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국고 지원 10년간 28조원 밀려, 명확한 법제화 필요
국고 지원 종료시 내년부터 건보료 매년 2만원 이상 인상 우려
전혜숙 의원, 건강보험 국고 지원 촉구 복지위 결의안 발의 제의
강도태 건강보험공단 이사장 “안정적 국고 지원 도움, 논의 적극 참여”

▲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강훈식・김원이・남인순 의원, 국민의힘 이종성・강기윤 의원, 더불어민주당 한정애・전혜숙 의원
▲ (왼쪽 상단부터 시계 방향으로)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 더불어민주당 강훈식・김원이・남인순 의원, 국민의힘 이종성・강기윤 의원, 더불어민주당 한정애・전혜숙 의원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건보 재정 국고 지원 근거 규정’이 올해 말로 끝날 예정인 가운데 이를 연장하고 일몰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건강보험 국고 지원이 28조 원이 밀려있는 데다 국고 지원이 종료될 경우 내년부터 매년 2만 원 이상의 건강보험료가 인상돼 국민한테 부담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안정적인 국고 지원이 건강보험 재정 운영에 도움되는 만큼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하겠다는 입장이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지난 13일 강원도 원주시 국민건강보험공단 본부에서 국민건강보험공단·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대한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이날 국감에서는 올해 끝나는 건강보험 국고 지원에 대한 질의가 집중적으로 이뤄졌다.

‘일몰제’는 법률의 효력이 일정 기간이 지나면 자동으로 없어지는 제도다.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국고 지원 규정은 해마다 전체 건강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20%를 건강보험에 지원하게 돼 있다.

구체적으로는 국민건강보험법상 국고 지원분은 보험료 예상 수입액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국민건강증진법의 건강증진기금 지원분은 예상수입액의 6%에 상당하는 금액이다.

이 같은 제도는 2007년부터 10년 일몰제로 운영됐다. 두 차례에 걸쳐 1년, 5년씩 연장돼 현재 유효기간은 2022년 12월31일까지다.

하지만, 실제 정부 지원 비중은 20%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올해 정부의 지원 금액은 총 10조4,992억 원으로 총 보험료 수입 대비 14.4%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문제는 내년이다. 일몰제 폐지로 정부 지원이 끊기면 가입자의 보험료는 매년 17.6%씩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 월 평균 보험료로 환산하면 2만 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복지위 국감에서 건강보험 재정 국고 지원에 대한 질의가 쏟아진 이유다.

더불어민주당 김원이 의원은 “국고 지원의 경우 일본은 23%, 프랑스는 62%이다. 우리가 프랑스만큼은 아니더라도 법적으로 정해진 20%라도 책임져야 한다”며 “올해는 코로나 환자들 때문에 병원 이용자가 급감해 재정이 절약됐지만 코로나가 안정되면 환자가 늘어나고 건강보험 재정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이에 대한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러한 부담이 국민들에게 전가될까 우려된다”며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정부 지원의 일몰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일몰제 폐지와 더불어 국가 지원 중 담배세에 의존하는 건강증진기금 부분의 6%에서 3%로 줄이고 국고 지원을 늘리는 법안을 내놨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남인순 의원은 “지난 10년간 정부가 국고 지원하기로 했던 20%를 지키지 못했다. 지원하지 않은 금액은 28조 원으로 추산된다”며 “법적으로 미비한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일몰제 폐지와 함께 미비한 문제들을 명확히 명시해 문제를 끝내야 한다”고 주문했다.

더불어민주당 강훈식 의원은 정부의 미비한 국고 지원에 대해 강하게 질타했다.

