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특집] 코로나19 백신 피해 관련 정책 변화 분석
尹 1호 공약 ‘백신국가책임제’ 발표…피해자 기대감 ↑
“수혜자 극히 일부”…코백회, 질병청장 형사고소 진행도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는 지난 9월 1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소하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는 지난 9월 15일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과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소하겠다고 밝혔다.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단기간에 개발된 코로나19 백신은 바이러스를 완벽하게 방어하지 못한데다 부작용까지 발생하면서 논란이 됐다. 백신접종이 시작될 무렵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백신 접종에 따른 피해를 개인이 일방적으로 입게 하지 않겠다며 백신접종을 독려했다. 하지만 접종 후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는 피해자들은 고통을 호소하며 정부 책임을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지난 5월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올해 상반기 코로나19 백신 피해와 관련된 정책 변화와 이에 대한 백신 피해자들의 대응 변화를 되돌아봤다.

≫ 윤석열 대통령 취임,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국가책임제 발표

올해 상반기 가장 큰 이슈는 역시 대통령 취임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5월 9일 취임하며 본격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면서 백신 피해자들의 기대감도 커졌다. 윤석열 대통령이 후보 시절 청계광장 소라탑 앞에 있는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 분향소에 찾아 ‘코로나19 백신 이상반응 국가책임제’를 공약 1호로 발표한 바 있기 때문이다.

앞서 문재인 前 대통령이 백신접종이 시작될 무렵 부작용은 정부가 책임지겠다며 접종을 독려했지만 실제 부작용 인정 사례는 손에 꼽으면서 피해자들의 불만이 팽배해졌다. 이러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이 같은 공약은 피해자들의 마음을 끌기 충분했다.

이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7월 ‘코로나19예방접종 피해보상지원센터’를 개소했다. 이와 함께 코로나19 백신과 관련성이 의심되는 질환(심의기준 ④-1)에 대한 지원 확대를 위해 의료비 지원 상한은 기존 3,000만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상향됐으며 사망위로금 지급액도 기존 5,000만 원에서 1억 원으로 향상됐다.

부검 후 사인불명에도 위로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구체적으로 코로나19 예방접종 이후 42일 내 사망하고, 부검 후에도 사망원인이 ‘불명’인 경우 위로금 1,000만 원을 지급하기로 한했다. 국외 인과성 심의기준 및 국내 전문가 자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접종과 시간적 연관성을 인정할 수 있는 최대 기간인 42일로 설정한 것이다.

또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심의 결과에 대한 이의신청은 기존 1회에서 2회까지 확대했다. 보상 기각 결정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 관할 보건소에 이의신청서와 함께 필요시 추가서류 등을 제출하도록 안내했다.

피해보상 신청자가 주민등록상 주소지 관할 보건소로 방문이 어려운 부득이한 사정이 있는 경우 등기우편을 통해 보상신청을 할 수 있도록 접수 창구도 확대했다.

이 같은 내용은 윤석열 대통령 취임 전인 인수위원회 시절 공개된 ‘코로나19 비상대응 100일 로드맵’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 백신 피해자들 “백신 피해 보상 강화? 여전히 하늘의 별 따기”

정부의 이 같은 발표에 백신 피해자들은 크게 실망했다. 피해자 대부분이 백신과의 인과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보상금만 높이는 것은 아무 의미 없다는 주장이다.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는 윤석열 대통령의 백신 부작용에 대한 국가책임제 공약이 사라졌다고 비판했다.

앞서 코백회는 윤석열 정부의 100일 로드맵에 코로나19 백신 피해자들을 위한 실효성이 있는 대책들이 존재하지 않는다고 성토하며 개선을 요청한 바 있다.

당시 코백회가 개선을 요청한 사안은 ▲인과성 평가시 개별 사례 및 규범적 인과관계 적용 ▲주치의와 역학조사관, 심의보상위원회 중 과반수가 찬성하는 경우 인과성 인정 및 재심의시 제2의 기관에서 심의 ▲백신접종 이상반응으로 가장을 잃거나 중증 상태에 빠져 과도한 의료비 지출로 가정 파탄 지경에 빠진 피해자 가족에게 생계유지비 지원 등이다.

