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암제 키트루다 비소세포폐암·티쎈트릭 간세포암
킴리아·졸겐스마, 초고가 원-샷 치료제도 급여권
슈퍼항생제 저박사까지 지연 끝에 급여 트랙 진입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그간 국민건강보험 적용에 어려움을 겪던 치료제의 혈(穴)이 뚫린 2022년 상반기였다. 정부와 제약사의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지던 여러 굵직한 사안들이 상반기에 해결됐기 때문이다.

국내에서 최신 신약이 환자 접근성은 두 단계를 거친다. 신약이 국내에서 처방되기 위해서는 우선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승인하는 시판 허가가 이뤄져야 한다.

시판허가가 승인되면 회사는 이 약을 시중에 유통할 수 있고 환자와 의료진은 이 약에 대한 선택이 가능해진다.

문제는 최신 신약의 약가가 매우 높다는 점이다. 연간 수천만 원에서 많게는 수십억 원에 이른다.

최신 신약까지 보장하는 고가의 민간 암보험이나 실비보험을 갖추지 않는 한 개인이 감당하기 힘든 수준이다. 이때 환자들이 기대할 수 있는 것은 전 국민의 준조세로 운용되는 국민건강보험 적용뿐이다.

여기에서 다시 문제가 발생한다. 국민건강보험 적용은 전 국민에게 일괄적으로 적용되기 때문에 재정 여건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최신 신약을 모두 급여권에 진입시킨다면 재정 지속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신 신약의 급여권 진입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는 정부와 전 국민에게 적용되는 약가를 조금이라도 높게 받으려는 제약사 사이의 갈등이 일어나는 지점이다.

다만 정부는 협상력에서 불리한 상황이다. 독점적 지위의 신약을 갖고 있는 제약사와의 싸움이 길어지면 환자의 신약 처방이 계속해서 늦춰지기 때문이다.

이 같은 배경 속에서 정부의 상반기 행보는 다소 놀라웠다. 오랫동안 정부와 제약사 간 합의점을 찾지 못하던 면역항암제, 희귀질환치료제, 슈퍼항생제 등이 단기간에 해결된 것. 장기적인 재정 문제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당장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었다.

≫ ‘난항에 난항’ 면역항암제 급여, 상반기 ‘대형 적응증’ 속속 진입

상반기 눈에 띄는 변화가 나타난 대표적인 분야는 면역항암제로 볼 수 있다.

면역항암제는 말기 암 환자의 장기생존 가능성을 연 획기적인 치료제로 등장했다. 암을 직접 공격하는 것이 아닌 면역 체계를 이용해 암세포를 치료하는 방식이라 항암 치료의 새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다.

첫 등장 당시 암 환자들에게 면역항암제가 효과는 좋지만 부작용은 적은, 이른바 ‘항암 만병통치약’으로 알려지며 급여 요구가 빗발쳤다.

하지만 면역항암제가 급여권에 진입하기에는 어려움이 있었다.

우선 약가 문제가 있다. 면역항암제를 연간 사용하기 위해서는 수천만 원에서 1억 원 이상에 달하는 약값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단순히 약가만 높고 효과가 좋다면 급여권 진입이 쉽게 가능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면역항암제는 반응률이 떨어진다. 면역항암제로 치료했을 때, 약이 반응하는 환자 비율이 20~30%에 그친다. 10명 중 2~3명에게는 매우 좋은 효과가 나타나지만, 7~8명은 반응이 없다.

여기에 더해 적응증 문제가 있다.

MSD의 키트루다(성분명 펨브롤리주맙)의 경우 흑색종으로 처음 허가를 획득한 후 폐암, 두경부암, 호지킨 림프종, 요로상피암, 식도암, 신세포암, 자궁내막암, 유방암, 자궁경부암까지 적응증을 확대하고 있다.

암종 내에서도 앞선 치료 라인까지 사용 가능하도록 적응증이 늘어났다.

반응률이 떨어지지만, 적응증을 계속 넓혀가는 면역항암제에 급여 약가를 정하거나 기준을 만들기가 어려웠던 점이다.

