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출률 감소 만성심부전 2020년 첫 허가에도 급여 ‘무소식’
5월 허가 확대 자디앙 이어 포시가도 박출률 무관 효과 확인
포시가 박출률 무관 적응증 획득하면 ‘급여 급물살’ 예상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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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만성심부전 적응증 분야에서 영역을 넓히고 있는 SGLT-2 억제제. 국민건강보험 적용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을까. 아직 진행이 더디지만,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성분명 다파글리플로진)의 박출률 보존 심부전 적응증 확대를 기점으로 속도를 낼 것으로 예상된다.

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SGLT-2 억제제의 만성심부전 적응증에 대한 건보 급여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포시가의 박출률 보존 심부전 적응증 허가를 기다리는 모양새다.

지난 2015년부터 심혈관계 혜택이 있는 당뇨병 치료제로 글로벌 시선을 모았던 SGLT-2 억제제는 2020년 이후 당뇨 무관 심부전 치료제로 자리 잡고 있다.

포시가는 2019년 유럽심장학회(ESC) 연례학술대회에서 박출률 감소 심부전 환자 4700여 명이 참여한 DAPA-HF 연구결과를 발표하며 SGLT-2 억제제 최초로 심부전에 대한 효과를 입증했다.

기존 표준요법에 포시가을 추가했을 때 위약 대비 심혈관 사건으로 인한 사망 또는 심부전 악화의 복합 결과에 대한 위험을 26% 감소시킨 것. 심부전 악화 위험은 30%, 사망 위험은 18% 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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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결과를 기반으로 포시가는 2020년 미국, 유럽을 비롯해 국내에서도 당뇨병과 관계없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 적응증을 허가받았다.

이후 2020년 ESC 연례학술대회에서는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성분명 엠파글리플로진)의 박출률 감소 심부전에 대한 효과·안전성을 평가한 EMPEROR-Reduced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3700여 명이 참여한 EMPEROR-Reduced에서 자디앙 역시 위약 대비 심혈관계 사건으로 인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의 복합결과 위험을 25%,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 위험 30% 감소 결과를 확인했다.

2021년 미국에 이어 유럽에서 자디앙 역시 박출률 감소 심부전 적응증을 획득했고, 국내 적응증 승인도 같은 해 11월 이뤄졌다.

여기까지였다면 이미 SGLT-2 억제제는 박출률 감소 심부전 적응증으로 급여권에 진입했을 가능성이 높다. 포시가는 2021년 8월 급여를 신청한 상태였고, 자디앙까지 허가되면서 함께 절차를 진행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내 허가 직전 발표된 자디앙의 박출률 보존 심부전 임상 결과였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전체 심부전의 절반에 가까운 비율을 차지하지만, 마땅한 치료 옵션이 없어 치료에 어려움이 있었다.

2021년 8월 열린 ESC 연례학술대회에서 자디앙의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에 대한 임상인 EMPEROR-Preserved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5700여 명이 참여한 이 연구에서 자디앙은 위약 대비 심혈관 사건으로 인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의 복합결과 위험을 21% 낮췄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서 위약 대비 유의한 결과를 얻은 최초의 연구다.

EMPEROR-Preserved 연구 결과에 학계의 찬사가 이어졌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 적응증 획득이 유력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이에 한국베링거인겔하임은 3개월 뒤 국내에서 박출률 감소 심부전 적응증 허가를 획득하고도 급여를 신청하지 않았다. 박출률 보존 적응증을 획득한 뒤 심부전 전체를 묶어 급여를 신청하기 위해서다.

≫ 늦어진 자디앙 급여신청…포시가, 보존 허가 후에야 급여절차 속도 낼 듯

자디앙이 급여신청을 하지 않으면서 SGLT-2 억제제의 심부전 급여권 진입은 미뤄졌다.

결국 베링거인겔하임은 올해 5월 국내에서 박출률 보존까지 심부전 전체를 커버하는 적응증을 획득한 후 급여를 신청했다.

하지만 여전히 급여 절차는 진행되지 않고 있다. 이제는 포시가의 박출률 보존 적응증을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8월 포시가는 박출률 보존 또는 소폭 감소된 환자 6,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DELIVER 임상 연구 결과를 올해 ESC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했다.

포시가 역시 자디앙과 마찬가지로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에게 효과를 입증했다. 심혈관계 사건으로 인한 사망 또는 심부전으로 인한 입원의 복합결과 위험을 위약 대비 18% 낮춘 결과였다.

포시가까지 박출률 보존 심부전에 대한 효과가 입증됐다면 이제 당국은 박출률 감소 심부전 적응증을 따로 떼어내 급여 심사를 할 이유가 없다. 포시가의 전체 심부전 적응증 획득 이후 묶어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디앙의 경우 2021년 8월 ESC 박출률 보존 연구 발표 이후 5개월여만에 미국 허가를 획득하고 6개월 차에 유럽 허가, 8개월에 국내 허가를 획득한 바 있다.

포시가의 경우에도 큰 차이를 보이지는 않거나, 자디앙의 선례가 있는 적응증이기에 좀 더 빠른 허가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포시가의 박출률 보존 심부전 적응증 허가만 이뤄진다면 SGLT-2 억제제 급여 절차는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

SGLT-2 억제제의 경우 당뇨병 치료제로 급여권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기존 급여기준 적응증을 확대하는 절차인데 이는 신약의 신규 급여권 진입보다 수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신약의 경우 약가와 급여 기준에 대한 정부와 제약사의 이견을 좁히는 것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당뇨병 치료제로 사용돼 온 SGLT-2 억제제는 심부전 임상연구 용량 보험상한가 기준 포시가 10mg 760원, 자디앙 10mg 660원으로 책정돼 있다.

옵션이 없던 분야에서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가진 신약의 약가라고 생각할 때 상당히 낮게 형성돼 있는 것.

게다가 글로벌 가이드라인은 박출률 감소 심부전 치료에 SGLT-2 억제제 강력하게 권고하고 있고, 대한심부전학회에서 올해 7월 발표한 가이드라인에서는 박출률과 무관하게 만성심부전에서 SGLT-2 억제제를 가장 높은 등급으로 권고하고 있다.

SGLT-2 억제제 업계 관계자는 “최근 몇 년간 만성심부전에서 SGLT-2 억제제가 주목할 만한 결과를 잇달아 내놓으며 국내에서도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SGLT-2 억제제 업체 양사와 당국과의 입장이 얽히며 급여 적용은 지연되고 있다. 포시가까지 만성심부전 전체 적응증을 획득한다면 급여 절차는 속도를 낼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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