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β 타깃 치료제 연구·개발 기반 흔들…파급력에 ‘이목 집중’
최근 치매 발병 주류 가설은 ‘다중 요인’…“트렌드 바뀌었다”
뚜렷해진 신약 기전 다양화 추세…개발사 타격 제한적 전망↑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치매 발병의 주요 가설 기반이었던 논문이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국내·외 치료제 개발사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10년 이상 이를 토대로 한 연구·개발이 활발하게 진행된 데다 막대한 비용이 지출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간 주목을 받아왔던 관련 임상들이 잇따라 좌초되면서 최근 몇 년간 다양한 기전으로 개발 방향성이 전환된 만큼 관련 업체들에 미칠 파급력은 제한적일 것이란 관측이다.

치매 중 가장 많이 발생하는 알츠하이머 치매의 발병 원인과 치료제 연구·개발에서 가장 광범위하게 인용된 논문이 의도적으로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관련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2006년 미네소타대 연구팀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발표한 이 논문은 뇌에 축적되는 특정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 플라크가 인지 저하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논문이 나온 이후 16년간 세계 각국 정부와 글로벌 빅파마를 비롯한 전 세계 제약사들이 이를 기반으로 활발하게 치료제 연구·개발을 진행해 온 데다 천문학적인 자금을 투입했던 만큼 조작이 사실로 밝혀지면 그 여파가 상당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그러나 관련 업계의 분위기는 의외로 차분한 모양새다.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하는 치료제들이 그동안 의미있는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6~7년 전부터 세포 내 타우 단백질 제거, 신경 세포에 직접 관여 등 다양한 기전으로 개발 방향성이 선회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화이자 ‘포네주맙(2013년)’, 일라이릴리 ‘솔라네주맙(2016년)’, 2019년 로슈 ‘크레네주맙(2019년)’, MSD ‘베루베세스타트(2019년)’ 등 아밀로이드 베타 제거를 핵심 기전으로 개발됐던 치료제들이 잇따라 실패하면서 개발사들은 다른 길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기류는 국내 개발사들의 행보를 봐도 짐작해 볼 수 있다. 젬백스, 아리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차바이오텍, 이연제약, 메디프론, 일동제약 등이 치매 치료제 개발 관련 대표 기업으로 꼽히는데 이들은 대부분 단일기전이 아닌 다중기전으로 연구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여기에 논문 조작이 사실로 판명나더라도 알츠하이머 발병에 있어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 전체를 부정되는 것은 아니라는 의견이 적지 않은 점도 이번 이슈의 여파가 제한적일 것이란 의견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실제로 수십 종에 이르는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가운데 일부 유형의 연구에 문제가 있다고 해서 그간 축적된 연구 결과를 모두 매도해서는 안된다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러한 목소리가 나오는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지난해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은 바이오젠의 ‘아두카누맙’과 신약 승인 신청서를 제출한 일라이릴리의 ‘도나네맙’은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에 기반한 치료제인데 신경 세포 퇴행이 일어나지 않은 치매 극초기 환자에 일정 부분 치료 효과가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그간 아밀로이드 베타를 타깃으로 한 치료제 개발이 실패를 거듭하면서 이번에 문제가 된 논문의 치매 발병 가설은 주류에서 밀려난 지 꽤 오래 됐다”며 “다만 아밀로이드 베타가 장기간 뇌세포에 축적돼 신경세포 시냅스에 문제가 발생시킨다는 점과 신경세포 퇴행이 없는 경도인지 장애 환자 대상으로 일정 부분 효과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확인된 부분이라 관련 연구가 아예 성과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최근 몇 년 새 치매가 다중 요인에 의해 발병한다는 가설이 점차 힘을 얻으면서 이를 토대로 한 다양한 기전의 신약 개발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며 “따라서 이번 이슈가 관련 업계의 미칠 파급력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