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국내 제약바이오 종목 상반기 주식시장 리뷰
올 초 의약품·제약 지수 ‘역대급’ 대폭락…6월까지 계단식 하락
코로나 사업 성과 부재로 ‘거품론’ 확산…새 모멘텀 제시 ‘실패’
섹터 전반 퍼진 투자자 불신…‘결과물 없는 성장 허상’ 재확인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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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상반기 국내 제약바이오는 그 어느 때보다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코로나19 이후 상승을 주도하던 코로나 비즈니스에 대한 피로감이 누적되고, 엔데믹 가시화로 시장 분위기가 급속도로 냉각됐기 때문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대내·외 악재까지 증시 전반을 뒤흔들면서 지난 2년간 거대하게 쌓아 올렸던 외형은 걷잡을 수 없이 빠른 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올해 초 오미크론 변이 등장 이후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급증하면서 몇몇 코로나19 관련 기업들이 반짝 반등하는 모습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하락 추세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일시적인 실적 개선에 불과할 것이란 시장의 의구심을 해소할 중장기 성장 동력을 사실상 제시하지 못해서다. 그간 꾸준한 관심을 받았던 신약 연구개발 기업들 역시 눈에 띄는 성과를 내놓지 못하면서 조정의 골을 더 깊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제약바이오가 미래 성장성에 더 큰 가중치가 부여되는 산업이기는 하지만 시장의 기대치에 부합하는 결과물을 시의적절하게 내놓지 못하면 극심한 변동성에 직면하게 된다는 진리가 지난 2년간의 팬데믹 상황에서 다시 한 번 재확인됐다는 평가다.

≫ ‘하락 갭 메우기’ 시도조차 못한 제약바이오

국내 제약바이오는 지난 1월 유례없는 하락을 경험했다.

코스피 의약품 지수는 이 한 달 동안 20%(-20.36%)가 넘게 빠지며 1995년 1월(–24.87%) 이후 최악의 연초 성적표를 기록했다. 의약품 지수가 1월에 20% 이상 빠진 사례는 전산화가 시작된 1980년대 이후 두 번째다.

코스닥 제약 지수 역시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같은 기간 15.08%의 하락률로 2008년(-13.5%), 2021년(-13.15%)에 이어 역대 세 번째 1월 두 자릿수 하락률을 작성했다. 특히 올해 1월 지수 하락률은 코스닥 제약 지수가 처음으로 발표된 2001년 이후 최대 폭이었다.

상황이 이랬던 만큼 코스피 의약품 지수와 코스닥 제약 지수 구성 종목에 들어가 있던 제약바이오 기업의 주가는 그야말로 곤두박질쳤다. 52주 신저가가 속출했고, 코로나19 이전보다 시가총액이 감소한 기업들이 나타났다.

실제로 코스피 의약품 지수에 포함된 시가총액 상위 20개사 중 셀트리온(2020.1.2. 종가 23조1,010억 원→2022년 1.28 종가 20조 8,300억 원), 대웅제약(1조5,820억 원→1조5,120억 원), 한올바이오파마(1조9,040억 원→9,140억 원), 부광약품(8,930억 원→7,530억 원), 동아에스티(9,790억 원→5,520억 원), 일양약품(4,360억 원→4,280억 원) 등은 코로나19 이전인 지난 2020년 대비 시가총액이 감소했다.

코스닥 제약 지수에서도 삼천당제약(8,040억 원→7,820억 원), 메디톡스(1조7,480억 원→7,210억 원), 엔케이맥스(8,220억 원→6,850억 원) 등 3개사 역시 같은 기간 시총이 줄어들었다.

이후 일시적인 반등이 나오기는 했지만 추세 자체를 바꾸지는 못했다. 2분기까지 상승과 하락이 교차하는 박스권 장세 속에서 계단식 하락의 흐름이 뚜렷하게 나타났다. 즉 지난 2년간 급격하게 불려온 제약바이오 섹터의 외형이 거품이었다는 인식이 시장 전반에 확산됐다는 얘기다.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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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2년여간 높게 쌓아 올린 탑, 순식간에 ‘와르르’

2020년 초(1.2) 코스피 의약품 지수 구성 종목의 전체 시가총액은 76조5,460억 원에 불과했지만 코로나19 치료제·백신·진단키트 연구·개발 및 위탁생산 사업에 나선 업체들의 주가가 급등하며 불과 5개월 만에 100조 원(6.1 100조790억 원)을 돌파했다.

