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방 환자 중증화 사망 위험 낮지만 감염 매개체 역할 가능성
활용 폭 넓히겠다는 정부…의료계 일각, 비용 대비 효용성 의구심↑
방역 효과 극대화 위해 관련 지침 및 홍보·모니터링 시스템 필요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전 세계적으로 가장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를 복용한 후 재발하는 사례가 해외에서 꾸준히 전해지면서 치료 옵션으로서의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병용 금기 약물이 많아 처방도 한정적인데 재발 빈도도 무시 못 할 수준이라면 비용 대비 효용성이 크게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재발하면 감염 전파력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만큼 방역 체계에도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처방자를 대상으로 이에 대한 위험성을 적극 홍보하는 한편 재발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모니터링 및 관리·감독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화이자의 경구용 코로나19 치료제 팍스로비드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최근 앤서니 파우치 미국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코로나19 확진 이후 팍스로피드로 치료를 받고 완치 판정을 받았으나 다시 ‘재발(rebound)’을 겪었기 때문이다.

이처럼 유명 인사들이 재발을 경험한 것을 계기로 팍스로비드의 치료 효용성에 대한 관심이 급격히 높아지는 분위기다. 대표적인 경구용 치료제로 꼽히는 데다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통용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팍스로비드는 미국에서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지난달 24일까지 3백만 개 이상이 처방됐고, 국내에서도 29만 명에 육박하는 환자가 처방을 받았다.

출시 직후 치료 옵션으로서의 역할은 지금까지의 처방 건수와 복용 후 중증화 및 사망률 데이터를 보면 일정 부분 수행했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당초 코로나19 양상을 바꿀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란 기대에는 부응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병용 금지 약물 성분이 28개에 달해 고령환자, 면역저하자, 기저질환자 등에 사용하는데 제약이 따라서다.

이런 와중에 재발 이슈가 부각된 만큼 팍스로비드에 치료 효용성에 대한 의문 부호가 커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이다.

사실 팍스로비드 치료 후 재발 문제는 그동안 미국에서 심심찮게 소식이 전해졌었다. 지난 5월 미국 공중보건기관인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팍스로비드 약물 치료 과정을 마친 환자들이 다시 양성 반응을 보일 수 있다고 발표한 바 있다.

국내·외 전문가들도 팍스로비드를 처방 받은 환자의 재발 비율이 5~10% 정도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고, 우세종으로 거듭난 BA.5의 유행 상황에서는 20~40%까지 증가할 수 있다는 의견까지 제시되고 있다.

상황이 이런 만큼 국내 의료계 일각에서는 접종을 완료한 오미크론 하위 변이 감염자에게서 팍스로비드가 비용 대비 효용성이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위중증이나 사망으로 갈 확률을 낮추는 효과는 어느 정도 입증이 됐지만 한정된 예산으로 적극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 있다는 것.

실제로 지난 2일 국내 일일 확진자가 11만 명을 넘어서면서 향후 팍스로비드 처방 증가와 물량 추가 도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팍스로비드 국내 도입 가격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미국 계약 금액으로 추정해 보면 1세트(5일치/3정 10세트)에 대략 65~70만 원 선이다.

또 다른 문제는 재발 환자들이 이를 인지하지 못하고 일상으로 복귀할 경우 감염 매개체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은 재발 환자의 경우 5일간 다시 자가 격리를 시작하고, 증상 회복 뒤에도 10일 동안 마스크 착용을 권고하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관련 지침이 없는 상태다.

정부는 중증화와 사망을 억제하기 위해 앞으로 경구용 치료제 처방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재발과 관련된 가이드라인은 내놓지 않고 있다. 팍스로비드 처방 비중이 높은 60세 이상 고령자가 많은 감염취약시설을 중심으로 방역에 구멍이 뚫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국내에서 팍스로비드를 처방받은 환자가 28만 명이 넘는데 이 중 재발 환자가 있었는지 따로 집계된 공식 데이터는 없는 상황”이라며 “치료 후 별도 검사를 통해 재발 여부를 확인하는 절차도 사실상 없었던 만큼 그동안 무증상 환자가 감염 전파자 역할을 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지금 확진자 증가세가 뚜렷한데 향후 경구약 처방 환자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감염취약시설에 재발 관련 명확한 정부의 방역 지침을 제시하고, 처방자를 대상으로 한 홍보 및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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