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렐토 제네릭 시장, 저용량 제품까지 출시
2천억 규모 DOAC 시장, 여전히 상급병원 위주
제네릭 처방 많은 개원가서 영업 총력전 예상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연간 2,000억 원에 육박하는 국내 경구용 직접작용 항응고제(DOAC/NOAC) 시장이 급변하고 있다. 가장 먼저 도입돼 오랜 기간 선두를 유지하던 바이엘의 자렐토(성분명 리바록사반)의 특허가 풀리며 본격적으로 제네릭이 출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제네릭의 출시는 곧 같은 성분의 제품을 판매하는 업체가 늘어남을 의미한다. 그간 DOAC을 판매하는 업체는 오리지널의 개발사와 개발사와 공동으로 판매하는 업체 소수에 불과했다.

제네릭 시장이 열리면서 수십 곳의 업체가 무한경쟁을 시작하게 된 것. 지금까지 DOAC 처방이 상급병원에 치우쳐 있었다. 다시 말해 개원가의 처방 확대 가능성이 충분하다. 가뜩이나 제네릭 처방이 주로 나오는 개원가가 DOAC 제네릭 시장의 핵심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 최초 도입돼 DOAC 상징하던 자렐토, 특허만료…시장 전체 변수

현재 국내외에서 판매되고 있는 대표적인 DOAC 성분은 4가지로 볼 수 있다. 바이엘의 자렐토와 BMS·화이자의 엘리퀴스(성분명 아픽사반), 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성분명 에독사반), 베링거인겔하임의 프라닥사(성분명 다비가트란)이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출시된 제품이 자렐토다. 자렐토는 2009년 출시한 뒤 2012년 주력 적응증인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 적응증을 획득했다. 이후 2015년 국민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하며 본격적인 판매에 돌입했다.

하지만 자렐토가 시장을 선점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후발 제품인 프라닥사, 엘리퀴스, 릭시아나도 같은 시기에 급여 적용 출시됐기 때문이다.

출시 당시 DOAC의 경쟁상대는 와파린이었다. 와파린은 오랜 기간 사용된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제다.

하지만 각 제품은 와파린과의 직접 비교 연구 데이터를 쏟아내며 현재는 와파린과의 경쟁은 끝났다고 볼 수 있다.

업체들은 각 DOAC의 제품별 장점을 강조하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자렐토의 경우 1일 1회 복용이라는 강점, 엘리퀴스는 출혈위험 강점, 릭시아나는 자렐토와 엘리퀴스의 중간 위치로 자리 잡았다.

연구 데이터와 업체들의 경쟁은 DOAC 시장의 급성장을 이뤄냈다. 출혈 안전성에 밀려 매출 감소 추세에 있는 프라닥사를 제외하고는 사반계열 모든 DOAC은 매년 성장했다.

최근에는 성장곡선이 다소 완만해졌지만, 여전히 DOAC의 매출 성장 여력이 남아있다고 평가다. 이 가운데 DOAC 시장에 제네릭이 진입하면서 변수가 발생한 모습이다.

≫ 지난해 시작된 자렐토 제네릭 시장 본격화…저용량 제품까지 시장에

자렐토의 성분인 리바록사반 제네릭은 지난해 5월 종근당이 가장 먼저 출시했다. 종근당은 특허 소송까지 감수하며 경쟁 제품보다 5개월 먼저 시장에 나왔다. 이후 10월에는 45개 업체가 동시에 리바록사반 제네릭을 출시했다.

최근에는 저용량 제품도 다수 출시됐다. 리바록사반 2.5mg는 아스피린과 병용해 관상동맥질환·말초동맥질환 환자의 심혈관계 사건 발생 위험을 감소하는 데 쓰인다. 기존 용량과는 쓰임새에 다소 차이가 있다.

앞서 지난해 10월부터 한미약품의 리록스반이 우선판매권을 획득하며 저용량 제품을 판매했다. 이달 초 우판권이 종료되면서 16개 업체가 2.5mg 용량을 시장에 내놓은 모습이다.

가장 먼저 나온 종근당의 리록시아는 지난해 하반기 유비스트 기준으로 12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지난해 릭시아나가 기록한 원외처방액 848억 원, 엘리퀴스가 652억 원, 자렐토가 596억 원에 비하면 아직 제네릭이 힘을 쓰지 못하는 모습이다. 10월에 출시된 제네릭은 아직 주목할 실적은 나오지 않고 있다.

다만 시장 가능성은 충분하다는 설명이다. 특히 개원가에서의 처방 확대가 주목된다.

≫ 여전히 블루오션, 개원가 DOAC 처방…“제네릭 경쟁은 개원가서 이뤄질 듯”

현재 매출 선두 DOAC 제품은 다이이찌산쿄의 릭시아나로 볼 수 있다. 릭시아나는 가장 늦게 출시됐지만, 2019년 선두에 올라섰다.

이 같은 릭시아나의 성장에는 개원가 처방 비중 확대도 여러 요인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엘리퀴스와 자렐토의 전체 처방 가운데 개원가 처방 비중은 10% 수준이지만, 릭시아나의 경우 15%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체 처방액 자체도 릭시아나가 가장 크기 때문에 개원가 처방액 차이는 더욱 두드러진다.

릭시아나의 개원가 처방은 막강한 영업력으로 판매를 맡은 국내 제약사 대웅의 역할이 컸다. 상급병원 위주로 활동하는 다국적제약사에 비해 개원가에서 영향력을 보인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제네릭 시장이 열리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종근당, 유한양행, 녹십자, 한미약품 등 굴지의 국내 기업들이 자사의 제네릭을 들고 영업에 나서기 시작한 것이다.

영업 경쟁 외에도 개원가 처방 확대 가능성은 충분하다.

그간 개원가에서 심방세동 환자의 관리가 어려운 점은 처방이 까다로운 와파린 처방이 원인으로 꼽힌다.

와파린은 피검사를 통해 세밀하게 용량을 조절해야 한다. 약물 간 상호작용에 있어서도 취약하다. 이는 개원가에서 심방세동 환자의 관리가 어려웠던 배경이다.

DOAC은 이 같은 와파린의 단점을 상쇄시켰다. 각 DOAC 제품은 이미 10여 년간 와파린과 직접 비교해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했다. 이는 당뇨·고지혈·고혈압 등 여타 만성질환의 관리만큼이나 심방세동 환자의 뇌졸중 예방에서 DOAC을 사용할 때 효과와 안전성을 담보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아직까지 개원가, 즉 1차 의료기관의 DOAC 처방 비중은 작다. 심방세동 환자의 진단(상급병원)과 관리(개원가)를 구분하는 협력 구조나 각국의 사정에 맞는 가이드라인이 부재한 탓이 크다.

그런데 최근 대한부정맥학회는 DOAC 사용에 대한 한국형 가이드라인을 공개했다. 한국 심방세동 환자의 특성에 맞춘 DOAC 처방에 대한 가이드라인이다.

국내 가이드라인 마련은 개원가에서 DOAC 처방 확대를 기대할 수 있게 한다. 특히 그간 의견이 분분했던 환자별 용량을 명확히 했다는 점에서 현장의 부담을 덜었다는 평가다.

국내 DOAC 업계 관계자는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아직까지 DOAC 처방은 상급병원에서 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향후 개원가 처방 확대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내부적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며 “리바록사반 제네릭들도 개원가를 타겟팅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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