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기획] 올해 1~6월 ‘폐암’ 관련 게시글 1만1,296개 분석
“사랑하는 이와 더 오래 함께”…키워드에 묻어나는 절박함
단언 못하는 최적 솔루션…환자들, 해답 찾아 지금도 ‘사투’

▲ 본지의 자체 개발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암 환자 관련 게시판을 총망라해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위 이미지는 빅데이터 수집 결과에 대한 인포그래픽.
▲ 본지의 자체 개발 빅데이터 시스템을 활용,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암 환자 관련 게시판을 총망라해 관련 데이터를 수집했다. 위 이미지는 빅데이터 수집 결과에 대한 인포그래픽.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국내 암 사망률 1위 폐암은 일명 ‘조용한 암’으로 불린다. 발병되더라도 뚜렷한 증상이 없어 말기에 발견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여타 암에 비해 생존율이 크게 낮은 배경이다.

그러나 다양한 치료 옵션이 등장하면서 과거에 비해 기대 여명은 조금씩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환자와 가족 입장에서는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늘어난 만큼 절망의 무게가 조금은 가벼워졌다고 볼 수 있지만 두려움의 크기는 좀처럼 줄어들지 않는다. 진단 이후 의료진이 제시한 치료법 중 하나를 골라야 하는데 최선과 차선의 경계가 모호해서다. 선택의 갈림길에 선 이들은 무엇을 가장 궁금해하고, 또 어떤 정보를 필요로 하고 있을까.

<메디코파마뉴스>는 창간 30주년을 맞아 자체 빅데이터 플랫폼을 활용해 2022년 1~6월까지 6개월 간 국내 대형포털에서 접근 가능한 ‘폐암’ 관련 게시글 1만1,296개를 수집, 그 의미를 정밀 분석했다.

폐암은 크게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암으로 구분되는데 이 중 85%는 비소세포폐암이다. 항암화학요법, 방사선치료, 일부 면역항암제 등으로 제한적인 소세포암에 비해 비소세포폐암의 치료 옵션이 다양한 이유다.

보통 1~2기는 수술, 3기 이상은 항암제와 방사선으로 치료를 하게 된다. 조기 발견 시 완치율이 대폭 올라가지만 초기 증상이 거의 없어 3~4기에 진단을 받는 경우가 많다. 게시글 작성자 대부분이 비소세포페암 말기 환자와 가족인 까닭이다.

특히 3~4기인 경우 어떻게 치료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기대 여명에 큰 차이가 날 수 있는 만큼 키워드에도 이러한 절박함이 그대로 묻어났다.

치료 및 진단과 연관성이 깊은 ‘병원’, ‘검사’, ‘수술’, ‘항암’, ‘결과’, ‘진료’, ‘교수님’, ‘입원’, ‘CT’, ‘예약’, ‘상태’ ‘진행’, ,‘전이’, ‘시간’, ‘방사선’, ‘통증’ 등의 단어가 버즈량 최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까닭이다.

실제로 해당 관련 키워드가 들어간 게시글은 이제 막 치료를 시작하거나 내성이 생겨 약을 변경해야 하는 환자와 가족들의 작성 비중이 매우 높았다. 병원에서 제시한 치료법 중에서 어느 것을 선택할 지에 대한 최종 결정권은 결국 그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현재 비소세포폐암의 치료 옵션은 크게 EGFR, ALK 양성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로 나뉜다.

≫ 선택하기 쉽지 않은 EGFR 표적치료제

EGFR 변이 양성 표적치료제는 1세대 이레사(성분명: 게페티닙), 타세바(성분명: 엘로티닙), 2세대 지오트립(성분명: 아파티닙), 3세대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 등이 대표적이다.

치료 옵션이 다양한 만큼 진단 이후 치료 전략도 여러 갈래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개별 치료제의 효과와 안전성에 대한 데이터는 확보가 됐음에도 기대여명을 최대한 끌어 올릴 수 있는 최적의 솔루션은 아직 불명확하다는 데 있다.

실제로 세대별 순차 치료와 가장 최근에 나온 치료제를 우선 사용하는 것 중 어느 것이 생존기간을 더 연장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근거는 아직 없다. 또 1~2세대 치료제 사용 후 3세대 치료제로 가겠다는 전략을 짜더라도 변이(T790M) 유무에 따라 처방 여부가 결정되는 터라 고민에 고민을 거듭할 수밖에 없다.