이 기세는 그해 내내 이어졌다. 6월 16일 120조 원(126조4,240억 원), 7월 22일 130조 원(134조2,330억 원), 9월 8일 140조 원(140조3,810억 원)의 벽을 순차적으로 뛰어넘었다. 9~10월 조정을 받으며 10월 27일 112조5,950억 원까지 내려앉았지만 11월부터 상승세가 시작되며 12월 18일 150조 원(150조4,980억 원) 벽도 뚫어냈다.

지난해 상반기에는 코로나19 관련 기업의 주가가 급등락을 거듭하며 그해 3월 10일 121조1,230억 원까지 주저앉기도 했으나 다시 상승 흐름을 타면서 8월 23일 167조6,930억 원으로 정점을 찍었다.

그러나 상승세는 거기까지였다. 시장의 주목을 받았던 코로나19 프로젝트 대부분이 상당 기간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관련 기업의 조정세가 본격화됐기 때문이다. 올해 1월 6일 130조 원(125조 8,086억 원)이 무너진 이후 21일(1.28)만에 110조 원(109조5,690억 원) 벽도 속절없이 무너졌다. 2월부터 6월까지 110~120조 원 박스권 속에서 반등을 모색하기는 했지만 글로벌 경제의 불확실성 증가로 이마저도 여의치 않았다.

코스닥 제약 지수 구성 종목의 시가 총액 추이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2020년 1월 2일 20조3,680억 원에서 7개월(8.6)여 만에 50조 원을 가볍게 돌파하고, 이듬해도 상승세가 지속되며 지난해 9월 2일 60조 원(60조 9,880억 원)고지를 밟기도 했다.

하지만 다음 달 6일 50조 원(48조9,090억 원)이 갑자기 무너지면서 연말까지 계단식 하락 장세가 이어졌다. 급기야 올해 2월 15일 시가총액은 40조 원(39조7,950억 원) 밑으로 내려앉았다. 이후 등락이 있기는 했지만 2분기가 끝나는 시점까지 40조 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상반기를 마무리했다.

≫ 코로나19 대체할 신규 ‘모멘텀 부재’ 속 투심 악화 증폭

그동안 제약바이오 섹터의 상승세를 주도했던 코로나19 이슈가 올해를 상반기를 기점으로 사실상 동력이 소멸했다는 것을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코로나 비즈니스의 미진한 성과와 오미크론 변이를 계기로 성큼 다가온 엔데믹의 기대감 등으로 인해 코로나19 관련 기업의 시장 평가는 갈수록 박해졌다.

특히 진단키트 대장주인 에스디바이오센서와 씨젠은 코로나19 최대 수혜 업체임에도 주가 하락 속도는 무서울 정도였다. 지난 2월 초 정부의 진단 체계 변경으로 일시적으로 급등세를 연출했지만 이러한 분위기는 얼마 가지 못했다. 백신 위탁생산 사업의 실적이 현재 진행형으로 반영되고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와 삼성바이오로직스 등도 투심의 외면을 받기는 매한가지였다.

상황이 이런 만큼 코로나19 사업의 가시적인 성과없이 기대감만으로 주가가 급등한 코로나19 백신·치료제 개발 업체들은 그야말로 속수무책이었다. 연구·개발 중인 코로나 프로젝트가 성공하더라도 이미 경쟁업체들이 다수 시장에 진입해 있어 사업성이 크게 훼손된 데다 만약 실패하게 된다면 그간 상승분을 지탱할 대안도 사실상 없기 때문이다. 시가총액이 빠르게 쪼그라들며 팬데믹 이전 수준으로 돌아가려는 경향이 가속화된 배경이다.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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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별 기업 연구개발 의지·역량 및 사업성 ‘의구심’ 증폭

이에 따라 코로나19 이슈가 향후 국내 제약바이오 섹터의 발목을 잡는 악재로 상당 기간 작용할 것이란 우려가 올해 상반기 시장 전반에 빠르게 확산하기 시작했다.

