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웅, 펙수클루·벨록스캡 등 4종으로 7월 급여 시장 진입
HK이노엔 케이캡, 처방경험·적응증 중심 시장 수성할 듯
대형사 경쟁,시장규모 급성장하나…콜린알포 전례 ‘주목’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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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시장이 변곡점을 맞았다. 거대 블록버스터로 성장한 HK이노엔의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에 경쟁제품이 등장한 것. 이 변곡점이 P-CAB 시장 전체 성장으로 이어질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 12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허가를 획득한 대웅제약의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가 국민건강보험에 급여 등재되며 7월부터 시장에 나왔다.

케이캡은 의약품 처방통계데이터 유비스트(UBIST) 기준으로 지난해 원외처방액 1,000억 원을 달성한 바 있다. 성장세를 감안할 때 현재 P-CAB 시장규모는 1,000억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시장에 그간 독보적인 영업력을 자랑해 온 대웅이 들어선 것. 대웅은 펙수클루의 쌍둥이제품을 대웅바이오, 한올바이오파마, 아이엔테라퓨틱스 등 자회사에서 동시 출시한다. 영업력을 집결시키는 모습이다.

≫ 대웅, 전사 영업력 ‘총동원’…1,000억 P-CAB 시장 노려

▲ 대웅제약 펙수클루 제품사진
▲ 대웅제약 펙수클루 제품사진

지난달 28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펙수클루와 위캡, 앱시토, 벨록스캡 등 쌍둥이약 3종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심의하고 통과를 결정했다.

이번 결정으로 4개 제품은 7월부터 급여 적용된다. 보험상한가는 표준용량(40mg) 기준 1일 1회 939원이다.

앞서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가 펙수클루의 대체약제 가중평균가의 90%인 939원을 제시했고 대웅이 이를 받아들였다. 1일 1회 보험상한가가 1,300원인 케이캡의 표준용량(50mg)에 비해 361원 싸다.

이 약가는 쌍둥이제품인 대웅바이오의 위캡, 한올바이오파마의 앱시토, 아이엔테라퓨틱스 벨록스캡도 동일하게 적용된다.

신약의 쌍둥이제품을 3종이나 동시에 급여 출시하는 경우는 세계적으로도 전례를 찾기 어렵다.

이는 자회사인 대웅바이오와 한올바이오파마가 개별적으로 갖고 있는 영업망까지 총동원해 P-CAB 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전략으로 분석된다. 대웅이 P-CAB 시장에 기대하고 있는 무게를 가늠할 수 있는 전략이다.

회사 측은 펙수클루 등 P-CAB 제품의 1년 매출 목표로 1,000억 원을 잡고 있다. 2019년 급여 등재돼 2년 만에 연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한 케이캡보다도 속도를 내겠다는 것.

이 목표가 달성되면 부가적인 이익도 가져갈 수 있다. 대웅바이오와 한올바이오파마의 매출 상승은 물론 신약개발 자회사인 아이엔테라퓨틱스의 실질 매출까지 발생시켜 상장에 유리한 요건을 갖출 수도 있기 때문이다.

대웅이 펙수클루와 쌍둥이약 3종에 사활을 걸어볼 만한 배경이다.

≫ 시장 선점 HK이노엔, 3년간 처방경험 무기로 수성

▲ 케이캡 제품사진
▲ 케이캡 제품사진

국내에서 위장약은 이른바 ‘깔리는’ 의약품이다. 위장 질환 뿐 아니라 타질환 치료제 처방시 함께 처방하는 경우가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이는 국내 시장만의 특성으로 의약품 과다 처방 문제를 야기한다. 하지만 제약사 입장에서는 어마어마한 규모로 형성된 시장으로 주요 매출원이 된다.

현재 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기전은 프로톤펌프억제제(PPI)와 H2수용체길항제. 이들 기전의 원외처방액은 연간 6,000억 원에 달한다.

이 굳건한 시장구조에 새바람을 불고 온 것이 HK이노엔의 케이캡이었다. 2019년 출시된 케이캡은 2년 만에 매출 1,000억 원을 달성하며 위장약 시장의 강자로 떠올랐다.

