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대비 시장 영향력 급감…신규 투자금 유입 감소 뚜렷
대세는 배터리·게임·엔터테인먼트…시총 20위권 내 12곳 포진
얼어붙은 증시에 섹터 신뢰성은 바닥…‘옛 영광 되찾기’ 요원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코스닥 시장에서 제약바이오의 입지가 2년여 만에 크게 약화됐다. 지난해를 기점으로 수익성과 성장성을 겸비한 배터리 및 게임·엔터테인먼트 관련주에 완전히 주도권을 내주며 이제는 시가총액 순위 상위권 명단에서 찾아보기도 쉽지 않게 됐다. 현재 제약바이오 업황이 장기 침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데다 증시 전반의 투자 심리마저 크게 위축돼 있는 상태라 옛 영광을 되찾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서 제약바이오 섹터의 비중이 빠른 속도로 축소되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탄소 중립 정책이 강화되고, 팬데믹에 따른 개인 여가 활동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배터리 및 게임·엔터테인먼트 관련 기업들이 무섭게 치고 올라온 반면 제약바이오 업체는 코로나19 이슈 소멸 이후 새로운 모멘텀 확보에 실패하며 투심을 붙잡아 두는 데 실패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 20위권(10.7 기준)에는 에코프로비엠(2위) 엘앤에프(3위), 에코프로(6위), 천보(11위), 더블유씨피(20위), 성일하이텍(19위) 등 배터리 관련주가 6곳, 카카오게임즈(5위), 펄어비스(7위), JYP Ent.(10위), 스튜디오드래곤(12위), CJ ENM(14위), 에스엠(17위) 등 게임·엔터테인먼트 관련주가 6곳으로 과반을 넘게 차지하고 있다.

반면 제약바이오 업체는 올해 초까지만 해도 순위권에 있던 씨젠이 20위권 밖으로 밀려나며 셀트리온헬스케어(1위), HLB(4위), 셀트리온제약(8위), 알테오젠(15위), 에스티팜(16위) 등 5곳에 그쳤다.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20년(12.30 종가 기준) 코스닥 시가총액 순위에서 1~5위까지 모두 제약바이오기업(셀트리온헬스케어, 셀트리온제약, 씨젠, 알테오젠, 에이치엘비 순)이 차지하고, 총 8곳(제넥신 11위, 메드팩토 14위, 휴젤 15위)이 20위권에 이름을 올렸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약 2년여 사이에 격변이 일어난 셈이다.

이에 따라 지난 2020년 전체 코스닥 시장(385조5,830억 원)에서 14.56%에 달했던 20위권 내 제약바이오 업체의 시가총액(8개 업체 56조1,400억 원) 비중도 현재(10.7 종가 기준)는 6.48%(5개 업체 20조8,100억 원/코스닥 전체 시가총액 320조7,970억 원)까지 쪼그라든 상태다.

더 큰 문제는 시총 상위 제약바이오 업체의 주가 하락세가 그간 증시 전반의 조정세를 훌쩍 뛰어넘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코스닥 시총 순위 20위권에 든 제약바이오 업체 시총 중 셀트리온헬스케어(10조5,230억 원)와 셀트리온제약(2조3,890억 원)이 차지하는 비중이 절반을 넘어서고 있는 만큼 이들이 크게 흔들릴 경우 충격은 배가될 수 있다.

이처럼 중심을 잡아줘야 할 시총 상위사들마저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제약바이오 섹터에 대한 투심의 외면이 시장 전반에 확산할 것이란 우려가 점차 커지고 있다. 금리 인상 여파로 투자 환경이 급격히 악화된 상황에서 수익성과 성장성이 흐릿한 업종에 굳이 배팅할 이유가 없다는 것.

실제로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제약바이오에 유입된 신규 투자금은 6,758억 원으로 전년 동기(8,066억 원) 대비 16%가 감소했다. 투자자들이 더 이상 매력적인 투자처로 느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최근 10년간 제약바이오가 시장에 유입된 신규 투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이며 외형을 빠르게 키워왔지만 그간 투입된 비용 대비 결과물은 거의 전무한 수준”이라며 “그간 100여 곳에 달하는 업체가 기술특례상장으로 증시에 입성했는데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고, 지난 2년간 시장의 큰 관심을 받았던 코로나19 사업마저도 대부분 실패로 돌아가면서 투자자들의 불신이 극에 달한 상황이다. 지금처럼 제약바이오 업체들이 수익성과 성장성 등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다면 배터리 및 게임·엔터테인먼트 업체에 빼앗긴 코스닥 시장에서의 주도권을 다시 되찾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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