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앰겔러티, 9월부터 건보 급여 진입…CGRP 최초 급여권
한독테바 아조비도 약평위 통과…순조로운 급여협상 예상
화이자 너텍ODT, 아시아 급성기 임상 마무리…예방제는 아직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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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편두통 치료의 새로운 경향인 CGRP(Calcitonin Gene-Related Peptide) 타깃 치료제가 국내에서 본격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그간 어려움을 겪고 있던 국민건강보험 급여권 진입에서 속속 성과가 나오고 있는 모습.

현재 일라이 릴리의 앰겔러티(성분명 갈카네주맙)의 급여가 시작됐고 한독테바의 아조비(성분명 프레마네주맙)도 급여 개시가 가시권에 들어왔다. 현장에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처방되고 있는 경구제에 대한 기대도 큰 상황이다.

향후 CGRP 편두통 치료제 시장 상황은 어떻게 돌아갈까. 앰겔러티와 아조비의 양강 체제 속에 급성 편두통 적응증을 획득하고 국내 시장으로 출시될 화이자의 너텍ODT(성분명 리메게판트)의 영향력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 릴리 앰겔러티, 국민건강보험 9월 적용…국내 CGRP 편두통 치료제 최초

지난달 29일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편두통 예방제로서 릴리의 앰겔러티에 대한 급여 적용을 결정했다. 이는 이달 1일부터 적용됐다.

앰겔러티는 지난 2019년 9월 성인 편두통 환자에게 예방제로서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하며 국내 최초 도입 CGRP 타깃 편두통 치료제가 됐다.

앰겔러티는 CONQUER, REGAIN 두 가지 임상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허가를 획득했다.

10년 내에 2~4종의 예방 약제에 실패한 만성 편두통 환자 193명과 돌발성 편두통 환자 269명 등 총 462명이 참여한 CONQUER 연구에서 앰겔러티군은 3개월간 월평균 편두통 일 수를 위약군 대비 3.1일 감소시켰다.

참여 당시 기저 월평균 편두통 일 수인 13.4일에서 앰겔러티군은 4.1일, 위약군은 1.0일 감소한 결과다.

만성 편두통 환자만 1,113명이 참여한 REGAIN 연구에서도 3개월간 월평균 편두통 일 수가 앰겔러티군에서 위약 대비 2.1일 감소했다. 앰겔러티군과 위약군의 평균 감소일 수는 각각 4.8일과 2.7일이었다.

이 같은 결과에도 국민건강보험 적용은 시간이 걸렸다. 기존에 사용하던 토피라메이트, 디발프로엑스, 베타차단제 등에 비해 약가가 높았기 때문이다. 예방제로서 임상 결과로 기존 치료제 대비 경제성을 판단해야 하는데 약가 대비 모호한 지점이 존재했다.

CGRP 타깃 치료제의 약가 논란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주요 쟁점으로 다뤄지고 있는 사안이다. 하지만 최근 CGRP 타깃 옵션이 급격히 늘어나면서 해소 경향을 보이고 있다. 국내에서도 옵션이 늘어난 것이 약가에 대한 입장차를 줄일 수 있었던 배경으로 꼽힌다.

이에 정부는 앰겔러티의 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해 급여권에 진입시켰다.

▲최소 1년 이상 편두통 병력 ▲투여 전 최소 6개월 이상 월 두통 일 수가 15일 이상 ▲한 달에 최소 8일 이상 편두통형 두통 ▲투여 시작 전 편두통 장애척도(MIDAS) 21점 이상 또는 두통영향검사(HIT-6) 60점 이상 ▲최근 1년 이내에 3종 이상의 편두통 예방제(토피라메이트, 디발프로엑스, 아미트립틸린, 플루나리진, 프로프라노롤·나도롤)에서 치료 실패(8주 이상 투여에도 월 편두통 일 수 50% 이상 감소 실패)를 보인 환자 등의 요건을 모두 만족해야 급여가 적용될 수 있게 한 것.

또한 투여시작 전과 투여 후 3개월마다 반응평가(두통일기, MIDAS)를 실시해야 하며 투여 기간은 최대 12개월로 제한했다.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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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약평위 통과 아조비, 속도 내는 후발주자 역할 국내서도

앰겔러티가 국내 최초로 허가를 획득하고 급여권까지 진입한 CGRP 타깃 편두통 치료제가 됐지만, 마음은 급하다. 한독테바의 아조비가 맹추격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조비는 지난 2021년 7월 국내 시판허가를 획득했다. 글로벌 시장과 마찬가지로 후발약제로서 시장에 진입한 것.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아조비는 암젠의 에이모빅(성분명 엘레누맙)과 앰겔러티에 이어 출시됐다. 에이모빅은 출시되지 않았지만, 국내에는 앰겔러티가 2019년 허가돼 있었다.

그럼에도 국내 시장에 아조비에 대한 기대가 컸던 것은 약가 전략 때문이었다. 아조비는 2020년 영국 공공의료보험에 에이모빅과 앰겔러티에 앞서 진입했다. 2020년 3월 영국 공공보험 적용 약제를 판단하는 국립보건원(NICE)이 적용 예비 결정을 내린 것.

