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SER301 1차 평가변수 달성…질병진행-사망 위험 55%↓
타그리소 FLAURA 결과도 위험 54%↓, 경쟁력 관건은 뇌전이
무난한 허가 예상…관건은 급여, 타그리소 1차 여전히 난항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유한양행이 다국적제약사 얀센과 공동개발하고 있는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가 글로벌 시장 도전에 한걸음 더 다가섰다. 핵심 마일스톤이라 볼 수 있는 1차 라인 임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발표한 것.

올해 안에 이뤄질 세부 톱라인 데이터 분석 발표에서도 문제가 발견되지 않는다면 글로벌 시장 구도를 충분히 흔들 수 있다는 평가다. 국내에서는 아직 3세대 TKI의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이뤄지지 않은 만큼, 국내 환자의 접근성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 렉라자, 1차 라인 임상 LASER301서 'PFS 개선' 확인…위험 55%↓

유한양행은 최근 EGFR 변이 양성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가 LASER301 임상 연구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한 1차 평가변수 달성에 성공했다고 공시했다.

LASER301 연구는 한국을 포함한 13개국 393명의 EGFR 양성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 1차 치료제로서 렉라자의 가치를 평가하는 임상이다. 기존 치료제인 이레사(성분명 게피티닙)와 비교해 렉라자의 효과·안전성 확인을 목표로 2020년 2월 시작했다.

참가자는 렉라자와 위약을 복용하는 렉라자군과 이레사와 위약을 복용하는 이레사군으로 무작위 배정됐다.

연구의 가장 중요한 목표로 볼 수 있는 1차 평가변수는 연구자 평가에 의한 무진행 생존기간(PFS) 개선이다. PFS 관찰 기간은 27개월.

이 1차 평가변수인 PFS 개선에서 유의한 결과를 얻었다는 것이 이번 유한양행 공시의 핵심이다.

유한양행에 따르면 렉라자군은 이레사군 대비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을 55% 낮췄다. 위험비는 0.45이며 95% 신뢰구간은 0.34~0.58로 통계적으로 유의하다는 설명이다.

이 결과에 대해 LASER301 임상을 이끌고 있는 조병철 연세의대 교수(연세암병원 폐암센터장)는 “이번 다국가 임상 3상을 통해 레이저티닙이 1차 치료제로서 일차 평가목적을 달성하게 돼 매우 고무적”이라며 “상세한 임상시험 결과는 12월내 전문 학회를 통해 상세히 공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유한양행은 12월 발표될 결과를 바탕으로 내년 초 국내 허가당국에 적응증 확대를 신청할 것을 예고했다.

≫ 타그리소 FLAURA 연구, PFS 위험비 54%↓…간접 비교 시 '경쟁력' 갖춰

렉라자가 1차 라인에서 긍정적인 최종 결과를 얻는다면 가장 큰 의미는 전 세계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의 타그리소(성분명 오시머티닙)를 정조준 할 수 있다는 점이다.

타그리소는 지난 2017년 9월 유럽종양학회(ESMO) 연례학술대회에서 1차 라인 임상인 FLAURA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FLAURA 역시 1차 라인에서 PFS 개선을 1차 평가변수로 기존 치료제(이레사/타쎄바(성분명 엘로티닙)와 비교한 연구다.

556명이 등록된 이 연구 결과 타그리소군의 PFS 중앙값은 18.9개월로 기존 치료제군의 10.2개월에 비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이 54% 감소한 것.

이 결과는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이번 렉라자의 공시 결과와 유사하다. 렉라자의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지점이다.

2017년 ESMO 발표 당시 이목을 끈 부분은 뇌전이 환자에 대한 효과였다. 뇌전이 환자를 따로 떼어내 살펴도 효과가 일관됐기 때문이다. 뇌전이 환자의 PFS 중앙값은 타그리소군이 15.2개월, 기존 치료제군이 9.6개월로 나타났다.

치료 이후 뇌전이 발생 비율 또한 고무적이었다. 타그리소군에서 뇌전이가 일어난 환자 비율은 6%, 기존 치료제군은 15%였다. 뇌전이가 없는 환자의 예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

향후 발표될 LASER301의 세부 데이터 발표에서 가장 주목할 부분은 뇌전이 효과가 될 수 있다. 뇌전이에서도 FLAURA 연구 만큼의 결과를 보여야 충분한 경쟁력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타그리소는 FLAURA 연구를 기반으로 2018년 4월 미국식품의약국(FDA)에 이어 국내에서도 같은 해 12월 허가사항을 확대했다. ESMO 발표 후 각각 7개월, 1년 3개월 뒤다.

렉라자의 경우 LASER301 연구에 미국 내 임상이 없어 FDA는 허가는 어렵지만, 유한양행이 절차를 진행하는 만큼 국내 허가사항 확대는 타그리소에 비해 더 빠를 수 있다.

≫ 난항 거듭 3세대 TKI 급여권 진입, 렉라자가 '풀 수' 있을까?

타그리소의 1차 라인 국민건강보험 급여 진입은 난항의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타그리소 급여 이슈는 국내 항암제 신약 급여 논란의 중심에 선지 벌써 3년을 넘어섰다.

2017년 2차 라인에서는 손쉽게 급여권에 진입했지만, 1차 라인 적응증 급여는 계속해서 미뤄지고 있는 모습이다.

이는 2019년 9월 발표된 FLAURA 임상의 전체 생존기간(OS) 데이터 결과가 원인으로 꼽힌다. 이 데이터의 하위분석에서 아시아인에게는 생존기간 혜택이 나타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FLAURA 임상은 아시아인을 중심으로 이뤄졌기 때문에 충격을 더했다.

정부 입장에서는 기존 1차 라인에 사용 가능한 옵션 대비 생존기간 개선을 이뤄내지 못한 타그리소에게 높은 약가를 지불하기 어려웠다.

생존 연장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급여권에 있는 1·2세대 EGFR-TKI 사용 후 2차 라인에서 급여 적용된 타그리소를 쓰는 순차치료도 대안으로 나왔다.

이로인해 타그리소의 1차 라인 급여신청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암질환심의위원회 단계에서만 3번의 고배를 마셨다. 지난해 중국인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아시아인 1차 라인 효과에 대해 강조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렉라자가 순조롭게 1차 라인 허가를 획득하게 된다면 타그리소와 같은 문제에 봉착한다. 허가와 동시에 급여 절차에 들어갈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관건은 약가가 될 전망이다. 타그리소 1차 라인 급여 논란 속에서 정부 측 주요 주장은 ‘이 가격에는 안 된다’였다. 타그리소의 1차 라인 가치는 인정하지만, 현재의 가격으로 급여까지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것.

이를 반대로 말하면 가격을 낮추면 급여권 진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같은 3세대 TKI이자 국산 신약인 렉라자의 1차 라인 적응증 허가만큼이나 이후 급여 절차에 관심이 쏠리는 배경이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