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위 국감서 “보고 못 받아·언론서 봤다” 등 불성실한 답변 일관
野, 질병청 별도 국감 제안・백경란 청장 해임 촉구 결의안까지 거론
與 “백 청장 진정성・책임감 없어…대통령・정부에 부담 주지 말라”

▲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왼쪽),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왼쪽),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무성의한 태도가 올 국정감사 내내 도마에 오르면서 여야 국회의원 가릴 것 없이 질타를 받고 있다. 백 청장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보건복지부・질병관리청 국정감사에서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했기 때문이다.

야당에서는 백경란 청장의 거취까지 거론하며 질병관리청의 별도 국감까지 제안하기에 이르렀다. 급기야 대체로 정부 입장을 배려하며 방어하는 여당에서도 백 청장의 답변에 진정성과 책임감이 없다며 맹공을 퍼부었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6일 보건복지부와 질병관리청을 대상으로 2022년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코로나19 등 질병 관련 사무를 관장하는 기관의 장임에도 불구하고 백경란 청장은 관련 질의에 직분을 잊은 듯한 답변을 내놓은 것이다.

시작은 더불어민주당 최종윤 의원이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었던 ‘백신 피해 국가책임제’에 대해 물었을 때부터였다.

최종윤 의원은 “윤 대통령이 문재인 정부를 신랄하게 비판하면서 백신 피해를 반드시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말씀하신 것 아느냐”는 질의에 백경란 청장은 “언론에서 봤다”, “공약은 제가 판단해야 할 부분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던 만큼 적어도 내용을 꿰뚫고 있어야 하는 백 청장이 이 같이 답변한 것이다.

백 청장의 이 같은 태도는 참고인 증언이 이어졌던 오후 질의에서도 계속됐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이 지난해 10월 코로나19 백신을 맞고 숨졌지만 질병청으로부터 인과성이 없다고 판단 받은 A군의 사례를 언급하며 “A군의 사례는 부모가 공개를 반대했는데 왜 공개했느냐”고 물었는데 백 청장은 “그 부분에 대해서는 보고 받지 못했다”고 답했다.

여기에 더해 “A군의 사례에 대해 질병청이 ‘접종 전 발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는 강 의원의 질의에는 “언론에서 봤다”고 말했다.

특히 코로나19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가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해줘야 한다는 법원의 판결에 대해 질병청이 항소한 이유를 묻는 질의에는 “제가 보고받기로 의학적 인과성 관계와 관련해 자료를 보충할 필요가 있어서 진행한 것으로 안다”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 같은 백 청장의 답변에 여야 의원 모두 강하게 질타했다.

더불어민주당 신현영 의원은 “질병청장은 ‘유체이탈 화법’을 빨리 교정하기 바란다”며 “그런 모습들이 현 정부의 인사 무능으로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백 청장에게 “본인이 백신 피해 보상 판결에 대한 항소를 결정한 거죠. 이에 대해서 재검토 한다는 거죠”라고 재차 확인하며 “그 결과를 꼭 피드백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같은 당 전혜숙 의원은 “청장이 언론을 보고 내용을 알았다는 답변을 하면 안 된다. 질병청장의 답변 태도가 불성실하다”며 “여야 간사와 복지위원장은 국정감사가 끝나기 전에 백 청장의 거취에 대해서 논의해 달라”고 요구했다.

같은당 한정애 의원도 “질병청장이 보고받지 않아서 답변을 못하겠다는 것은 책임을 지고 있는 사람의 답이 아니라고 본다”며 “언론에서 봤다는 등 ‘강 건너 불구경’을 하는 것도 아니고, 질병청장이 맞나? 최소한 파악해보겠다고 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복지위원장인 정춘숙 의원은 “‘보고받은 바 없고 언론을 통해서 알았다’고 이야기하면 안 된다”며 “언론 보고 알았다고 하는데 청장 모르게 일을 진행한 실무자를 밝혀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급기야 백 청장의 거취 문제와 함께 별도의 질병청 국정감사를 추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강훈식 의원은 “정책 질의와 국감을 질병청으로부터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르렀다고 판단했다”며 “심지어 언론을 통해 중요한 국가 정책을 봤다는 게 국감장에 나온 청장의 답변이란 것에 많은 의원들의 질타가 있었다. 이 정도면 해임촉구 결의안을 해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틀간 국감을 하면서 제대로 된 정책 질의가 과연 몇 건이나 있었고 질병청장이 몇 마디 대답을 했는지 한번 판단해볼 필요가 있다”며 “공식적으로 질병청 국감을 하루 더 추가해 별도로 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백 청장의 이 같은 태도에 여당인 국민의힘도 사실상 방어를 포기했다. 급기야 여당 의원까지 백 청장의 태도를 지적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조명희 의원은 “지난 2년간 야당을 하다 올해 여당 입장에서 마음 편하게 국감을 하겠다 싶었는데 청장 때문에 마음이 무겁고 속상하다”며 “목소리부터 고쳐야 한다. 말투가 그게 뭐냐. 국감 받으러 온 청장이 말투가 그렇게 쌀쌀맞으면, 뺀질하면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책임감도 없어 보인다. 책임감 있게 힘줘서 해야 한다. 자세 역시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윤석열 대통령, 정부, 여당에 부담주지 말고 지금부터라도 빨리 적응해서 임해달라”고 질타했다.

이처럼 여야 모두 백 청장에게 쓴소리를 내뱉은 가운데 백경란 청장에 대한 거취 문제에 대해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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