김두경 코백회 회장은 “정부가 기저질환이 있는 고위험군들을 대상으로 백신접종을 권고했지만 막상 접종 뒤 문제가 생기면 기저질환 때문에 생긴 문제가 아니라며 의학적 설명에 대한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며 “인과성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에도 지원 금액을 상향 조정한다고 했지만 실제 대상이 될 수 있는 주요 이상반응은 12가지로 한정돼 있는 데다 기저 질환이라도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복잡해지면서 실제 수혜자는 극히 일부분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부분이 개선되지 않은 상황에서 보상이 늘어난다 한들 피부에 와 닿는 건 없다”며 “백신 임상시험이 미국과 유럽인을 상대로 진행된 만큼 한국형 인과성 판단 기준을 마련하는 한편 인과성 기준을 완화해 현실에 맞는 적절한 피해보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와 함께 정부의 진정성 있는 사과와 ▲백신 이상반응 전담 콜센터・전담 치료병원 선정 ▲백신 안전성 재검토・피해보상 전문위원회 심의내용 전면 공개 ▲백신 피해자를 위한 특별법 제정 등을 촉구했다.

≫ 뿔난 피해자들, 더 이상 믿을 수 없는 정부에 소송으로 대응

이처럼 정부가 바뀌어도 백신 부작용 피해에 대한 정책이 제자리 걸음으로 일관하자 피해자들은 더 이상 행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판단 하에 사법부의 힘을 빌리기 시작했다.

지난해 3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접종 후 급성 횡단척수염, 길렝-바레 증후군 등을 진단받은 김지용 씨는 지난 5월 30일 청주지방법원에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피해보상 거부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했다. 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 후 중증 이상반응이 생겼지만 질병청이 인과성을 인정하지 않고 피해보상을 거부한 것을 취소하라는 것이다.

여기에 더해 지난 9월에는 서울행정법원이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이후 뇌질환(뇌내출혈과 대뇌해면기형) 진단을 받은 30대 남성 A 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내렸다.

질병청 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가 인과성이 인정되기 어려운 ‘4-2(백신보다는 다른 이유에 의한 가능성이 높은 경우)’로 내린 결과를 뒤집은 판결인 셈이다.

이 같은 법원 판단에 백신 피해자들은 줄줄이 소송을 제기했다. 코백회 회원 8명이 행정소송을 소장은 접수한데다 변호사 면담을 진행 중인 피해자들도 상당하면서 앞으로 이 같은 소송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코백회는 백경란 질병관리청장을 직무유기 혐의로 형사고소했다. 감염병예방법 제71조 제3항에 따라 질병청장은 보상청구가 있은 날부터 120일 이내에 신청 결과를 통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이 같은 규정을 제대로 지키지 않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코백회는 “현재 다수의 피해가족, 피해 당사자들은 보상신청 결과에 대해 120일이 훨씬 경과한 상태에서도 결과를 통지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는 질병관리청장이 감염병예방법에 규정된 그 직무를 유기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질병청은 서울행정법원의 판단에 불복해 지난 9월 5일 항소장을 제출하며 백신 피해자들의 빈축을 샀다.

질병청의 항소 결정은 이번 판결이 의학적 인과성 등에 대한 추가적인 소명이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질병청의 이러한 행보에 백신 피해자들은 즉각 철회를 촉구하며 반발했다.

코백회는 “이번 법원 판결은 백신의 부작용이 명백히 백신과 인과성이 없다는 근거도 없고 정보도 공개하지 않으면서 인과성 부정만 하려는 질병청의 행태가 잘못된 것임을 지적하고 있다”면서 “그러나 질병청이 이를 부인하며 항소를 했다는 것은 국가가 백신 피해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고 한 국민과의 약속을 무시하겠다는 것이다. 질병청의 항소 결정에 대해 즉각 철회해야 한다. 정부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한 국민과의 약속을 지키고, 대통령의 정책 공약 1호 백신국가책임제를 이행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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