설령 변이 조건에 부합해 3세대 약제를 1차 치료제로 고를 수 있어도 이를 선택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다. 급여 가이드라인을 벗어난 것인 만큼 막대한 경제적 부담을 고스란히 감당해야 하는 데다 내성 이후의 대안도 사실상 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 신약 등장에 치료 옵션 확대된 ALK 표적치료제

ALK 변이 양성 환자의 경우 EGFR 변이 양상 환자에 비해 비교적 치료 전략이 단순하지만 최종 결정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현재 ALK 변이 양성 표적치료제는 1세대 ‘잴코리(성분명: 크리조티닙/화이자)’, 2세대 ‘자이카디아(성분명: 세리티닙/노바티스)’, ‘알레센자(성분명: 알렉티닙/로슈)’, ‘알룬브릭(성분명: 브리가티닙/다케다제약)’ 등을 꼽을 수 있다.

치료 옵션이 제한적이기는 하지만 모두 동일한 적응증에 1~2차 치료제로 급여권에 진입해 있어 경제적 접근성은 양호한 편이다. 그러나 치료 효과에 확실한 우위가 있는 2세대를 1차 치료제로 쓰면 내성이 생긴 이후 항암화학요법 외에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는 문제가 있다.

그러나 지난해 7월 3세대 치료제인 ‘로비큐아(성분명: 로라티닙/화이자)’가 국내 허가를 받으면서 기존 1~2세대 외에 2~3세대라는 새로운 순차 치료의 길이 열리면서 환자와 가족의 숨통이 조금은 트였다.

지난 4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에서 로비큐아가 급여 적정성을 인정받고, 현재 국민건강보험과 약가 협상이 진행 중이라 향후 경제적 부담이 상당 부분 개선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환자와 가족에게는 희소식이다.

≫ 키트루다 급여권 ‘진입’…줄어든 ‘경제적 부담’

EGFR, ALK 변이가 확인되지 않은 환자 역시 올해 희망의 크기가 한층 커졌다. 그동안 핵심 치료 옵션으로 각광받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가 드디어 급여권에 진입했고, 조건도 크게 완화됐기 때문이다.

기대 여명을 늘리고 삶의 질을 한 단계 끌어 올려준 키트루다에 대한 환자와 가족의 관심은 절대적이다. 1차 치료제 라인에 키트루다와 함께 옵디보, 티쎈트릭이 속해 있음에도 면역항암제 키워드에 키트루다의 비중이 절대적인 배경이다.

이처럼 키트루다가 조명을 받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가장 먼저 1차 치료제로 이름을 올린 면역항암제인 데다 그동안 비급여 처방도 일반적으로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키트루다가 잘 맞는 환자의 경우 드라마틱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점도 주목도가 높은 요인이다.

상황이 이런 만큼 진단 이후 비슷한 사례의 치료 정보를 공유하고자 하는 환자와 가족의 니즈는 온라인 창구에 그대로 드러났다.

≫ 진단 이후 최대 관심사는 ‘의료기관과 의료진’

앞으로 치료를 시작해야 할 환자의 게시글에서는 의료기관과 의료진에 대한 관심이 두드러졌다. ‘병원(3,702건)’, ‘진료(1,413건)’, ‘교수님(1,348건)’, ‘입원(1,276건)’, ‘예약(974건)’, ‘의사(738건)’, ‘외래(308건)’, ‘서울아산병원(318건)’, ‘신촌세브란스병원(304건)’ 등의 키워드가 적지 않은 비중을 차지한 배경이다.

실제로 해당 키워드가 들어간 게시글에는 <XX병원에서 진단받고 유전자검사 결과 기다리고 있어요. 다른 병원에서도 진료를 받아보고 싶은데 어디 병원이 좋을까요?>, <XXX 선생님 예약을 잡았는데 진료받으신 분 후기 좀 부탁드려요.>, <고려 중인 병원이 입원 대기가 있다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기다리는 게 맞을까요? 아니면 최대한 빨리 갈 수 있는 곳을 찾아봐야 할까요?> 등과 유사한 질문이 다수를 차지했다.

≫ “조금이라도 곁에 더”…치료 전략 고민, '렉라자'로 시선 돌리는 환자들

선별된 키워드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역시 환자 상태에 따른 치료 옵션 선택과 관련된 것이었다.

‘검사(3,682건)’, ‘조직(1,525건)’, ‘결과(1,474건)’, ‘CT(1,074건)’, ‘진단(1,047건)’, ‘상태(903건)’, ‘진행(880건)’, ‘전이(746건)’, ‘시간(738건)’, ‘방사선(687건)’, ‘통증(649건)’, ‘면역(532건)’, ‘증상(520건)’, ‘표적(518건)’, ‘세포(515건)’, ‘부작용(438건)’, ‘항암제(429건)’, ‘뇌전이(424건)’, ‘폐렴(376건)’, ‘뼈(372건)’, ‘처방(357건)’, ‘내성(327건)’, ‘고민(300건)’ 등이 주요 키워드 목록에 오른 이유다.

