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올해 증시 입성 기업 주가 폭락…대다수 공모가 하회
결과물은 없고 실패만…한층 까다로워진 기업가치 평가 잣대
대외 악재 해소 및 시장 신뢰 회복…분위기 반전 ‘핵심 열쇠’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천신만고 끝에 증시에 입성한 제약바이오기업이 투자자들의 철저한 외면을 받는 모양새다. 대다수가 이렇다 할 반등없이 장기간 주가 하락이 지속되면서 공모가를 하회하고 있다. 올해 들어 짙어진 제약바이오 섹터의 조정 분위기에 금리 인상 이슈까지 더해진 것이 투자 심리를 급격히 위축시켰다는 분석이다. 기업공개를 통한 자금 확보가 갈수록 어려워지면서 제약바이오 섹터의 성장 토대가 근본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까닭이다.

작년과 올해 기업공개에 성공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시장 기대치가 바닥을 찍고 있다. 대다수가 하락 추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며 공모가를 웃도는 곳을 손에 꼽을 정도다.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상장 소식만 들리면 해당 업체에 돈이 몰리고, 주가가 급등한 사례가 적지 않았던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격세지감이다.

실제로 지난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공모가 3만2,000원→10.7 종가 7,990원),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공모가 1만2,400원→10.7 종가 3,635원), 네오이뮨텍(공모가 7,500원→10.7 종가 3,965원), 바이오다인(공모가 3만 원→ 10.7 종가 2만1,000원), SK바이오사이언스(공모가 6만5,000원→10.7 종가 7만2,500원), 라이프시맨틱스(공모가 1만2,500원→10.7 종가 4,520원), 에이치피오(공모가 2만2,200원→10.7 종가 7,420원), 진시스템(공모가 2만 원→10.7 종가 6,820원), 에이디엠코리아(공모가 3,800원→10.7 종가 2,200원), 에스디바이오센서(공모가 5만2,000원→10.7 종가 2만6,950원), 큐라클(공모가 2만5,000원→10.7 종가 1만2,650원), HK이노엔(공모가 5만9,000원→ 10.7 종가 3만2,950원), 한컴라이프케어(공모가 1만3,700원→10.7 종가 6,860원), 딥노이드(공모가 4만2,000원→ 10.7 종가 1만1,880원(100% 무상증자 적용 전 주가)), 바이젠셀(공모가 5만2,700원→10.7 종가 1만3,960원(100% 무상증자 적용 전 주가)), 에이비온(공모가 1만7,000원→10.7 종가 8,000원), 바이오플러스(공모가 3만1,500원→10.7 종가 2만9,100원), 프롬바이오(공모가 1만8,000원→10.7 종가 8,440원), 차백신연구소(공모가 1만1,000원→10.7 종가 5,000원), 지니너스(공모가 2만 원→10.7 종가 7,245원(200% 무상증자 적용 전 주가)), 툴젠(공모가 7만 원→10.7 종가 6만8,300원) 등 21개 제약바이오 업체가 증시에 입성했는데 이 중 현재 주가가 공모가를 상회하는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이러한 흐름은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애드바이오텍(공모가 7,000원→10.7 종가 3,960원), 바이오에프디엔씨(공모가 2만8,000원→10.7 종가 1만6,550원), 노을(공모가 1만 원→10.7 종가 4,995원), 보로노이(공모가 4만 원→10.7 종가 2만2,800원)가 하반기 들어서는 루닛(공모가 3만 원→10.7 종가 2만2,400원), 에이프릴바이오(1만6,000원→10.7 종가 1만2,550원), 알피바이오(공모가 1만3,000원→10.7 종가 1만6,050원), 선바이오(공모가 1만1,000원→ 10.7 종가 1만300원) 등 8개 업체가 상장됐는데 알피바이오의 주가만이 유일하게 공모가를 넘어선 상태다.

이처럼 기업공개를 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은 제약바이오기업의 주가 흐름이 악화일로를 걷는 배경에는 국내 증시를 뒤흔들고 있는 금리 인상 이슈와 올해 들어 본격화된 코로나19 비즈니스 거품 붕괴가 자리 잡고 있다는 게 중론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현 하락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기업가치를 가늠하는 데 있어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성장성과 수익성 지표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기업들마저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일주일 새 상장된 알피바이오와 선바이오는 바이오벤처로는 드물게 안정적인 실적 기반을 보유한 데다 보수적인 공모가 책정으로 시장에서 주목을 받았으나 주가가 힘을 받지는 못했다.

지난달 29일 코스닥에 입성한 알피바이오는 공모가(1만3,000원) 대비 48.46% 오른 1만9,300원의 시초가를 형성하고, 장중 한 때 2만 원을 넘어서기도 했지만 종가는 1만8,300원으로 마감했다. 현재 주가(10.7 종가 기준)는 상장 당일 종가 대비 12.3% 하락한 1만6,050원에 머물러 있는 상태다.

선바이오는 상장 첫날인 이달 5일 12.03% 하락해 곧바로 공모가(1만1,000원) 밑으로 주가가 내려갔다. 현재 주가(10.7 종가 기준)는 상장 당일 종가(1만600원) 대비 2.8% 하락한 1만300원에 그치고 있다.

두 업체가 1,518대 1, 186대 1의 일반 청약 경쟁률로 각각 2조9,605억 원, 1,600억 원의 청약증거금을 끌러 모았던 것을 감안하면 실망스러운 증시 데뷔 성적표다.

업계에서는 그간 큰 기대를 받으며 상장됐던 업체 상당수가 눈에 띄는 성과보다 실패 사례를 압도적으로 많이 쌓아오면서 투자자의 기업가치 평가 기준이 과거보다 한층 까다로워진 것이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내는데 한몫했다고 보고 있다.

증권가 관계자는 “샤페론과 플라즈맵도 이달 중 상장이 예고돼 있는데 먼저 증시에 입성한 업체와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일 가능성이 크다”며 “코로나 비즈니스 성과 부재를 계기로 국내 제약바이오의 연구개발 역량 및 사업성에 대한 불신이 그 어느 때보다도 커진 데다 미국 금리 인상 여파가 장기화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투심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돌파구가 마련되지 못하면 시장을 통한 투자금 확보→연구·개발 강화라는 선순환 구조는 무너질 것”이라며 “제약바이오 섹터의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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