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코로나19 거치며 6개 지자체 중심 시범사업 실시
OECD 36개국 중 韓・美 등 제외 32개국 이미 시행 중
“본사업 전환, 도입 방식・구체적 제도설계 점검해야”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질병으로 일하지 못할 때 소득 손실을 보장해줄 수 있는 상병수당 제도의 필요성이 대두되면서 시범사업을 실시하고 있는 가운데 향후 도입 방식과 구체적인 제도 설계 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상병수당은 근로자가 업무 외 질병, 부상 발생으로 경제활동이 어려운 경우에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소득을 보전하는 제도이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이 재정적 어려움을 겪지 않으면서 양질의 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보편적 건강보장(Universal Health Coverage)을 달성하는 것이 상병수당 제도의 목적이다.

이러한 제도는 지난 2020년부터 이어지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을 겪으며 ‘아플 때 쉴 권리’의 중요성을 일깨우는 계기가 됐다.

코로나19에 감염돼 일하지 못하더라도 이에 대한 소득 상실을 보전해줄 수 있는 제도가 없어 수많은 근로자들이 불편을 겪어왔다.

특히 이러한 불편함은 유급 병가 등으로 대응할 수 있는 공공부문과 대기업 등에서 일하는 근로자보다 비정규직 근로자와 같은 노동시장 외부자들에게 큰 문제로 다가왔다.

결국 코로나19를 겪으며 질병이나 부상으로 인한 소득 상실을 보장해주는 상병수당에 대한 도입 주장이 강하게 제기됐다.

현재 OECD 36개국 회원국 중, 한국, 미국, 스위스, 이스라엘을 제외한 32개국이 상병수당을 통해 질병이나 부상 발생 시 소득을 보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지난 7월 4일부터 기초자치단체를 중심으로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그렇다면 해외에서는 상병수당을 어떤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을까.

≫ 32개국 중 4개국 조세 기반・28개국 사회보험 형식으로 운용

입법조사처에서 최근 발간한 이슈와 논점 ‘상병수당 시범사업 시행의 의의와 향후 과제’에 따르면 국제노동기구(ILO)와 세계보건기구(WHO)는 상병수당을 보편적 건강보장과 사회적 불평등 해소를 위한 핵심적인 제도로 인식하고 오래전부터 상병수당 도입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32개국이 이미 상병수당을 도입했는데 32개국 중 4개국(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아이슬란드)은 상병수당을 조세를 기반으로 운용하고 있으며, 나머지 28개 국가는 사회보험 형식으로 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회보험 형식으로 운용되는 국가 중에서도 상병수당 보험료가 별도로 존재하는 국가(스웨덴, 이탈리아), 건강보험료에 귀속되는 국가(일본, 프랑스, 독일), 연금보험료에 귀속되는 국가(영국, 스페인), 고용보험료에 귀속되는 국가(캐나다, 네덜란드)와 같이 여러 유형으로 나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흥미로운 점은 재원을 조세로 충당해 공공부조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4개국은 상병수당의 적용 대상에 모든 근로자뿐 아니라 배우자, 자녀 등 가족 구성원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사회보험 방식으로 제도를 운용하는 국가 대부분은 근로자 본인의 소득 상실에 대해서만 상병수당을 지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독일, 라트비아, 리투아니아 등 일부 국가에서는 배우자와 일정 나이 이하 자녀 간병에 대해서도 상병수당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한 사회보험 방식의 경우 보험료의 분담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스웨덴과 체코는 보험료를 고용주만 부담하는 방식으로 운용하고 있었으며 멕시코와 벨기에는 고용주가 근로자보다 많이 부담하는 방식, 슬로바키아와 룩셈부르크는 고용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방식, 핀란드와 그리스는 근로자가 고용주보다 많이 부담하는 방식, 폴란다는 근로자만 부담, 헝가리는 근로자는 보험료로 부담하고 고용주는 세금으로 부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 국가들의 근로자의 부담 보험료율은 평균적으로 0.25%에서 1.53% 사이였다.

상병수당의 보장 수준과 보장 기간을 보면 정액의 급여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국가(호주, 뉴질랜드, 덴마크, 아이슬란드, 영국, 아일랜드)와 근로 능력 상실 이전의 소득 수준에서 일정 비율을 지급하는 정률 방식으로 운영하는 국가로 나뉘었다.