대웅의 P-CAB 시장 진출에 대해 HK이노엔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HK이노엔 관계자는 “좋은 파트너로서 장기적으로 P-CAB 기전이 PPI를 대체하는 계기가 되길 기대한다”며 “전체 P-CAB 시장을 성장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장 경쟁을 통해 위장약 시장의 세대교체를 바라고 있는 모습이다. 시장을 선점한 제품으로써 강점도 갖고 있다.

현재 케이캡의 적응증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비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위궤양 ▲소화성 궤양 및/또는 만성 위축성 위염 환자에서의 헬리코박터파일로리 제균을 위한 항생제 병용요법 등 네 가지다.

펙수클루가 미란성 위식도역류질환 적응증만을 보유한 것과 차이가 있다. 게다가 올해 초 위식도 역류질환 치료 후 유지요법 적응증까지 신청하며 확장을 노리고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처방 데이터다. 이미 3년간 축적된 처방 경험이 약가 차이를 상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선의 개원내과 전문의는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P-CAB 옵션이 늘어나고 있다는 점은 반갑다”면서도 “위장약은 장기 처방이 이뤄지지 않기 때문에 약가에 그렇게 예민하지는 않다. 처방 변경의 이유에 약가가 작용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경증질환을 1차 의료기관에서 치료받을 시 급여가 적용되면 본인부담률은 30%에 불과하다. 케이캡과 펙수클루의 보험상한가 차이가 361원이니, 1일 표준용량 본인부담 약가 차이는 108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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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CAB, PPI 대체하는 시장 전체 파이 성장 가능성…콜린 알포세레이트 전례

HK이노엔의 바람대로 P-CAB 시장에 경쟁이 형성되면서 규모 자체의 급성장이 가능할 수 있을까. 전례는 있다.

지난 2016년 뇌기능 개선제 글리아티린(성분명 콜린 알포세레이트)의 개발사인 이탈파마코는 국내 판매사를 대웅제약에서 종근당으로 교체했다.

직전 연도인 2015년 유비스트 기준으로 676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던 대형 품목이었다. 이에 최대 매출원을 빼앗긴 대웅은 자회사 대웅바이오를 통해 글리아티린 제네릭 글리아타민을 출시한다.

2015년 콜린 알포세레이트 시장 전체 규모는 1,300억 원 수준이었다. 글리아티린을 오랜 기간 판매해온 대웅과 오리지널 품목을 손에 쥔 종근당의 치열한 시장경쟁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 경쟁은 예상치 못한 결과를 낳았다. 기존 1,300억 원 시장을 나눠 가지는 결과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 회사의 자존심 대결은 콜린 알포세레이트 시장의 급성장을 이끌었다. 2018년 콜린 알포세레이트 시장은 2,000억 원대까지 급성장했고, 2020년에는 3,000억 원대까지 확대됐다.

이 과정에서 종근당의 글리아티린과 대웅바이오의 글리아타민 모두 웃었다. 글리아티린은 2020년 866억 원, 2021년 926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고, 글리아타민은 2020년 1,073억 원으로 1,000억 원을 돌파한 뒤 2021년에는 1,102억 원으로 성장했다.

결국 양사의 치열한 경쟁이 시장규모의 급성장을 견인했다고 볼 수 있다. 다만 이 같은 급성장은 정부의 기등재 의약품 재평가의 첫 타깃이 돼 향후 성장을 지속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콜린 알포세레이트 사례는 대형 영업망을 갖춘 국내사들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을 때, 시장규모의 급성장을 이뤄낼 수 있다는 예측을 가능케 했다.

P-CAB 시장에서도 콜린 알포세레이트와 같은 결과가 도출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이에 대해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약산업 구조상 대형사들이 동시에 최대 영업력을 집중한다면 그 분야의 시장규모 성장은 빠르게 이뤄질 수 있다”며 “초반에는 양측이 상호 네거티브 마케팅을 벌일 수도 있겠지만, 서로 윈-윈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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