최근까지도 면역항암제의 급여화를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대형 적응증에 대한 문제였다. 환자 수가 많은 적응증의 급여를 위해서는 막대한 건보 재정이 투입돼야 하는데 급여화가 절실한 환자 수는 많기 때문이다.

상반기 급여화를 이뤄낸 키트루다의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 적응증과 로슈의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의 간세포암 1차 라인 적응증이 대표적이다.

≫ 4년 만에 급여 진입 키트루다,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

▲ 키트루다 제품 사진
▲ 키트루다 제품 사진

현재 글로벌 시장에서 키트루다를 가장 많이 쓰는 분야는 폐암이다. 특히 국내에 환자 수가 많은 비소세포폐암에서 키트루다는 한동안 유일한 옵션으로 자리 잡았다.

키트루다는 국내에서 2016년 비소세포폐암 2차 라인 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2017년에는 급여까지 적용되며 화학치료제 이후 후속요법으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2018년 허가된 1차 라인이었다. 키트루다는 KEYNOTE-024 연구에서 면역항암제 최초로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에서 효과를 입증한 바 있다. 글로벌 가이드라인도 2018년부터 키트루다를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에서 표준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이때부터 정부와 MSD의 줄다리기는 4년간 지속됐다. 사용량이 대폭 늘어나는 1차 라인에서 면역항암제를 허가하기 부담스러웠던 정부와 독점적 위치에서 약가를 낮출 이유가 없는 MSD였다.

정부는 키트루다의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 급여를 위해 MSD 측의 재정 분담을 요구했다. 불확실성에 대한 위험을 나누자는 의도였다.

이에 MSD는 나름대로의 재정분담안을 제시했지만, 정부가 받아들일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반복되는 재정분담 요구에도 MSD의 제시안은 초안 수준을 유지했다.

실제로 키트루다는 1차 라인 적응증이 급여권에 진입하지 않았음에도, 국내에서 2021년에만 연간 2,000억 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환자와 정부만 다급한 구조였던 것.

2018년부터 이어진 키트루다의 1차 라인 급여 협상은 4년이 지난 올해 상반기 마무리됐다.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에 로슈의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이 허가까지 획득하고야 MSD의 새로운 재정 분담안이 정부와 합의에 이른 모습이다.

이후 급여는 급물살을 탔다. 지난해 7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는 키트루다의 비소세포폐암 1차 라인 적응증 급여를 조건부 통과시켰고, 올해 2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도 개정안을 의결하면서 3월부터 급여권에 진입했다.

키트루다는 이번 급여를 위해 보험상한가를 이전 대비 25.6% 낮췄다. 표시가격 기준으로 100mg/병 기준 기존 283만2,852원을 210만7,642원으로 73만 원가량 인하한 것.

이로인해 표시가격 기준으로 표준용량(200mg/3주)을 1년(52주)간 투여했을 때 약가가 9,631만6,968원에서 7,165만9,828원으로 2,500만 원가량 떨어졌다.

여기에 위험분담제를 통한 비밀약가 인하가 이뤄졌고, 별도의 트랙도 마련됐다. 국내 급여협상 사상 처음으로 트레이드-오프(trade-off)다.

트레이드오프를 통해 MSD는 키트루다 급여화의 반대급부로 자사의 15개 품목 약가 인하를 단행했다. 2021년 매출 기준으로 연간 130억 원 수준의 재정분담이다. 정부는 키트루다 급여기준 확대로 예상되는 재정을 1,762억원 규모로 추산했다.

≫ 고가+고가 병용요법 급여 ‘문 연’ 티쎈트릭·아바스틴

▲ 티쎈트릭(왼쪽), 아바스틴(오른쪽) 제품 사진
▲ 티쎈트릭(왼쪽), 아바스틴(오른쪽) 제품 사진

티쎈트릭 또한 상반기 큰 산을 넘었다. 간세포암 1차 라인 적응증이 급여권에 진입한 것.

티쎈트릭은 2019년 IMBRAVE150 임상 결과를 통해 세계적 시선을 모았다. 이 연구는 기존 1차 치료 표준요법인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를 비교를 통해 1차 치료제로서 효과·안전성을 판단하는 임상이다.