정률 방식의 경우 ILO의 최저기준협약이 근로 능력 상실 이전의 최소 45% 이상을 보장하도록 하고 있기에 근로 능력 상실 이전 소득의 50%, 55%, 60%, 66.7%(2/3), 70%를 보장하는 것이 일반적이며, 일부 국가는 80%(스웨덴, 리투아니아), 90%(슬로베니아), 100%(룩셈부르크, 칠레)까지 보장하기도 했다.

이 외에 적용 대상에 따라 보장방식, 수준을 다르게 운용하는 국가들은 벨기에, 핀란드, 체코 등이었다.

임금근로자는 정률 방식, 비임금근로자는 정액 방식으로 운용하는 방식인데 체코와 같이 저소득자와 고소득자의 소득 대비 보장 수준을 다르게 한 국가도 있었다.

상병수당의 최대 보장 기간은 체코가 70일로 가장 짧고, 일반적으로는 180 또는 360일을 보장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보통 이 기간을 넘으면 장애연금으로 전환되며 상병수당을 받기 전에 고용주가 유급 병가를 주는 대기기간을 두는 국가들도 있다.

아파서 일하지 못하게 되면 우선 기업에서 제공하는 유급 병가를 사용하고, 부족한 경우 국가에서 상병수당을 받는 방식이다.

일반적으로 OECD 국가들은 대기기간을 3일, 7일, 14일, 정도로 설정하고 있으나 대기기간이 6주에 달하기도 했다.

≫ 韓, 상병수당 시범사업 시행…2025년 본 제도 도입 목표

이처럼 해외 국가들이 상병수당 제도를 시행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도 2025년 본 제도 도입을 목표로 지난 7월부터 시범사업을 시작했다.

3단계에 걸쳐 3년 간 이루어지는 시범사업은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맡고, 지자체가 협조하는 형태로 이루어진다.

상병수당 시범사업의 지원 대상은 건강보험 직장가입자, 자영업자를 포함한 취업자와 지자체가 지정한 협력사업장의 근로자이다. 지급금액은 일 4만3,960원으로 2022년 최저임금의 60% 선이다.

지급 절차는 신청자가 진단서를 발급해 건강보험공단에 신청하면 공단에서 자격 심사를 해 급여를 지급하고 사후관리를 담당한다.

시범사업 모형은 입원 여부, 대기기간, 최대 보장 기간에 따라 3개로 구분했다. 먼저 모형 1과 2는 입원은 필요하지 않으며 상병수당을 받기까지의 대기기간을 7일과 14일로 설정했다.

모형 1은 대기기간이 짧은 대신 최대 보장 기간이 90일로 짧고, 모형 2는 대기기간이 긴 대신 최대 보장 기간을 120일로 길게 두었다. 모형 3은 입원하는 경우에만 상병수당 대상으로 인정되며, 입원 및 입원 관련 외래 진료일수만큼만 수당이 지급된다. 대신 대기기간은 3일로 가장 짧다.

≫ 입법조사처, 시범사업에서 OECD 평균 수준 적용 후 韓 상황 맞게 보완 필요

이와 관련 입법조사처는 상병수당 시범사업 시행은 아플 때 쉴 수 있는 권리를 국가가 보장한다는 점에서 의미 있는 진전이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도입 방식이나 구체적인 제도 설계에 대해서는 앞으로 점검해야 할 부분들이 있다고 제언했다.

입법조사처는 “일 지급금액 4만3,960원은 2022년 최저임금의 60% 선이며 실질적인 효과 측정을 위해서 앞으로 급여 수준을 높여갈 필요가 있다”면서 “보험료는 건강보험료에 포함하는 방법과 노인장기요양보험처럼 별도의 보험료를 부과하는 방법이 모두 가능하며 보험료 부담은 근로자와 고용주가 50%씩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급 대상에 대해서는 사각지대 문제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 일단 건강보험 직장가입자와 자영업자를 포함하는 지역가입자를 모두 대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특히 임금근로자 중에서도 취약계층이라 할 수 있는 특수고용직 등 비정형 근로자가 상병수당 제도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가족, 자녀와 같은 피부양자에 대한 보장은 OECD 국가에서도 소수의 국가에서만 적용하고 있으며, 상당한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입법조사처의 설명이다.

입법조사처는 “대기기간, 최대 보장 기간 등은 현재 시범사업에서 하는 것처럼 OECD 평균 수준 정도를 적용해 결과를 확인한 후 한국 상황에 맞게 보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며 “이후 입법 과정에서 근로기준법 등과 연계해 상병수당 수급 전에 유급 병가를 지급할 수 있는 근거 조항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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