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달새 환자 증가세 뚜렷…특정 연령층 유행 기준 ‘초과’
코로나 피로감에 방역 인식 희석…올겨울 유행 가능성↑
꿈틀대는 ‘개점 휴업’ 치료제…영업·마케팅 전쟁 본격화?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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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코로나19 이후 사실상 개점 휴업 상태였던 국내 독감약 시장이 서서히 깨어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독감 유행의 선행 지표 역할을 하는 남반구 국가의 독감 환자 수가 급증한 데다 최근 국내에서도 의심 환자 증가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도 사회적 거리두기 및 마스크 의무 착용 완화와 독감 면역 저하 등을 이유로 유행 가능성을 높게 점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런 만큼 독감약을 보유한 업체들의 행보도 지난 2년과는 달라질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특히 지난해부터 여러 후발주자들이 신제품을 출시하며 시장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라 리딩 품목과의 경쟁이 올겨울 본격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독감 치료제 시장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지난 2년간 지속됐던 정부의 강력한 코로나19 방역 정책이 크게 완화되고, 최고 수준으로 유지되던 개인 위생 의식도 희석되면서 최근 독감 의심 환자 수가 차츰 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외래환자 1,000명당 인플루엔자 의심 환자 수는 26주(6월 19~25일) 2.3명, 27주(6월 26일~7월 2일) 2.6명, 28주(7월 3~9일) 2.9명, 29주(7월 10~16일) 3.4명, 30주(7월 17~23일) 3.5명, 31주(7월 24~30일) 3.6명, 32주(7월 31일~8월 6일) 3.3명, 33주(8월 7~13일) 3.7명, 34주(8월 14~20일) 4.2명, 35주 4.3명(8월 21~27일)으로 최근 두 달여간 확연하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1~6세(5.9명), 7~12세(5.9명) 연령군은 35주 차에 유행 판단의 기준(1,000명당 5.8명)을 넘어선 상태다. 학업 및 사회 활동 등이 가장 활발한 13~18세, 19~49세 연령군도 위험 수위를 넘나들고 있다.

특히 13~18세는 31~35주 6명, 6.5명, 9.2명, 5.3명, 5.6명으로 5주간 평균 의심 환자 수가 6.52명에 달했다. 19~49세도 같은 기간 4.8명, 4.1명, 4.1명, 5.7명, 4.9명으로 비교적 높은 환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해 최근 독감 의심 환자 수가 결코 많다고 볼 수는 없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올겨울 독감 유행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년간 감염자가 워낙 적다 보니 자연 면역 인구가 크게 감소한 데다 정부의 방역 정책 완화, 개인 위생 인식 약화 등으로 언제든 독감 유행 환경이 빠르게 조성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따라 지난 2년간 셧다운 상태였던 독감 치료제 시장이 하반기를 기점으로 다시 살아날 것이란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11월부터 독감 환자 수가 증가하기 시작해 12월과 이듬해 1월 절정에 이르렀다가 3~4월에 감소하는 독감 유행 패턴이 올해 정상화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

독감 치료제 보유 업체의 영업·마케팅 활동이 올해 활발해질 것이란 전망이 고개를 드는 까닭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여러 업체들이 독감 치료제를 잇달아 선보인 터라 일각에서는 과거보다 시장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분석도 나오고 있다.

현재 국내 독감 치료제 시장은 경구제인 오셀타미비르 제제와 주사제인 페라미비르 제제가 양분하고 있는데 후발주자들은 주사제 시장을 집중 공략하려는 모습이 뚜렷하다. 5일간 먹어야 하는 경구제와 달리 1회 정맥주사로 치료할 수 있는 점이 강점으로 부각되면서 시장 영향력이 점차 확대되고 있어서다.

실제로 처방 수요가 전무했던 지난해 종근당(페라원스), HK이노엔(이노엔플루), JW중외제약(플루엔페라) 등은 페라미비르 주사제를 출시하며 리딩 업체인 GC녹십자(페라미플루)에 도전장을 내민 상태다.

올해도 동광제약, 펜믹스, SK케미칼, 일양약품, 제뉴원사이언스, 한국유니온제약, 하나제약 등이 품목허가를 받으며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이 중 종근당은 경구제인 로슈의 타미플루, 조플루자의 국내 유통까지 담당하고 있어 독감 유행이 현실화될 경우 주사제 라인업 추가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적지 않을 것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이처럼 독감 치료제 시장 활성화에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정작 업체들의 반응은 조심스러운 모양새다. 최근 독감 의심 환자가 늘고 있기는 하지만 향후 시장 상황이 어떻게 흘러갈지 예측하기 어려워 물량 생산 및 영업·마케팅 활동 등 구체적인 사업 계획을 수립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독감 의심 환자가 늘고 있는 것은 맞지만 코로나19 이전인 2019~2020년 독감 환자 최고치(52주 차, 1,000명 당 49.8명)를 찍었을 때와 비교했을 때는 여전히 미미한 수준이라 독감약을 보유한 업체들이 세부적인 영업·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기는 한계가 있다”며 “지금까지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장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잠재적 처방 수요를 예측할 수 있는 마땅한 지표도 전무한 상태라 개별 업체의 행보는 독감 환자 증가세가 지금보다 좀 더 뚜렷해져야 그 윤곽이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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