연구 결과 티쎈트릭은 넥사바 대비 전체 생존기간(OS)을 5.8개월 연장(19.2개월 vs 13.4개월)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진행 생존기간(PFS)은 6.8개월로 넥사바의 4.3개월 대비 2.5개월 효과적이었으며 전체 사망 위험을 넥사바 대비 42%,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41% 줄였다.

객관적 반응률(ORR) 역시 티쎈트릭이 35.4%, 넥사바가 13.9%로, 우월성이 확인됐다.

이 결과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넥사바의 등장 이후 10여년간 수많은 후보물질이 실패한 간세포암에서 처음으로 기존 치료제 대비 우월성을 입증한 결과였기 때문이다.

2018년 허가된 에자이의 렌비마(성분명 렌바티닙) 또한 넥사바 대비 우월성이 아닌 비열등만 입증한 결과였다.

이 결과를 통해 티쎈트릭은 글로벌 주요 가이드라인에서 간세포암 환자의 전신치료에 최우선 약제로 권고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2020년 티쎈트릭의 간세포암 1차 라인 적응증을 허가했다.

하지만 문제가 있었다. 티쎈트릭이 간세포암 1차 라인에서 처방되기 위해서는 표적항암제인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과 병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바스틴 또한 고가의 치료제이기 때문에 고가 항암제간 병용요법을 급여화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재정이 투입해야하기 때문이다.

이 병용요법의 간세포암 치료 허가사항에 용법·용량은 3주 간격으로 티쎈트릭 1200mg과 베바시주맙 15mg/kg을 투여하도록 돼 있다.

간세포암 급여 이전 표시가격 기준으로 티쎈트릭 1200mg은 230만6,658원이었다. 아바스틴은 100mg 33만387원·400mg 107만5,351원이다. 환자 체중이 60kg이라면 아바스틴의 표준용량은 900mg이다. 따라서 아바스틴의 3주 투여 약가를 단순계산하면 248만1,089원이 나온다.

결국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약가는 3주에 478만7,747원이 된다. 1년으로 계산하면 8,617만9,446원에 달한다. 이 약가 문제를 뚫고 급여권에 진입할 수 있느냐는 현실적인 문제였다.

그런데 지난 4월 정부는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간세포암 1차 라인 적응증에 대한 급여를 결정했다. 대체 치료제 대비 명백한 효과와 안전성 결과에 더해 로슈와의 신속한 협상이 결과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를 통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간세포암 1차 라인에서 5월부터 급여권에 진입했다.

≫ 킴리아·졸겐스마, ‘초고가 원샷 치료제’도 급여권

오랜 기간 면역항암제와 함께 정부의 고민이 컸던 분야가 초고가 원-샷 치료제다. 한 번의 투약만으로 획기적인 치료 결과를 내지만, 약가가 수억 원에 달해 개인이 엄두도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원-샷 치료제가 노바티스의 CAR-T 기반 혈액암 치료제인 킴리아(티사젠렉류셀)다.

킴리아는 환자의 T세포를 추출해 암세포를 항원으로 인식하도록 유전적 프로그램을 만들어 다시 환자에게 주입하는 신개념 항암제다. 다시 말해 환자 본인의 T세포를 이용하는 개인맞춤형 치료제로 볼 수 있다. 이를 또 다르게 말하면 대량 생산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킴리아는 지난해 3월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국내에 도입된 최초의 CAR-T 치료제다.

현재 킴리아는 ▲25세 이하의 소아 및 젊은 성인 환자에서의 이식 후 재발 또는 2차 재발 및 이후의 재발 또는 불응성 B세포 급성 림프성 백혈병(B-cell acute lymphoblastic leukemia, ALL) ▲두 가지 이상의 전신 치료 후 재발성 또는 불응성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 (diffuse large B-cell lymphoma, DLBCL) 두 가지 적응증으로 허가돼 있다.

기존 치료제로는 답이 없는 환자들이 대상이다. 허가 이후 노바티스는 곧바로 급여 신청서를 제출했다. 기존 항암제와 치료 방식이 전혀 다른 가운데 4억 원에 달하는 약가 문제도 안고 있었다.

이런 킴리아의 급여가 지난 4월 시작됐다. 정부와 제약사 간 협상에서 ‘성과기반 환급’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도입되면서 급물살을 탔다는 평가다.

