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 어린이집 방문한 尹 ‘아나바다’・ ‘0~5세 보육’ 몰라
野 “아이 발달도 모르는데 무슨 보육정책이냐”…‘보육 참사’ 규정
與 “대통령 발언 수고스럽다 의미로 얘기한 것…침소봉대” 맞대응
與 강기윤 의원-野 김원이 의원 막말 고성 오가며 결국 ‘정회’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ㆍ서영석ㆍ김원이 의원
▲ (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 더불어민주당 남인순ㆍ서영석ㆍ김원이 의원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시작된 가운데 대통령의 ‘말’ 때문에 국감 첫날부터 막말과 고성이 오가며 파행을 빚었다. 지난달 27일 열린 보건복지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뉴욕 방문 중 불거진 ‘비속어’ 논란으로 파행된 데 이어 두 번째다.

이번 국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7일 세종시 한 어린이집을 방문해서 한 발언을 두고 더불어민주당은 ‘보육 참사’로 규정하고 맹공을 퍼부었으며 여당은 대통령 발언을 두고 ‘침소봉대’한다고 맞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막말과 고성이 오가며 결국 오전 국감은 한때 파행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5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2022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세종시 어린이집 발언이 화두로 떠올랐다.

당시 윤 대통령은 “어린 영유아들은 집에만 있는 줄 알았더니 아기들도 여기에 오는구나. 두 살 안 되는 애들도. 6개월부터 그래도 걸어는 다니니까”라고 발언하는가 하면 어린이집 관계자에게는 ‘아나바다(아껴 쓰고 나눠 쓰고 바꿔 쓰고 다시 쓰기)’의 뜻을 물어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외교 참사에 이어 보육 참사’라며 맹공을 퍼부었다.

더불어민주당 남인순 의원은 이날 국감에서 “0~1세 24개월 이하 영유아 총 37만2,000명이 보육받고 있다. 이 아이들이 모두 집에 있는 아이들이 맞나”라며 “기사 댓글에 ‘영유아도 어린이집을 다니는 건 나라를 이끄는 사람이 알아야 하는 기본이다’, ‘아이들 발달도 모르는데 무슨 정책을 알아요’라는 등 국민은 답답한 심정”이라고 지적했다.

같은 당 서영석 의원도 “어린이집에 방문해 ‘얘네들은 뭐예요’라고 학부모 앞에서 얘기하는걸 보면서 대통령이 이렇게 무지한 발언을 해도 되나 싶었다”며 “외교 현장에서 ‘이 XX’라 얘기한 게 떠올랐다. 이거야말로 국민이 부끄러운 일이다. 외교 참사에 이은 보육 참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아이들을 집에 두면 저절로 자라고 입학하는 줄 아는 대통령이 6개월부터 떨어지기 싫어서 우는 아이들 두고 직장으로 떠나는 부모를 이해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할 수 있겠나”라고 꼬집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행사 전 복지부가 준비한 보고서를 제대로 확인하지 않아 벌어진 논란이라는 지적도 제기됐다.

민주당 김원이 의원에 따르면 복지부는 대통령의 어린이집 방문을 앞두고 ‘영유아 부모 및 어린이집 보육교직원과의 만남 행사(안)’이라는 제목으로 12쪽에 달하는 행사 자료를 만들었다.

이 자료에는 대통령의 동선과 문답, 물어볼만한 추천 질문까지 수록돼 있었으며 이번에 문제된 ‘아나바다’의 뜻과 ‘0~5세 영유아 교육’에 대해까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김원이 의원은 “현장 이해가 부족한 상태에서 현장 소통을 시도해서 그런 것인지 대통령이 현장에만 가면 역효과가 발생하고 사회적 논란이 양산돼 지지율 하락으로 연결된다”며 “대통령 발언이 왜 실언인지 이 보고서와 행사를 통해 고스란히 드러났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외교참사에 더해 보육에 무지한 대통령의 무지와 실언이 국민을 더욱 지치게 하고 있다”며 “주무부처가 정성껏 작성한 보고서를 대통령과 대통령실이 제대로 읽는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야당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어린이집 방문 발언을 두고 ‘보육 참사’라며 맹공격하자 여당 의원들은 단체로 반발했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은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대통령의 발언을 가지고 외교 참사, 보육 참사라 하는데 대통령 뜻은 부모와 보육교사에게 정말 ‘수고하는구나’ 하는 의미로 얘기한 건데 그걸 꼭 짚어서 ‘0~2세 보육을 모른다’, ‘아나바다를 모른다’며 지엽적으로 침소봉대하고 있다”며 “국감장에서 아무 관련이 없는 내용을 가지고 정쟁을 하는지 제지해달라”고 반발했다.

그러자 김원이 의원은 “강기윤 의원의 발언은 명백하게 선을 넘었다”며 “동료 의원이 복지부를 상대로 질의한 내용에 대해 왜 품평을 하느냐. 그런 발언은 본인 질의 시간에 복지부를 옹호하든 설명하든 하라”고 반박했다.

이 과정에서 강 의원이 거 김 의원의 발언 시간에 거듭 항의하자 김 의원이 “좀 가만히 계세요”라고 말했고 이에 강 의원은 “니나 가만히 계세요”라고 받아치면서 두 의원 간 고성 섞인 설전이 벌어졌다.

두 의원 간 “동료 의원한테 니나라니요. 사과하세요”, “훈계하지마” 등 막말과 고성이 오갔다.

결국 정춘숙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은 감사 진행을 중지하는 정회를 선언했다.

이날 국감은 중지된 지 2시간 30분이 지난 2시 20분쯤 재개됐고 강기윤 의원이 자신의 발언에 대해 사과하면서 논란은 일단락 됐다.

강 의원은 국감이 속개하자 “적절하지 않은 표현들, 개인의 감정을 자극하는 발언으로 정회된 데 대해 굉장히 죄송하다. 김원이 의원에게도 굉장히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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