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점 확연히 ‘꺾인’ 성장세…올해도 비슷한 양상
잠재적 수요 바닥 시그널…동반성장 호시절도 막내린 듯
“시장 점유율 사수, 공격적 영업·마케팅 활동 격화될 듯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국내 고함량비타민 시장이 완숙기에 접어든 모양새다. 지난 몇 년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여주던 블록버스터 제품들의 실적이 정체되는 양상이 뚜렷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구매 의사가 높은 잠재적 소비층이 이미 시장에 대거 진입하면서 전체 시장과 개별 제품이 동반 성장하는 시기는 이제 지나갔다는 분석이다. 급속한 팽창의 시기를 뒤로하고, 점유율을 지켜내기 위한 업체 간 치열한 경쟁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 고함량비타민 시장 확대를 주도한 블록버스터 품목의 실적 성장세가 지난해를 기점으로 확연히 꺾인 분위기다. 그동안 상위 업체들이 공격적인 영업·마케팅을 경쟁적으로 전개하면서 자사 제품의 실적은 물론 전체 시장 파이 확대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선순환 고리가 확연히 헐거워졌다.

실제로 각사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리딩 품목인 ‘임팩타민(대웅제약)’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1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162억 원) -6.2% 감소했고, 재작년(186억 원)과 비교해서는 –18.3% 줄었다.

2017년 228억 원, 2018년 263억 원, 2019년 351억 원, 2020년 363억 원으로 4년 연속 가파르게 상승하던 연매출이 지난해 325억 원으로 주춤했는데 올해도 이 같은 역성장 추세가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진 것이다.

뒤를 잇는 ‘비맥스(GC녹십자)’는 회사 측이 품목별 세부 실적을 공개하지 않아 정확한 수치를 파악하기 어렵지만 이 회사의 OTC 사업 부문에 매출이 포함돼 있는 만큼 실적 추이를 간접적으로 가늠해 볼 수 있다.

2018년(950억 원)까지만 해도 1,000억 원을 넘지 못했던 GC녹십자의 OTC 사업 부문은 2019년 1,153억 원, 2020년 1,619억 원, 2021년 1,744억 원으로 매년 가파른 우상향 그래프를 그렸으나 올해 1~2분기 합산 매출이 794억 원으로 4년 만에 역성장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비맥스의 작년 연매출이 500억 원을 돌파하며 OTC 사업 부문의 실적 신기록을 작성하는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만큼 올해 상반기 매출 감소세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쳤을 것이란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엑세라민(일동제약)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 2019년 121억 원, 2020년 124억 원의 연매출로 탄탄한 입지를 구축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77억 원으로 블록버스터 지위를 잃었다. 올해 상반기 매출도 28억 원에 불과해 이제는 연매출 50억 원도 위태로워진 상황이다.

3~4위권에 포진해 있는 유한양행 ‘메가트루’와 종근당 ‘벤포벨’ 만이 그나마 고함량비타민 시장의 생존경쟁에서 살아남은 케이스다.

메가트루는 2019년 126억 원, 2020년 127억 원, 2021년 127억 원에 이어 올해도 상반기 61억 원의 판매고를 올리면서 예년 수준의 매출을 달성했다.

2019년 4분기에 출시된 종근당의 ‘벤포벨’은 뒤늦게 시장에 뛰어들었지만 2020년 단숨에 블록버스터(111억 원) 품목에 올라선 데 이어 2021년에도 125억 원의 연매출로 빅4 제품 중 유일하게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률(12.6%↑)을 기록, 선방했다는 평가다. 다만, 올해는 1~2분기 합산 매출이 59억 원에 그치고 있어 현재로선 연매출 기록 갱신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초고령화사회 진입과 코로나19 팬데믹 등을 계기로 최근 몇 년간 고함량비타민 시장이 급속하게 팽창했으나 이제는 그 동력이 다했다고 보고 있다. 새롭게 시장에 끌어들일 신규 수요가 한계에 다다랐다는 것.

전체 시장 규모가 이처럼 완숙기에 접어든 양상이 뚜렷해지며 향후 점유율 확보를 위해 상위사 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란 의견에 점차 힘이 실리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장기화와 개인 건강 및 면역 등에 대한 관심이 지속되고 있는 상황에서도 지난해와 올해 상위 고함량비타민제의 실적이 주춤하고 있다는 것은 그간 고성장을 이끌던 잠재적 수요가 바닥을 보였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며 “전체 시장 규모가 이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고 보여지는 만큼 향후 시장 주도권을 지키기 위한 각 업체의 공격적인 영업·마케팅 활동이 더 격화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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