지난 3월 보건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는 약제 청구금액의 일정금액(환급형), 예상 청구액 초과분 전액(총액계약형), 환자단위 치료 성과 달성 여부에 따라 일정비율을 환급(성과기반 환급)을 조건으로 한 킴리아의 급여를 통과시켰다.

이목을 끈 것은 성과기반 환급인데 B세포 림프종의 경우, 투여시점과 투여 후 6개월, 12개월 시점에 효과와 부작용에 대한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성과가 나오지 않을 시 제약사가 환급하는 방식이다.

정부는 킴리아의 약제 표시가격을 팩 당 3억6,000만원, 예상 청구액은 709억원으로 추정했다.

환자당 평생 1회로 제한되며 예상치 못한 부작용 발생 등의 긴급 상황에 대응 가능한 의료기관에서 투약돼야 한다. 투약 시 요양급여 실시 현황 등에 관한 자료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해야 한다.

노바티스의 또 다른 원-샷 치료제인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나젠 아베파르보벡)도 8월부터 급여권에 진입했다.

졸겐스마는 연간 50명 수준의 신생아에서 발생하는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로 약가가 한번 투약 19억8,000만 원에 달한다.

졸겐스마 또한 성과기반 환급을 포함한 조건으로 급여권에 진입했다. 다만 졸겐스마의 경우 앞서 급여권에 진입한 바이오젠의 스핀라자(성분명 뉴시너센)이 있어 임상연구 효과, 약가의 경제성 등의 평가가 용이했다.

정부는 졸겐스마 급여 대상 환자 수를 첫 해 14명, 내년 이후 7명 수준으로 예상했다.

≫ 슈퍼항생제 저박사까지 ‘지연 끝’에 급여 트랙 진입

▲ 저박사 제품 사진
▲ 저박사 제품 사진

항생제 내성에도 사용 가능한 이른바 ‘슈퍼항생제’의 첫 국민건강보험 적용도 이뤄졌다. MSD의 저박사(성분명 세프톨로잔-타조박탐)가 상반기에 절차를 완료한 뒤 10월부터 급여 적용된 것.

그간 해외와 달리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슈퍼항생제가 없어 의료 현장에서 문제로 지적해 왔다.

지난 6월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제6차 약제급여평가위원회는 다제내성 항생제 저박사이 복잡성 복강 내 감염, 복잡성 요로 감염, 원내 감염 폐렴에서 급여 적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2017년 국내 허가를 획득한 지 5년 만이다.

저박사는 복잡성 요로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PECT-cUTI 연구에서 대조약인 레보플록사신 대비 유의한 미생물학적·임상적 완치, 복잡성 복강 내 감염 환자를 대상으로 한 ASPECT-cIAI 연구에서 메트로니다졸 병용요법의 동등한 임상적 완치를 확인한 바 있다.

이후 다제내성 녹농균 및 ESBL 생성 장내 세균에 대한 생체 외 활성, 그람음성균·그람양성균 효과 등을 임상에서 입증했다.

저박사의 급여권 진입이 늦어진 이유는 그간의 기준으로 슈퍼항생제가 기존 항생제 대비 비용효과를 입증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 항생제 내성에 대한 효과 여부를 고려하지 않고 기존 항생제와 일반 감염에 대한 효과·약가만 비교하는 기준으로 저박사는 경제성 입증이 불가능했다.

의료 현장에서는 “이대로라면 100년이 지나도 슈퍼항생제가 국내에 들어올 수 없다”는 지적이 빗발쳤다.

2020년 항균제가 경제성평가 면제 트랙에 포함되면서 실마리가 풀렸고, 이후에도 MSD의 내부문제까지 겹쳐지면서 저박사의 급여가 다소 지연됐지만, 올해 상반기 빠르게 급여화가 이뤄졌다.

저박사의 급여는 복잡성 복강 내 감염, 복잡성 요로감염, 원내 감염 폐렴 치료에 있어 카바페넴계 항생제에 실패한 경우 또는 다제내성 녹농균이 증명된 경우 가능하다. 저박사의 보험상한가는 1,000mg에 6만98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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