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한의약육성법 폐기 공식 입장…정부・국회에 의견 전달
한의계, "한의약육성법 넘어 독립한의약법 제정 필요" 맞불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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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대한의사협회가 바람 잘 날이 없다. 지난해 연말부터 이어진 간호단독법 제정 저지부터 최근 벌어진 용인 의사 피습 사건까지 이를 수습하느라 정신이 없는 가운데 이제 한의계와 대립까지 하게 됐다. 한의계가 독립한의약법 제정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선 것이다.

23일 한의계에 따르면 한의계는 한의약을 독자 영역으로 구분하는 독립한의약법 제정을 촉구하고 나섰다.

한의계의 이 같은 주장은 최근 대한의사협회가 국회에 한의약육성법 폐기를 요구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의료계와 한의계가 갈등을 빚게 된 계기는 지난달 18일 국민의힘 이종배 의원이 발의한 한의약육성법 개정안이다.

이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가 한의약육성 계획 추진 실적과 평가결과를 제출하면 보건복지부가 이를 한의약육성발전심의위원회에 상정하도록 했다. 지자체의 한의약육성 지역계획 수립 및 시행 책임을 강화하기 위해 발의됐다.

이에 대해 의사협회는 한의약육성법 폐기를 요구했다. 한의학의 표준화나 과학화를 위해 제정된 지 20년이 지났지만 그 어떤 성과도 내지 못한 채 건강보험재정만 고갈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의사협회는 “전통의학의 표준화, 과학화를 이유로 한의학을 지원하고 육성하기 위해 한의약 육성 종합계획 추진 등 막대한 예산을 편성해 한방 지원을 계속해서 시행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결과물이 없다”며 “한방난임치료, 한방치매치료, 한방우울증치료 등 국민들을 대상으로 위험한 실험을 권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의약육성법의 개정이 아니라 법 자체를 폐기하고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발전을 위한 정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관련 예산을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고 주장했다.

의사협회는 이 같은 내용을 보건복지부와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의사협회의 주장에 대한한의사협회는 한의약육성법은 한의약 표준화 및 과학화에서 가시적인 성과들을 내고 있다고 반박하며 오히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독립 한의약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맞불을 놨다.

한의협은 한의약육성법에 따라 설립돼 한의약육성을 위한 기반조성과 한의약 기술 개발 및 산업진흥을 통해 국민건강증진 및 국가경제 발전에 기여하고 있는 한국한의약진흥원이 가시적인 성과의 대표적인 예라고 설명했다.

한의협은 “한의약육성법의 성과를 시비하며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면서 “오히려 지금까지 한의약 발전을 가로막고 악의적으로 폄훼함으로써 보다 큰 성과를 내지 못하도록 몽니를 부리고 있는 양의계는 깊은 반성과 함께 진솔한 사죄를 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양의계가 마치 한의약에 많은 재정이 투입되는 냥 건강보험재정의 고갈을 들먹이는 행태 역시 무지의 소치”라며 “2021년 기준, 전체 건강보험 중 한의 진료비가 차지하는 점유율이 3.3%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논외로 하더라도 한의약육성법의 시행과 관련한 예산에 건강보험재정이 투입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건강보험재정 고갈을 운운하며 폐기를 주장하는 것은 국민과 언론을 기만하는 전형적인 묻지마식 반대”라고 꼬집었다.

오히려 한의약 육성과 저변 확대가 급속한 초고령화와 경직된 의료제도로 고갈되고 있는 건강보험재정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의협은 “중국의 경우를 보더라도 헌법에 중의약의 육성을 명시하고 있으며 이를 토대로 노벨상 수상이라는 쾌거를 이루어 냈다”며 “무한한 잠재력을 가진 글로벌 전통의약시장을 선점해 나아감으로써 저성장의 시대에 새로운 성장동력을 만들어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한의약의 발전은 결국 국가의 이익이며 국민의 편의성 증대와 직결된다. 우리는 의료인인 동시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공동체의 안녕과 번영을 위해 직분을 가지고 그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며 “의협은 부디 철밥통을 악착같이 지키기 위해 국민을 볼모로 삼았다는 불명예스러운 낙인이 찍히지 않도록 자성하기 바란다”고 충고했다.

그러면서 “양의계가 한의약육성법을 운운하며 허무맹랑한 주장을 펼 수 있는 가장 큰 이유는 해당법의 총론을 탄탄한 각론이 뒷받침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한의약육성법을 제정하게 된 필요성과 올바른 취지가 더 이상 부당하게 거론되지 않고 양의계를 비롯한 모두가 바라는 성과를 내기 위해서는 ‘독립한의약법’의 제정이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한의계가 독립한의약법 제정을 주장하는 상황에서 실제 법안으로 발의될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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