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K 싱그릭스, 예방률 90% 들고 국내 출시 앞둬…물량 확보 관건
순식간에 글로벌 시장 내어준 조스타박스, 국내시장서도 위기 맞나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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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국내 대상포진 백신시장에 큰 폭의 변화가 예상된다. 강력한 임상 데이터를 기반으로 글로벌 시장을 장악한 GSK의 싱그릭스가 국내 시장 출시를 예고하고 있기 때문이다.

12일 백신업계에 따르면 GSK의 싱그릭스의 출시가 하반기에는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당초 예상보다는 늦어지고 있지만, 연말 내 출시는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그간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은 기존 업체의 ‘캐시-카우(Cash-Cow)’ 역할을 해왔다. 대상포진 백신이 국내에 첫 출시된 2012년부터 거듭된 성장으로 2019년에는 아이큐비아 기준 연간 시장 규모가 899억 원에 달했다.

현재 국내 시장에 나와 있는 대상포진 백신은 MSD의 조스타박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 2종이다.

2012년 출시된 조스타박스는 2017년까지 5년여 간 시장을 독점했다. 2017년에는 단일품목 백신 매출로는 최대치인 837억 원을 기록하기도 했다.

2017년 말에 나온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는 출시 첫해부터 299억 원의 매출을 기록한 뒤 이듬해에는 341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경쟁제품이 나왔지만, 시장규모도 함께 성장하며 양사 모두 만족할만한 이익을 가져간 구조다.

다만 이 같은 대상포진 백신 시장 성장은 코로나19 바이러스 창궐로 한풀 꺾였다. 2020년 국내 대상포진 백신시장 규모는 723억 원으로 첫 감소세에 들어섰고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1년에는 452억 원까지 줄었다.

병원을 찾는 환자 감소, 코로나19 백신과의 충돌 등에 대한 우려로 급감한 모습이다. 반대로 분석하면 원인이 확실하기에 코로나19 사태가 진정국면에 들어설 경우 재도약 가능성은 높게 점쳐진다.

이 상황에서 싱그릭스가 도입된다는 소식에 기존 업체의 위기감은 고조되고 있다.

≫ 싱그릭스, 예방률 90% 무기로 해외 시장 장악…조스타박스 ‘퇴출’ 수순

싱그릭스가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배경은 허가의 기반이 된 ZOE-50과 ZOE-70 연구 결과에서 찾을 수 있다.

ZOE-50 연구는 50세 이상 1만5,41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이다. 싱그릭스군 7,698명과 위약군 7,713명의 무작위 비교 연구다.

3년 이상의 추적관찰 결과에서 대상포진 발생 환자는 싱그릭스군이 6명, 위약군이 210명이었다. 예방률 97.2%.

이 수치에 업계와 학계 모두 놀라움을 감출 수 없었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70세 이상 1만3,9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ZOE-70 임상에서도 90%에 육박하는 예방률이 나타난 것.

3년 이상의 추적관찰 결과, 싱그릭스군에서 발생한 대상포진 환자는 23명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위약군에서는 223명이 대상포진 환자였다. 예방률은 89.8%로 고령층에게 효과가 급격히 떨어졌던 이전 대상포진 백신 연구를 압도했다.

게다가 조스타박스와 스카이조스터와 달리 싱그릭스는 사백신으로 면역력이 약하거나 면역억제제 사용 환자에게도 접종 가능하다는 점도 강점이다.

≫ 연구 비교, ‘답 없는’ 조스타박스…NIP 만이 ‘살 길’

이 같은 싱그릭스의 임상 데이터는 조스타박스에 충격을 줬다. 2017년 미국 허가를 획득한 싱그릭스는 불과 6개월 만에 미국 시장 점유율 90%를 달성한다. 현재 싱그릭스의 미국 대상포진 백신 시장 점유율은 98%가 넘는다. 사실상 조스타박스가 퇴출당한 모습이다.

2006년 조스타박스는 미국 허가를 획득했다. 임상에서 조스타박스는 비교적 젊은 연령의 50대 이상에서 효과를 보였다.

50대를 대상으로 한 ZEST 연구에서 조스타박스군은 70%의 예방률을 보였다. 하지만 60대 이상이 참여한 을 대상으로 한 SPS 연구에서 조스타박스군의 예방률은 60대가 64%, 70대 41%, 80대 이상 18%로 급격히 떨어졌다.

이에 대해 MSD 측은 조스타박스를 접종할 경우 대상포진 발생하더라도 치명도가 떨어진다고 설명했지만, 이 데이터와 싱그릭스 데이터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스카이조스터의 상황도 녹록치 않다. 조스타박스와의 비교임상을 통해 면역원성이 열등하지 않다는 결과만으로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시판 허가를 획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기존 대상포진 백신의 유일한 사활은 NIP, 즉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 진입뿐이다.

상황은 나쁘지 않다. 윤석렬 대통령의 후보시절 공약 가운데 ‘65세 이상 대상포진 백신 무료접종’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현재 10만 원대 중반인 가격을 낮춰야 가능한 이야기다. 2019년 질병관리청(당시 질병관리본부)가 발표한 연구용역 결과에 따르면 백신과 접종수가를 합친 금액이 11만1,936원 이상일 경우 비용효과성을 달성하지 못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정부가 NIP 진입 조건으로 현저히 낮은 가격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 현재 두 제품이 나와 있는 경쟁 시장이라 경쟁제품만 NIP에 들어간다면 수백억대 시장에서 퇴출은 순식간에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백신업계 관계자는 “싱그릭스에 대한 기대가 일반 대중에게도 높은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다만 앞으로 국가필수예방접종사업 진입이 국내 대상포진 백신시장 생존에 관건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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