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보국 신념…한국 제약산업 수준 한 단계 끌어올려
한 기업의 경영자 넘어 국내 제약산업 발전에 이바지

▲ 故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
▲ 故 윤영환 대웅제약 명예회장

대웅제약 창업주인 석천 윤영환 명예회장이 20일 88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1934년 경남 합천 태생인 윤 명예회장은 성균관대학교 약학대학을 졸업하고 약국을 운영하다 1966년 대웅제약의 전신인 대한비타민을 인수하며 기업 경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1978년에는 사명을 지금의 대웅제약으로 바꿨다.

고인은 ‘좋은 약을 만들어 국민의 건강을 지키고 건강한 사회를 만든다’는 의약보국(醫藥報國)의 신념으로 한 기업의 경영자를 넘어 평생을 한국 제약산업 발전에 이바지 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제약업이 영리를 떠나 단 한 명의 환자를 위해서도 의약품을 개발해야한다는 소신하에 자신을 키우고 회사와 더불어 발전하며 사회에 봉사하는 것을 경영이념으로 삼았다.

 

의약보국(醫藥報國)

윤 회장의 의약보국 신념은 평소 그의 어록에도 묻어난다.

“제약인은 영리를 떠나 단 한명의 환자를 위해서라도 의약품을 개발해야 하는 인본사상을 지녀야 한다”고 평소 윤 회장은 강조했다.

고인의 이러한 신념은 지난 수 십여년에 걸쳐 대웅제약이 만들어낸 제품과도 궤를 같이 한다. 1974년 국내 최초로 ‘우루사’ 연질 캡슐을 선보였고, 1988년에는 지금의 국민 소화제로 자리 잡은 ‘베아제’를 출시했다. 2000년대 들어서는 국내 바이오 신약 1호인 ‘이지에프(EGF, 2001)’를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이 외에도 개량 복합신약 ‘올로스타’, 보툴리눔톡신 제제 ‘나보타’ 등 굵직한 제품들은 국내 제약업계의 연구개발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14년 5월에는 보유한 주식을 모두 출연해 ‘석천나눔재단’ 설립 및 기존 ‘대웅재단’의 장학사업 확대, 사내근로복지기금 확충을 통한 직원들의 복지 처우 개선 등의 재원으로 기부해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서기도 했다. 석천나눔재단은 대웅제약의 의약분야에 대한 경험과 기술을 바탕으로 생명과학 발전을 위한 지원사업을, 대웅재단은 국내외 장학 및 학술연구지원 사업을 지원하고 있다.

 

정의

“만약 내가 탈세를 한다면 여러분도 회사 돈을 맘대로 써도 좋다”

윤영환 명예회장은 ‘정의’를 강조하기 위해 이 같은 메시지도 남겼다. 회사경영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그의 강한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윤 회장은 어떤 일이든 그 과정이 정의로워야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번 만큼 세금을 내는 것도 기업의 가장 중요한 ‘정의’ 가운데 하나라는 것이 정도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그가 지킨 철칙이다.

고인은 기업주 자신이 먼저 모범을 보일 때 따라오지 않는 사원은 없다는 것을 굳게 믿었고 다같이 잘 살자라는 진실을 내보이면, 그것을 마다할 사람이 누가 있겠냐라는 믿음을 끝까지 저버리지 않았다.

 

공생

윤영환 회장이 늘 밝혔던 성공의 비결은 ‘전체가 다 살자’였다. 함께 잘 살고자 하는 것, 그것이 바로 성공의 핵심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고인은 2005년 모 일간지 인터뷰를 통해 “롱런과 성공은 결국 같은 원리다. 대웅제약의 경우 창업 이래 ‘정의로움과 공생’이라는 두 가지 원칙을 지켜가고 있다. 제품이든 사업이든 정의롭지 못하거나 남에게 손해를 입힐 가능성이 있으면 시도도 하지 않았다. 의약품을 개발할 때는 가장 먼저 약을 사용할 환자와 환자의 가족을 생각한다. 이 약이 정말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지, 질병을 빨리 치료해 환자와 가족에게 건강과 행복을 가져다 줄 것인지부터 판단한다. 직원들에게도 ‘약을 어떻게 팔아야겠다’는 것보다 이 약이 환자는 물론 약을 처방하고 조제하는 의사와 약사에게 어떤 도움을 주는지부터 고민하라고 권유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늘의 대웅이 있기까지 정의와 공생은 성장의 밑거름이었다. 윤 회장은 눈앞의 이익보다는 ‘정의’를, 혼자만의 독주보다는 ‘공생’을 앞세웠다. 같은 회사 직원들은 물론 타 회사 사람들도 함께 잘 돼야만 진정한 성공을 거둔 것이라는 그의 어록은 공생을 강조하는 경영 철학을 여실히 보여준다.

 

과정중시

“비가 오면 비가 와서 좋고, 눈이 오면 눈이 와서 좋다”

윤영환 회장의 긍정 마인드는 같은 조건 속에서도 다른 결과를 내놓았다. 긍정적인 동기를 부여하고, 문제를 해결하려는 방법을 연구하면 성취의 즐거움과 자기 발전이 자연스럽게 따라 온다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는 과정을 중시하는 경영인으로도 유명했다. ‘콩 심은 데 콩 나고, 팥 심은 데 팥 난다’는 속담을 윤 회장이 가장 좋아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윤 회장은 목표와 이상은 높게 세우되 결과에 너무 집착하거나 쫓기지 말라고 평소 충고했다.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그 과정을 충실히 따르다보면 자연스럽게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는 순리를 굳게 믿었기에 고인이 강조할 수 있었던 말이다.

 

직원성장

“숲이 좋으면 새가 날아든다”

윤영환 회장은 새를 인재에 비유하며 기업인 숲이 좋으면 인재인 새가 저절로 날아든다고 말했다. 그 날아든 새를 품는 숲을 만들기 위해 대한비타민사를 인수한 순간부터 고인이 깊게 새긴 뜻이기도 하다.

고인이 경영인의 길을 걸으면서 느꼈던 가장 큰 행복은 직원들이 사회를 이끄는 주역으로 성장할 때다.

실제로 임원들로부터 100억, 200억 원대의 매출성과를 보고 받을 때는 늘 무덤덤하게 경청했지만 직원들에게 1억 원대의 성과급을 지급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자신의 일처럼 크게 기뻐했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윤 회장이 창립 32주년 기념사에서 직원들에게 강조한 말은 평소 그가 직원의 성장을 얼마나 중요하게 생각하는 지 여실히 보여준다.

故 윤영환 명예회장은 “새로운 시대는 새로운 생명력을 요청하고 있다. 새로운 생명력이란 근면하고 정직하게 새로운 목표를 향해 도전하는 개척자의 정신과 행동력을 의미한다. 성장 발전의 추진력은 자기혁신에 있다. 자기 스스로를 불태우지 않고서는 목표를 성취할 수 없다는 것과 스스로를 태우는 불꽃이 되고자 하는 의지 없이는 잠재력은 잠재된 것에 그친다는 사실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 불이 되고자 하는 의지는 숭고한 사명감에서만 비롯될 수 있다”는 말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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