강훈식 의원은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돈이 없어서 치료를 못 받는 사람이 없도록 하는 것이 목표이고 지향점”이라며 “일몰제로 운영되는 건강보험 재정 국고지원 규정은 적당히 책임지려고 하는 비겁한 국가의 시스템”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까지 일몰제를 둔 것은 기획재정부 통제하에 보건복지부를 두기 위한 것”이라며 “전체 재정의 20%도 국민 건강을 위해 국가가 부담하지 않는 나라가 어떻게 이상향을 꿈꾸겠나. 일본은 40%를 국가가 부담하고 프랑스도 그렇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매번 반복된 악습이자 국가의 통제방식을 이제는 끊어야 한다. 여야가 힘을 모아 일몰제 폐지를 처리하면 좋겠다”며 “보건복지부 장관 역시 의지를 표명한 만큼 이를 구조적으로 완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대응 과정에서 진단과 예방접종 등에 투입된 건강보험 재정을 국고 지원으로 다시 채워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더불어민주당 한정애 의원은 “건강보험법상 건강보험 재정으로 가능한 것은 치료비 밖에 해당이 안 됨에도 불구하고 진단검사비, 신속항원검사비, 예방접종비, 감염관리지원금 등에 건강보험 재정이 투입됐다”며 “이 항목들은 사실 건강보험법이 정한 범위를 벗어나는 부분”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건강보험 재정 지출과 관련한 내용을 의결해서 가능하다고 답변했지만 건정심은 건강보험법에서 정하는 범위 내에서 안건을 심의하는 기구지 그 범위를 벗어난 것을 심의하는 기구가 아니다”라며 “심지어 건정심 위원들조차 국가의 책무를 왜 건강보험 재정에 떠넘기냐며, 상황이 급박하니 건강보험 재정으로 하되 나중에 국고 지원 증액을 통해 이를 메꿔 넣어야 한다는 부대의견을 달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8월 말 현재 기준 6조 원이 넘는 돈이 건강보험 재정에서 들어갔다. 그 재정은 다시 국고로부터 받아야 된다”며 “복지부는 국고를 어떤 방식으로 지원할 것인지, 내년 예산부터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에 대해서 대책을 수립해야한다”고 촉구했다.

정의당 강은미 의원도 “코로나19 팬데믹 상황과 지난 메르스 당시를 포함하면 10조 원이 넘는 금액을 건강보험 재정에서 지출했다. 건정심 심의도 없이 지출한 사례도 있다”면서 “건강보험 재정에 빨간불이 켜졌다. 정부가 부담해야 할 국고는 지급하지 않고, 코로나19 지원을 건강보험에 떠넘겼다. 일몰제가 아니라 법제화를 제대로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법률상 감염병 환자 진료 등 의료비용은 국고 부담이 원칙이며 건정심 의결을 거쳐 요양급여를 결정했다고 해도 이는 법령에 비춰봤을 때 위법 소지가 크다”며 “건강보험공단은 이 비용에 대해 소송이라도 해서 환수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당에서도 일몰제 폐지와 함께 건강보험 국고 지원에 힘을 보탰다.

국민의힘 이종성 의원은 “일몰제로 운영되는 한시법 탓에 국민건강보험에 대한 안정적인 재정 지원을 저해하고 있다”며 “현재 발의된 국민건강보험법 개정안을 통해 일몰제를 삭제하고 지원 근거 규정도 명확히 해 건강보험에 대한 안정적 재정 지원을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강기윤 의원도 “건강보험공단 직원들이 건강보험 재정의 국가 지원 근거에 대한 일몰제를 폐지해 달라고 하고 있다. 정부가 한시적으로 14% 정도 지원하고 있는데 대한 것”이라며 “그 정도로 건강보험 재정이 부족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더불어민주당 전혜숙 의원은 일몰제 폐지와 함께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차원에서 건강보험 재정 국고 지원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만들 것을 제안하기도 했다.

전 의원은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일몰제를 연장하고 법률로 명확히 만들겠다고 약속했다”며 “이를 명확하게 하기 위해 오늘 건강보험 재정에 국가가 20%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을 법률로 만들어 국민 개인의 보험료 부담을 덜어줄 수 있도록 결의안을 내자. 양당 간사들과 위원장은 의견을 취합해 달라”고 복지위에 제안했다.

이처럼 여야 의원들이 한 목소리로 일몰제 폐지를 촉구하고 있는 가운데 강도태 국민건강보험공단 이사장도 동의를 표하며 건강보험 국고 지원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강도태 이사장은 “연말에 일몰제가 만기 되는 만큼 올해 말까지 법이 개정돼야 한다”며 “안정적인 국고 확보를 위해 국고 지원 규정을 명확화하고 법 개정을 통한 한시적 지원 규정 폐지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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