팬데믹 이후 적지 않은 기업이 코로나19 사업을 기업가치를 부풀리는 용도로 악용하고, 주가 급등 이후 지분 매각 등의 도덕적 해이 모습을 보여주면서 투자자들의 신뢰를 크게 갉아먹었다는 것.

이 영향으로 제약바이오 섹터의 주요 관심사인 신약 개발 업체를 바라보는 시선도 더욱 차가워질 것이란 비관론도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현재 증시에 상장된 바이오벤처의 신약 파이프라인 상당수가 임상 초기에 머물러 있는데 성공 여부를 떠나 회사의 연구개발 의지 및 역량, 사업성 등에 대한 근본적인 불신이 전방위적으로 확산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지난해 화려하게 증시에 입성했던 제약바이오기업 대부분은 올해 상반기 공모가를 한참 밑돌았다.

코스피 시장에는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공모가 3만2,000원) ▲한컴라이프케어(공모가 1만3,700원) ▲SK바이오사이언스(공모가 6만5,000원) ▲에스디바이오센서(공모가 5만2,000원) 등이 상장됐는데 올해 상반기 주가가 공모가를 넘어섰던 곳은 SK바이오사이언스뿐이었다.

코스닥에 상장된 업체의 주가 흐름 역시 최악이었다. ▲뷰노(공모가 2만1,000원)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공모가 1만2,400원) ▲라이프시맨틱스(공모가 1만2,500원) ▲진시스템(공모가 2만원) ▲큐라클(공모가 2만5,000원) ▲HK이노엔(공모가 5만9,000원) ▲딥노이드(공모가 2만1,000원) ▲바이젠셀(공모가 5만2,700원) ▲바이오플러스(공모가 3만1,500원) ▲지니너스(공모가 2만원) ▲네오이뮨텍(공모가 7,500원) ▲바이오다인(공모가 3만원) ▲에이디엠코리아(공모가 3,800원) ▲차백신연구소(공모가 1만1,000원) ▲툴젠(공모가 7만원) 등 14개 업체의 주가는 모두 공모가를 하회했다.

올해 기업공개에 나선 업체도 고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바이오에프디엔씨(2월/공모가 2만5,000원), 애드바이오텍(1월/공모가 7,000원), 노을(2월/공모가 1만 원) 등은 공모가를 넘어서지 못한 채 상반기를 마쳤다.

특히 이들 업체들은 작년에 상장된 제약바이오기업에 비해 공모가가 보수적으로 책정됐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제약바이오 섹터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얼마나 냉각돼 있는지 재확인할 수 있는 지점이다.

≫ 막대한 ‘피해 본’ 투자자…손실 복구는 ‘먼 얘기’

이에 따라 IPO 업체의 성장 잠재력을 보고 청약에 나섰던 투자자들의 피해는 막대했다. 특히 지난해 상장된 주식을 계속 보유한 주주들은 올해 상반기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하면서 손실액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청약이 아닌 상장 이후 해당 업체에 투자한 투자자들의 시름은 더 깊었다. 제약바이오 섹터의 호황이 지속되던 작년에 대다수 업체의 주가가 급등, 52주 신고가와 공모가의 차이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일하게 공모가 대비 주가가 높게 형성돼 있는 SK바이오사이언스의 주식을 52주 최고가(36만2,000원)에 매수하고, 6월 말까지 보유하고 있었다면 수익률은 무려 –72.2%에 달한다.

증권과 관계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국내 증시에서 제약바이오 섹터의 위상이 급격히 올라간 것은 사실이지만 실질적인 성과에 기반한 것이 아니라 막연한 연구개발에 대한 기대감이 상승세의 핵심 동력 역할을 했던 만큼 지난 2년여간의 성장은 그 토대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그간 주목을 받아왔던 코로나 비즈니스 대부분이 사실상 실패로 돌아가면서 여타 신약 개발의 성공 가능성 및 사업성 등에까지 시장의 불신이 점차 번져가는 모습이 뚜렷해지고 있다. 제약바이오가 미래를 먹고 사는 산업이기는 하지만 결과물을 내놓지 못하면 결국 제자리로 돌아가게 된다는 진리를 올해 상반기 다시 한번 재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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