙), 에자이의 지셀레카(성분명 필고티닙) 등 5종이다.

가장 큰 타격이 예상되는 제품은 젤잔즈다. 젤잔즈는 의약품시장조사 업체 유비스트 기준으로 지난해 151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이는 2020년 대비 2.8% 성장한 규모다.

젤잔즈가 갖고 있는 적응증은 류마티스관절염, 건선성관절염, 궤양성대장염 등 3가지지만, 대부분의 매출은 류마티스관절염에서 나온다.

문제는 류마티스관절염 환자들이 대부분 이번 식약처가 추진하는 JAK 억제제 사용제한 대상 환자군이라는 점이다. 류마티스관절염은 고령층에서 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기존 치료제인 TNF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효과가 불충분한 경우로 사용이 제한된다면 젤잔즈의 매출 급락은 자연스러운 수순이 된다.

올루미언트 또한 류마티스관절염이 주력 매출원이다. 다만 올루미언트의 타격은 젤잔즈에 비하면 양호하다. 이번 허가사항 변경에 영향이 적은 적응증을 확보해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올루미언트는 지난해 92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50% 이상 성장했다. 이 매출 성장에는 아토피피부염에서의 성과가 있다.

올루미언트는 지난해 1~4월 월평균 원외처방액이 6억 원 수준이었다. 그런데 6월 이후 월평균 원외처방액이 9억 원대까지 증가한다. 5월에 아토피피부염 적응증을 획득한 것이 기점이 된 것.

아토피피부염의 경우 젊은 환자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이번 허가사항 변경에서 비교적 자유로울 수 있다. 게다가 지난 5월부터는 국민건강보험까지 적용되며 사용량이 대폭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FDA가 허가한 원형탈모 적응증도 기대를 모은다. 원형탈모 또한 65세 미만의 환자가 대부분일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린버크 또한 아토피피부염을 주력 적응증으로 내세우고 있어 이번 허가사항 변경에 대한 타격이 적다. 지난해 2월 류마티스관절염 적응증으로 출시됐지만, 같은 해 10월 허가된 아토피피부염에 대한 기대가 크다.

기존에 사용돼 온 사노피의 듀피젠트(성분명 두필루맙)와의 직접 비교 임상에서 우월성을 입증한 유일한 JAK 억제제이기 때문에 아토피피부염 시장에서 점유율 확보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결국 허가사항의 직접적인 타격은 류마티스관절염에서 100억 원대 매출을 올리고 있는 젤잔즈가 가장 클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화이자도 자사의 또 다른 JAK 억제제인 시빈코로 만회할 가능성이 있다.

시빈코가 지난해 11월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허가받으면서 시장에 나와있기 때문이다. 다만 지난 5월 올루미언트와 린버크의 보험급여 적용에서 시빈코는 빠져 있다.

적응증 확대가 아닌 신약이라 급여 신청이 늦었기 때문이다. 이변이 없다면 시빈코의 급여 적용도 수개월 내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JAK 억제제 업계 관계자는 “아직 허가사항이 변경된 것은 아니지만, 고령층이 많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JAK 억제제 처방의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타격이 있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며 “허가사항 변경에 따른 스위칭이 위험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고려됐으면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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