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치료제 ‘하이페질산’, 알고보니 분말 신제품 ‘당혹’
일부 언론, 신제품을 신약으로…회사 측, “개량신약도 아니다”
일부 투자자, 신약 ‘오인’…피해는 고스란히 ‘개인의 몫’

▲ 현대약품 CI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현대약품의 주가가 지난 7월 1일 장중 상한가에 이어 이날 종가는 25% 급등을 기록했다. 그런데 이 배경에는 현대약품이 치매치료제 ‘하이페질산’을 출시했다는 소식이 결정적 이유로 작용한 것으로 분석되면서 투자자들의 유의가 요구되고 있다. 실제 이 제품은 기존 제품을 산제(파우더, 가루약) 제형을 추가해 ‘신제품’으로 출시한 것인데 일부 투자자들이 ‘신약’으로 오해했기 때문이다.

신제품과 신약은 얼핏 같은 용어로 착각하기 쉽지만, 전혀 다른 의미다.

신약은 특별한 기능의 신물질이나 기존 물질의 새 효능을 의약품으로 만들어 보건당국의 제조승인을 받은 제품을 말한다. 따라서 화학합성, 천연물 추출 등 신물질 탐색작업, 전임상(동물실험)시험, 임상시험을 거쳐 보건당국(국내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제조승인을 받은 의약품을 의미하며 신약개발 정도와 성공 여부에 따라 기업가치 증가와 주가 등락이 빈번히 일어난다.

따라서 일반적인 ‘신제품’과는 개념이 전혀 다르다. 현재까지 국산 신약은 대웅제약의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정’이 제34호 신약으로 기록됐으며 올해 업계는 35호 신약 승인을 기대하는 중이다.

현대약품이 출시한 치매치료제 ‘하이페질산’은 기존 도네페질 성분의 알약(품목명 ‘하이페질정‘)을 국내에서 제일 먼저 산제(가루약)로 개발한 신제품이다. 이들 품목은 한독의 ’아리셉트정‘을 대조약으로 의약품 동등성시험을 거쳤다. 아리셉트는 에자이 社가 개발한 도네페질 성분의 오리지널 약이다. 이는 하이페질산이 제네릭(복제약)이라는 의미다.

도네페질은 약물의 특성상 고령자가 주로 복용을 하기 때문에 정제(알약)를 삼키기 어려워하는 환자들을 위해 알약을 갈아서 가루약으로 조제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해 단순히 복약 편의성만을 높인 것이다. 따라서 성분 변화 없는 가루약으로 지난 4월 11일 하이페질산 5mg과 10mg, 2종의 품목을 승인받고 최근 출시했다.

이는 식약처 의약품통합정보시스템 검색결과에서도 신약이 아니라고 (N) 표시되어 있다. 신약과는 다른 신제품이라는 얘기다.

과거 사례에서도 치매 복제약이 신약으로 둔갑해 주가가 급등한 이후, 결국 복제약이라는 것이 밝혀지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주가 급락에 따른 피해를 입은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지난 2020년 1월 3일, 진양제약의 주가는 장중 상한가를 기록하면서 급등했다. 당시 이 회사가 상한가를 기록한 이유는 치매약 ‘리바스톤캡슐’의 식약처 품목허가가 치매 테마주 열풍에 승차하며 신약 승인으로 오인 받으면서 상승 이유로 작용한 것.

그러나 이 같은 오름세는 리바스톤캡슐이 복제약이란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흘간 주가가 약 20% 급락, 투자자들의 피해를 키웠다. 사실 이 약은 리바스티그민 성분의 복제 제품으로, 이미 50개 제약사에서 143개 품목이 판매되고 있는, 사실상 경쟁력에 있어서는 ‘평범한 약’이었던 것이다. 현대약품의 하이페질산도 도네페질 성분의 제품으로 이미 139개 제약사에서 360개 품목이 판매되고 있는 상황이다.

문제는 현대약품의 주가 급등이 과거 진양제약의 사례와 매우 유사하다는 점이다.

일부 투자자들이 기존 치매치료제를 파우더 즉 분말 가루로의 제형 변화를 추가해 출시한 것을 주가 상승의 이유로 설명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신약 출시로 오해하거나 오해하도록 유도하고 있는 것.

거래자 측면에서도 이날(7월 1일)을 포함 외국인과 기관은 순매도였고 개인이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외국인은 최근 5거래일간 약 28만 주를 팔았다. 개인이 이를 사들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주가 급락 시 개인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되는 이유다.

실제로 네이버 등 증권 게시판에서 개인 투자자들은 “이제 국내 최초 모든 단계의 환자한테 적용 가능하니 국내 치매 환자들은 모두 이 약을 사용하게 될 거다”, “최소 30배짜리다. 전 세계적으로 판매하면 바로 돈방석이다”, “신약이란 두 글자에 시장이 반응했다”, “자사주 매입+신약 출시”, “국내최초 치매치료제”, “세계최초 치매치료제”, “상도 못가구 신약 빨 기대이하구만”, “신약재료이면 상 가야”, “기술이전도 바라볼 수 있네”라는 등 신약에 대한 희망적인 기대가 넘치고 있었다.

게다가 일부 언론에서도 이날 현대약품의 주가 상승 이유를 보도하면서 단순한 신제품을 ‘신약’으로 오인해 보도한 것으로 드러났다.

실제로 보도 내용을 보면, ‘현대약품 신약 출시 소식에 급등’이라고 표현하는 등 다수의 언론 매체들이 기사 제목이나 내용에서 ‘신약’ 출시라고 오인했다.

다만, 공시상 넓은 범위로 개량신약을 신약 범위로 포함할 수 있다. 제형을 바꿔 매출 증대 효과가 기대되는 경우 이를 개량신약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단, 이 때 제약바이오 포괄 공시가이드라인기준에 의거, 회사는 개량신약 품목 승인 과정을 공시할 의무가 있다.

그러나 현대약품의 공시에서는 하이페질산의 품목허가와 관련한 어떤 공시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는 투자자들이 기대한 중요 신약과 관련한 승인이 아니라는 의미다. 투자자들이 언론 보도뿐 아니라 공시를 눈여겨봐야 할 이유인 셈이다.

이와 관련해, 본지는 현대약품 측에 문의한 결과 “하이페질산은 신약이 아니며 개량신약도 아니다”라는 공식 답변을 들었다.

이는 현대약품의 주가가 제형만을 바꾼 제네릭 치매약의 허가로 인해 과도한 상승을 불러온 점을 분명히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사실 금융당국과 한국거래소도 이러한 신약 오인 문제사례가 수차례 발생하자 이를 인식하고 품목허가에 대한 공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월 제약바이오기업의 임상단계·품목허가·기술이전에 관한 공시에 대해 ‘포괄공시 가이드라인’을 개정 시행하면서 투자자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규정을 손질한 것. 특히 품목허가와 관련한 공시 대상을 신약 후보물질로 명확히 했다.

그리고 신약 후보물질의 범위에는 기존처럼 오리지널 의약품 외에도 개량신약과 바이오시밀러를 포함하되 복제약(제네릭) 품목은 아예 공시 대상에서 제외하도록 한 것이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제약바이오 기업의 파이프라인 결과는 기업가치와 주가에 매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에 따라 일부 세력이 시장성 있는 신제품 출시를 이유로 주가를 올리면 이에 대해 상승 이유를 파이프라인과 연결시켜 찾으려는 개인 투자자들이 많다. 따라서 주가 상승만을 보고 신규로 진입하는 투자자들의 경우 정확한 정보와 공시를 확인하는 등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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