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소재 사립대학교병원 14곳 복리후생비 해부
가톨릭대, 임직원 복지 ‘최다’ vs 가천대, 직원 복지 ‘최저’
연세대, 복리후생비 지출 1년 만에 가장 많이 ‘증가’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구직자들에게 연봉 다음으로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복리후생’이다. 급여가 높더라도 직원 복지가 낮으면 구직자들의 외면을 받을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수도권 소재 사립대학교병원들이 일제히 복리후생비용 지출을 늘린 이유다.

코로나19 팬데믹 최전선에서 고군분투한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직원 복지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8일 <메디코파마뉴스>는 수도권 소재 사립대학교병원 14곳이 공개한 2021년 회계연도 결산 감사보고서를 토대로 복리후생비 지출 현황을 분석했다.

복리후생비는 기업이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임금 등의 보수를 제외하고, 근로자의 복지와 후생, 즉 부가급부(fringe benefits)를 위해 지불되는 경비를 말한다. 여기에는 특별상여, 주식배당, 유급휴가, 유급병가 등의 재정적 급부와 보험급여, 휴가시설 이용, 유연한 업무스케줄, 여행 기회, 은행 서비스, 훈련과 개발 등 비화폐적인 급부가 있다.

지난해 수도권 사립대병원 14곳이 들인 복리후생비는 총 3,755억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2020년 사용한 3,370억 원 대비 11.43%(385억 원) 늘어난 규모다.

의료기관 규모가 클수록 복리후생비 지출도 큰 것으로 확인됐다. 빅5 병원으로 꼽히는 가톨릭대와 연세대가 대표적이다.

복리후생비로 가장 많은 비용을 지급한 곳은 가톨릭대였다. 산하에 8개 병원이 있는 가톨릭대는 지난해 총 862억 원의 복리후생비를 지출했다. 전년 대비 9.47%(75억 원) 증가한 규모다.

신촌세브란스병원과 강남세브란스병원, 용인세브란스병원,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등 총 4개의 병원을 보유한 연세대 역시 지난해 849억 원을 임직원 복지비로 지출했다.

200억 원 이상 복리후생비를 사용한 의료기관은 3곳이었다. 고려대가 333억 원으로 3위를 차지했으며 인제대 295억 원, 순천향대 275억 원 순이었다.

100억 원 이상 사용한 병원은 인하대(193억 원), 경희대(177억 원), 아주대(168억 원), 이화여대(160억 원), 건국대(133억 원), 한양대(123억 원) 등 6곳에 달했다.

중앙대와 동국대는 각각 90억 원, 77억 원을 복리후생비로 지출했다.

반면, 가천대는 지난해 임직원 복지비로 사용한 금액이 8,900만 원에 불과해 다른 병원들과 큰 차이를 보였다.

≫ 복리후생비 130억 원 늘린 ‘연세대’ vs 3,700만 원 줄인 ‘가천대’

14곳의 의료기관 중 13곳은 작년보다 전체 복리후생비 지출을 늘린 것으로 확인됐다. 10곳 중 9곳이 임금 등의 보수를 제외한 부가급부를 확대하며 임직원 복지 증진을 꾀한 것이다.

복리후생비가 가장 많이 증가한 기관은 연세대였다. 연세대는 2020년 임직원 복지비로 719억 원을 지출했으나 지난해 849억 원으로 18.12%(130억 원) 늘어났다.

지난 2020년 개원한 용인세브란스병원이 꾸준하게 성장함에 따라 활발하게 직원 채용이 이뤄지면서 복리후생비 지출도 확대된 것으로 보인다.

인제대 역시 같은 기간 임직원 복지비가 15.56% 증가했다. 2020년 255억 원이었던 복리후생비가 지난해 295억 원으로 40억 원이 늘어난 것이다.

복리후생비로 10% 이상 늘어난 기관도 3곳에 달했다. 중앙대(79억 원→90억 원, 13.64% ↑), 이화여대(142억 원→160억 원, 12.84% ↑), 고려대(297억 원→333억 원, 12.06% ↑) 등이 복리후생비 지출을 확대했다.

5% 이상 복리후생비 지출을 늘린 의료기관은 인하대(176억 원→193억 원, 9.56% ↑), 가톨릭대(787억 원→862억 원, 9.47% ↑), 순천향대(253억 원→275억 원, 8.33% ↑), 아주대(155억 원→168억 원, 7.81% ↑), 경희대(166억 원→177억 원, 6.26% ↑), 건국대(126억 원→133억 원, 5.82% ↑), 한양대(117억 원→123억 원, 5.77% ↑) 등 7곳이었다.

반면, 가천대는 14곳의 의료기관 중 유일하게 복리후생비 지출을 줄이며 직원 복지에 가장 무심한 의료기관으로 기록됐다.

가천대가 지난해 전 직원에 대해 복리후생비로 쓴 돈은 8,900만 원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2020년 1억2,600만 원을 썼던 것과 비교하면 29.25%(3,700만 원) 쪼그라든 수치다.

사립대병원들이 임직원 복지비를 늘린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2020년 1월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발생한 이후 의료기관은 2년 7개월 동안 비상근무 체제로 운영돼 왔다.

코로나19 팬데믹 최전선에서 원내 감염 확산을 막기 위해 내원객 출입 통제 등 감염 관리에 전 직원이 투입됐으며 휴가 및 회식, 이동까지 자제하는 등 직원들의 희생이 잇따랐다.

하지만 최근 코로나19 백신접종과 자연 면역 등으로 일상을 회복함에 따라 의료기관에서는 고군분투한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직원 복지를 확대한 것으로 보인다.

익명을 요구한 병원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원내 감염 확산을 위해 내원객을 통제하면서 직원들 역시 비상근무 체제로 전환했다”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이동까지 자제시켰는데 일부 직원의 경우 따로 거주하고 있는 부모님을 1년 이상 뵙지 못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더 이상 내원객 통제를 직원들이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판단에 외주에 맡겼다. 또한 지난해 백신접종이 이뤄지고 방역이 완화되면서 직원들도 일상을 회복하게 됐다”며 “이 과정에서 직원들의 사기 진작을 위해 복리후생비 지출을 늘렸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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