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외 수입 의존 및 자체 경쟁력 약화 개선 시급 ‘한 목소리’
산업계, 전방위적 지원책 역설…政, “필수원료약부터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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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12일 ‘위기의 한국 원료의약품산업 활성화 방안은?’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 활성화를 위해 민·관이 함께하는 논의의 장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산업계는 사업 진행에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는 여러 애로사항을 쏟아내며 정부의 전방위적인 지원을 역설했다. 정부는 산업계의 어려움에 대해 일정 부분 공감을 표하면서 개진된 건의사항을 면밀히 검토해 보겠다고 화답했다. 일회성 이벤트로 당장 눈에 띄는 결과물을 기대할 수는 없겠지만 민·관이 한 자리에 모여 서로의 입장을 확인했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한국제약바이오협회가 지난 12일 ‘위기의 한국 원료의약품산업 활성화 방안은?’을 주제로 정책토론회를 개최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점차 심화되고 있는 자국 우선주의로 의약품 자급화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해 진만큼 해결책을 마련해 보자는 취지다.

실제로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은 갈수록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대다수는 수출 경쟁력이 크게 떨어지고, 품질 측면 역시 글로벌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정순규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최대 의약품 전시회인 CPhI에 참가한 370명의 전문가를 대상으로 진행한 국가별 원료의약품 품질 인식조사에서 우리나라는 조사 대상에 포함된 13개국 중 9위로 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정 연구원은 코로나19, 미·중 분쟁 여파로 미국, 유럽, 인도, 일본 등 주요국이 해외 제조 비중이 높았던 원료의약품 생산기지를 자국으로 옮겨가려는 움직임을 본격화하고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흐름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산업계는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책과 규제 완화가 전제되지 않으면 국내 원료의약품 산업이 지금의 위기 상황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수익성과 직결되는 원료의약품을 수입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생산·수급하는 유인책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이유에서다.

김민권 종근당 대외협력팀 이사는 “국내 원료의약품 상당수가 수입산에 비해 가격 경쟁력이 열위에 있다”며 “완제 생산 회사가 국산을 사용할 경우 획기적인 경제적 이익 등의 동기 부여가 필요하다. 정부가 자급률을 일정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에 목표를 두지 말고,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원료의약품 회사가 다수 출현할 수 있도록 실질적인 지원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가 비축 물자에 원료의약품 확대 ▲국산 원료의약품 사용 완제의약품 국가 조달시 쿼터제 도입 ▲연구개발 및 생산시설 투자 세제 지원 확대 ▲기존 1년 약가 우대 조건 중 자사/자회사 원료 사용 폐지와 모든 원료의약품 사용에 대한 약가 우대 ▲최초 등재 후 5년간 약가 우대로 기간 확대 ▲실거래가·사용량 연동 인하 및 차등제 제외 등을 건의했다.

정부의 국내 원료의약품 제조시설 규제 개선의 필요성도 제기됐다. 규제 법령 간 과도한 규제 및 충돌로 인해 업체들이 과다한 비용을 지출하는 것은 물론 해당 사안에 대한 관련 부처와의 질의·회신에 따른 시간 낭비 및 업무량 증가 등의 부담을 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영미 한국산업약사회 부회장은 “원료의약품 제조 공정(합성, 추출, 정제)에 사용되는 화학물질이 모두 의약품 제조목적으로 인정되지 않아 과도하게 적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의 등록관리 규제 완화, DMF(Drug Master Files) 신고 범위 확대 및 등록 신고 기준 세분화 등이 이뤄진다면 시간·비용 부담이 줄어드는 것은 물론 사업 경쟁력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정부가 정책적, 재정적 지원과 함께 통일된 법령으로 산업계의 고충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공급이 불안정한 필수의약품의 원료의약품 범위를 확대해 우선적으로 지원하자는 의견도 제시됐다. 채산성이 낮아 민간의 사업 의지가 떨어지는 원료의약품의 수급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는 데다 정부 예산으로 위탁제조 기회를 개별 업체에 제공할 수 있는 만큼 일석이조의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

정부는 국산 원료의약품 활성화를 위한 산업계의 다양한 의견을 취합해 지원 방안을 강구해 보겠다면서도 당장 전방위적인 지원책을 내놓기는 현실적으로 어려운 만큼 우선순위를 정해 정책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패널 토론에 참석한 문은희 식품의약품안전처 의약품정책과장은 “원료의약품 산업 전반을 지원하는 것은 한계가 있는 만큼 우선적으로 국가필수의약품 원료의약품에 대해 초점을 맞춰 관련 정책을 준비하고 있다”며 “규제 중복이나 법령 충돌로 인한 어려움도 말씀하셨는데 이 부분은 여러 부처가 연계돼 있는 데다 법령이나 제도의 목적이 상이해 발생하는 문제로 특정 부처가 독자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다만 식약처는 제품 품질에 영향이 없는 범위 내에서 최대한 허용할 수 있는 규제 완화 방안을 산업계와 함께 모색해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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