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초음파・MRI 등 건강보험 급여 '축소' 시동
영상의학회 “현 정부 방향은 공감…후폭풍 관리방안 필요”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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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윤석열 정부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이른바 문재인케어에 대한 손질에 나서자 영상의학 전문가들이 건강보험 급여 축소 필요성은 인정하면서도 급격한 추진은 현장 혼란을 가중하는 만큼 정책 홍보 등 후폭풍에 대한 관리 방안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영상 판독 수가와 관련해 행위 가산료 형태로 보상하되 재원은 산업자원부가 부담해야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2017년 62.7%였던 건강보험 보장률을 2022년에는 70%까지 확대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시행을 발표했다. 이후 2018년부터 초음파와 자기공명영상(MRI)을 단계적으로 급여화해 환자 부담을 낮췄다.

하지만 뇌·뇌혈관 MRI 재정 지출은 지난해 연 2,053억 원 목표 대비 123.2% 수준인 2,529억 원, 하복부·비뇨기 초음파 재정 지출은 연 499억 원 목표의 137.2%에 달하는 685억 원으로 나타나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적신호가 켜졌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감사원은 지난 4월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뇌 MRI 등 건강보험 보장 확대 항목의 심사 부실로 의료비가 과다 지출된 문제점을 확인했다’고 보고하는 등 문재인케어의 재정 낭비를 지적했다.

여기에 더해 국회예산정책처는 건강보험 수입은 연평균 7.2% 증가하지만 지출은 2024년 100조 원 돌파 후 연평균 8.1%씩 급증해 결국 2025년부터는 적립금이 고갈돼 매년 수십조 원 적자가 쌓일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정부는 최근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 등 유관기관과 ‘필수의료 확충을 위한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추진단)’을 발족하고 문재인케어를 재점검하기로 했다.

이와 관련 대한영상의학회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에 공감을 표했다. 문재인케어가 시행되기 이전부터 학회가 주장했던 내용이라는 것이다.

최준일 영상의학회 보험이사는 20일 코엑스에서 열린 학술대회(KCR) 간담회에서 “문재인케어로 MRI, 초음파 급여가 빠르게 확대됐으나 처음부터 학회는 문재인케어를 찬성하는 입장은 아니었다”며 “도덕적 해이(모럴해저드)와 가수요가 폭발해 재정 수요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점을 꾸준히 주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는 의료계 전반의 의견이었고 대한의사협회도 마찬가지였다”며 “재정 수요 문제 등 예상했던 부작용이 현실화된 지금이라도 브레이크를 밟는 것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다만, 학회는 정책 변화에 따른 적절한 사후 조치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최준일 이사는 “급여 범위를 다시 축소하게 될 경우 최근 수년 동안 급여 적용을 받았던 환자들이 선별급여나 비급여로 돌아가야 한다는 의미인데 이는‘줬다 뺏는 것’으로 실제 의료 현장에서는 환자와 의료진의 마찰이 커질 수 있다”며 “이는 환자를 직접 마주해야 하는 의료진 입장에서는 가장 큰 부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문재인 정부는 MRI, 초음파 등 급여할 때마다 버스, 라디오 등 미디어를 활용해 적극적으로 광고하며 알린 바 있다”며 “윤석열 정부도 급여 범위를 축소할 것이라면 ‘건강보험 재정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분야에 대해 급여하지만 그렇지 않은 분야는 본인부담금이 늘어난다’는 내용을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홍보하는 등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영상의학회는 최근 의료계 가장 큰 화두인 필수의료 활성화 정책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특정 과를 필수의료로 정의하기 보다는 우선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와 함께 전체 과를 대상으로 세부적인 접근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황성일 의무이사는 “필수의료에 대한 정의 자체가 모호하다”며 “의료법상 종합병원 설립을 위해서는 내과, 외과, 산부인과, 소아과, 마취과, 영상의학과 등을 개설해야 한다. 그렇다면 이들 모두 필수 과목이라고 봐야 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이어 “현대의료는 다학제적 진료가 필요하다. 필수의료 과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라 과 안에서도 필수의료인 영역이 있고 아닌 영역이 있는 것”이라며 “전문과목별 접근이 아닌 영역별 세부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영상의학과는 직접 환자 진료를 하지는 않지만 진단과 치료, 합병증 등의 문제로 종합적인 차원에서 치료에 참여하고 있다”며 “필수의료에 필요한 근간의 역할을 상당히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최근 진행되고 있는 필수의료 논의에 빠져 있는 부분은 상당히 아쉽다. 영상의학과도 필수의료 대책 논의에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 "AI 영상 판독, 세부 분류에 따라 가산료 지급 가능해"

이날 영상의학회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인공지능(AI) 영상 판독 수가에 대해서도 입장을 밝혔다. 기업별 기술을 하나의 행위로 등재하면 끝이 없는 만큼 의료기술 분류에 따라 가산료 형태로 지급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준일 보험이사는 “최근 AI 영상의학 분야 의료행위 등재와 급여 여부가 이슈인데 기업별 기술을 하나의 행위로 등재하면 걷잡을 수 없다. 환자에게 이익이 있다는 전제 하에 의료기술 분류에 따라 가산료 형태로 지급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까지 나온 AI는 단독으로 판독하기에는 한계가 있고 단기간에 사람 의사를 대체하기도 어려워 보인다”며 “오히려 AI가 의사의 업무량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가짜 병변을 많이 표시하면서 판독 시간이 늘어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상대가치 평가 시스템 안에서 보상 재정을 기존의 영상 판독 파이에서 떼어내 AI한테 주는 것은 반대”라며 “또한 AI 판독 보상에는 찬성하지만 그 재원을 어디서 마련할지는 고민해야 한다. 건강보험 재정으로 지급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만큼 산업 활성화와 수출 증진 차원에서 고려했을 때 산업자원부에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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