에이모빅이 비용효과성에 대한 문제 지적에 2차례 거부당한 것과 다른 행보였다. 결과적으로 아조비의 약가인하 우선진입 전략은 경쟁 제품의 마음을 급하게 했다. 같은 해 11월 앰겔러티, 12월 에이모빅이 차례로 NICE의 승인을 얻은 것은 아조비의 영향이 크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아조비의 전략은 실제로 다른 시장에서 아조비가 우선 진입하지 않더라도 기존 제품의 약가인하 폭을 넓혔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도 아조비의 허가 이후 앰겔러티의 급여협상이 속도를 낸 형국이다.

이달 1일 아조비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약제급여평가위원회를 통과했다. 앰겔러티는 지난 5월 약평위 통과 후 9월에 급여가 시작됐지만, 아조비는 이미 급여기준이 만들어진 상태에다 약가도 앰겔러티에 맞춰지기 때문에 속도는 더 빠를 것으로 예상된다.

아조비까지 급여권에 진입하면 CGRP 표적치료제도 본격적인 치열한 급여권 처방 경쟁 시장이 형성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CGRP 표적치료제에 대한 요구가 남아있다. 게판트 계열로 불리는 경구제 옵션이다.

≫ 너텍ODT, 급성기 치료제로 국내 도입 가시화…예방제로는 수년 소요 예상

게판트 계열 경구 치료제 또한 CGRP를 표적해 편두통을 치료한다. 글로벌 시장에 게판트 계열 경구제 옵션은 애브비의 우브렐비(성분명 유브로게판트), 큐립타(성분명 아토게판트)와 화이자의 너텍ODT(성분명 리메게판트) 등이 출시돼 있다.

가장 먼저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게판트는 애브비의 우브렐비다. 우브렐비는 2019년 12월 FDA로부터 급성기 편두통 치료를 위한 신약으로 승인됐다.

이후 바이오헤이븐이 개발한 너텍ODT가 2020년 2월 FDA로부터 급성기 치료 적응증을 획득했다. 화이자는 2021년 11월 너텍ODT의 미국 외 판권을 사들인 뒤, 2022년 5월 바이오헤이븐을 완전 인수했다.

여기까지는 급성기에 사용하는 CGRP 표적 경구 치료제다. 예방제로서는 주사제인 에이모빅, 앰겔러티, 아조비 등 기존 치료제가 사용되는 예방제와는 차이가 있다.

그런데 너텍ODT가 FDA로부터 2021년 5월 예방제로서 사용을 승인 받는다. 여기에 애브비의 큐립타까지 예방제로서 2021년 9월 승인됐다. 유럽에서도 너텍ODT는 예방제로 승인돼 있으며 큐립타는 지난 7월 유럽의약품청(EMA)에 허가를 신청했다.

국내에는 게판트 계열 경구 편두통 치료제가 언제 들어올까. 급성기 사용은 가시권에 들어왔지만, 예방제로서는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들 게판트 계열 경구 편두통 치료제가 국내에 들어오기 위해서는 한국인이 포함된 임상 결과 혹은, 별도의 가교임상 결과가 필요하다. 다시 말해 과거 진행했던 임상에 한국인이 포함돼 있지 않다면, 가교임상을 하더라도 허가신청까지 수년이 소요된다.

가장 빠르게 국내에 도입될 수 있는 치료제는 화이자의 너텍ODT다. 너텍ODT는 지난 2020년 6월 식약처 임상시험 승인을 획득하고 국내 임상을 진행했다.

이 임상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환자 1,430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의 일부로 한국인은 180명이 포함됐다.

지난 5월 화이자는 이 임상 결과의 탑라인을 공개하며 1차 평가변수 충족을 발표했다. 세부내용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기존 임상 3상과 큰 차이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아직 국내 허가신청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해당 임상 최종결과가 나온다면 곧바로 가능하다. 국내에 최초로 도입되는 게판트 계열 치료제는 너텍ODT가 될 가능성이 높다.

다만 적응증은 글로벌 시장과 차이가 있다. 너텍ODT의 해당 임상은 급성기 환자만을 대상으로 진행했기 때문에 예방제로서는 허가신청이 불가능하다. 예방제로서 너텍ODT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가교임상이 필요하다.

애브비의 게판트 계열 치료제는 더 시간이 걸린다. 우브렐비와 큐립타 모두 글로벌 허가임상에 한국인이 포함되지 않았다.

다만 큐립타는 지난해 6월, 예방제로서 임상을 시작했다. 예상 임상시험 종료는 2024년 9월이다. 큐립타의 국내에 허가신청도 2년여 이상은 소요된다.

결론적으로 게판트 계열이 국내에 도입되는 것은 이른 시일 내에 가능하지만, 적응증은 급성기 치료제로 국한될 것으로 보인다. 예방제 시장에서 앰겔러티, 아조비와 경쟁을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CGRP 치료제 업계 관계자는 “CGRP를 표적하는 경구제가 시장에 출시된다면 시장에 큰 변화가 예상된다. 편의성에서 주사제와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라면서도 “다만 당분간 경구 CGRP 치료제의 영역은 급성기 치료로 국한될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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