그래서인지 <뇌전이 관련해 치료제 질문드려요.>, <표적치료제와 면역항암제 치료 순서가 궁금합니다.>, <급여 라인에 맞춰 치료하신 분들 예후가 어떠신가요?>, <T790M 변이 확인됐는데 1차 치료제로 무엇을 사용해야 할지 고민입니다>, <렉라자와 타그리소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면역항암제 치료를 받으셨는데 효과가 없습니다. 이후 약제가 어떻게 되나요?>, <1~2세대 표적치료제 내성 생기기까지 보통 기간이 얼마나 걸리셨나요?> 등 치료 효과 및 예후에 관한 질의가 다수였다.

특히 상당 기간 치료를 진행한 환자들은 현재 복용하고 있는 약의 내성 발현 시점과 이후 어떻게 후속 치료를 진행했는지에 대한 사례와 자신이 참여할 수 있는 임상 정보를 공유를 간절히 원했다.

이에 따라 조사된 폐암 전체 키워드 순위권에는 없지만 ‘임상’이라는 단어가 ‘유한양행’, ‘렉라자’와 연계된 경우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얀센이 렉라자와 리브리반트 병용을 통해 EGFR 표적치료제에 내성이 생긴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을 진행하고 있는 점이 그 이유인 것으로 풀이된다.

현재까지 공개된 연구 결과가 긍정적인 점도 관심을 배가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로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2), 유럽종양학회(ESMO 2021)에서 렉라자와 리브레반트(성분명 아미반타맙) 병용요법은 기존 치료제 복용 후 내성이 생긴 환자를 상대로 뛰어난 반응률 등 고무적인 데이터를 보여주며 주목을 받고 있다.

≫ 길고 긴 투병 마라톤에 조금씩 깊어지는 ‘고뇌’

병원 전원에 대한 게시글도 적지 않았는데 ‘진료(1,413건)’, ‘서울(780건)’, ‘걱정(747건)’, ‘마음(661건)’, ‘가족(599건)’, ‘상황(585건)’, ‘보호자(431건)’, ‘지방(367건)’ 등의 등장 빈도가 높았다.

<가족들이 모두 지방에 거주하고 있는데 서울 병원에서 계속 진료를 받는 것이 최선일까요?>, <지방 병원으로 전원은 어떻게 보시나요?>, <비급여로 치료를 하고 있는데 돈을 마련하기가 너무 벅차네요.> 등 주로 조언과 위로를 구하는 내용이 많았다.

집안 사정이나 경제적 부담 등으로 현재의 투병 생활을 지원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음에도 죄책감에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가족들의 심정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악화되는 환자의 모습과 더이상 치료가 여의치 않은 상황을 담은 게시글에는 ‘아빠(1,151건)’, ‘엄마(1,126건)’, ‘생각(1,000건)’, ‘응급실(338건)’, ‘요양(375건)’, ‘퇴원(472건)’ 등의 키워드가 빠지지 않았다.

특히 마지막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에 대한 가족의 고민이 적지 않았다. 일반 요양병원, 암 전문 요양병원, 호스피스 전문병원에 대한 정보나 이용 사례를 문의하는 내용이 주를 이룬 이유다. 답글에는 코로나19로 인한 면회 제한과 비용 문제 등 고려해야 할 내용들이 다수 개진돼 온라인 상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돕고자 하는 따뜻한 사람의 정을 느낄 수 있었다.

이외에도 산정특례, 환자 사망 이후 후속 절차(장례, 재산조회, 상속세, 유족연금), 사보험(약관, 범위, 보장 금액 및 기간), 간병 용품, 숙소, 항암제 최신 지견 등도 온라인 창구에서 활발하게 공유되고 있었다.

≫ 점점 짙어지는 전체생존기간 연장의 기대감

새로운 치료 옵션이 꾸준히 등장하면서 폐암의 기대 여명은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모든 암종의 5년 상대 생존율(출처: 보건복지부 중앙암등록본부 70.7%/ 폐암 34.7%)과 비교하면 여전히 절반에도 미치지 못할 정도로 아직 갈 길이 멀다.

그럼에도 환자와 가족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을 조금이라도 늘리기 위해 하루하루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것을 이번 조사에서 재확인할 수 있었다. 아울러 경제적 부담이 높았던 특정 약물의 접근성이 최근 들어 점차 개선되면서 이제는 반응률, 무진행생존기간을 넘어 전체생존기간의 연장을 기대하는 염원이 더 짙어지고 있다는 점도 체감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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