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들어 뚜렷해진 확진자 더블링 현상…상비약 비축 수요↑
물량 공급 확대 미온적인 업계…원인은 ‘재고·약가인하’ 부담
참여 유인 높일 실질적 지원책 없이는 ‘수급 불안 재현’ 불가피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코로나19 재유행이 가시화됨에 따라 정부가 감기약 생산 제약사에 대한 지원책을 내놨지만 업계의 반응은 시큰둥한 모양새다. 기존에 제공해 온 인센티브를 연장해 물량 수급 안정화를 도모하겠다는 의도인데 실효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게 현장의 공통된 목소리다.

생산량을 적극적으로 늘려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사실상 크지 않은 데다 판매량과 연동되는 약가 인하 리스크가 여전히 해소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달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 확진자 더블링 현상이 지속되면 감기약 대란이 다시 재현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배경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 3월부터 감기약 생산업체에 제공해 왔던 약사감시 및 행정처분 유예 등의 인센티브를 오는 10월 15일까지 3개월 연장한다. 이달 들어 코로나19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는 데다 감기약 수급 불안 조짐도 고개를 들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대응 조치로 풀이된다.

실제로 최근 코로나19 확진자 증가세는 가파르다. 지난 19일(0시 기준) 일일 신규 확진자는 7만3,582명으로 83일(4.26 7만5,323명) 만에 다시 7만 명대를 넘어섰고, 일주일 단위로 2배씩 늘어나는 더블링 현상도 뚜렷해지고 있다. 이에 따라 여름 휴가 절정기인 8월 초 일일 신규 확진자가 30만 명에 육박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감기약 생산업체에 자연스럽게 이목이 쏠리고 있다. 올해 초 물량 품귀 현상이 재현되지 않기 위해서는 이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감기약 생산업체들은 전반적으로 느긋한 분위기다. 겉으로는 공급량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그리 적극적이지 않다. 정확한 수요 예측이 어려워 재고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데다 올해 갑자기 판매량이 늘면 내년에 사용량-약가연동제 적용 대상에 올라 약값이 깎일 수 있어서다.

특히 사용량-약가연동제에 큰 부담을 느끼는 모양새다. 당장 판매량이 급증하면 단기적으로 실적 개선을 기대할 수 있겠지만 전체 매출에서 감기약 비중이 적지 않을 경우 만약 약값이 깎이게 되면 중장기적으로는 큰 손해라는 이유에서다. 한마디로 약가 인하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적당히 생산량을 조절하는 게 업체 입장에서는 실익을 챙기면서 리스크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얘기다.

때문에 이번에 정부가 내놓은 지원책은 감기약 대란 재현을 막겠다는 의지를 찾아볼 수 없는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업체들의 고충을 줄여줄 수 있는 근본적인 해결책을 제시하지 않고서 막연하게 수급 안정을 낙관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

제약업계 관계자는 “국내 감기약 총 생산 케파가 물리적으로 늘지 않는 한 비상 상황 시 최대 증산 규모는 사실상 정해져 있다고 봐야 한다”며 “현 수요에 맞춰 공급이 적기에 이뤄지기 위해서는 생산업체가 원하는 지원책을 제시해 이들이 우려하는 사업 리스크를 줄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그러나 정부는 팬데믹이라는 예외적인 상황임에도 기존 잣대를 들이대 약값을 깎겠다고 하니 누가 적극적으로 나서겠나. 특히 올해 초 관련 부처들이 생산량 증대를 부탁해 이에 적극적으로 응한 대접이 결국 이것이냐는 현장의 불만이 상당하다”며 “감기약 품귀 현상이 다시 반복되지 않기 위해서는 당장 업체들이 생산량을 최대치로 늘려야 하지만 현재 분위기로 봤을 때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여 확진자 급증에 따른 수급 불안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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