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K, 12월 한국시장 도입 발표…미국 시장 장악 ‘공룡’
기존 백신 가격 낮은 한국…싱그릭스 약가 장벽 관건
대상포진 NIP 지지부진, 기존 백신 무기는 비용효과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관심을 모은 GSK의 대상포진 백신 싱그릭스가 국내 출시일을 확정했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12월부터 국내에서도 싱그릭스 접종이 가능하다.

그간 싱그릭스 도입 시기에 대한 관심은 컸다. 임상 연구에서 기존 백신 대비 월등한 예방률을 보였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시장에서 싱그릭스는 출시 직후부터 시장을 잠식한 바 있다.

이제 관심은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 싱그릭스의 출시가 가져올 영향이다. 국내에서도 미국 시장의 경우처럼 싱그릭스가 시장을 장악할 수 있을까. 변수는 가격이다.

≫ GSK 싱그릭스, 국내 출시 12월 예고…허가 1년 3개월 만에 시장 진입

GSK코리아는 최근 싱그릭스의 국내 출시를 12월로 예고했다. 지난해 9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 이후 1년 3개월 만에 본격적인 판매에 들어가는 것.

싱그릭스는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VZV)의 단백질 성분인 당단백질E와 항원에 대한 면역반응을 강화하는 면역증강제 AS01B 가 결합된 유전자 재조합 백신이다.

국내 허가사항은 만 50세 이상의 성인 또는 만 18세 이상에서 질병 혹은 치료로 인한 면역저하 또는 면역억제로 인해 대상포진의 위험이 높거나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사람에게 대상포진의 예방 목적이다.

싱그릭스의 허가 기반은 ZOE-50과 ZOE-70 연구 결과다. ZOE-50 연구는 50세 이상 1만5,411명을 대상으로 진행된 임상으로 싱그릭스군 7,698명, 위약군 7,713명의 무작위 비교 연구다.

3년 이상의 추적관찰 결과 싱그릭스군에서는 6명, 위약군에서는 210명에게서 대상포진이 발생했다. 예방률은 97.2%에 달한다.

70세 이상 1만3,9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ZOE-70 임상에서도 3년 이후 대상포진 환자 발생은 싱그릭스군 23명, 위약군 223명으로 예방률 89.8%를 기록했다.

70세 이상에서 예방률이 급격히 떨어졌던 기존 백신과 뚜렷한 차이를 보인 것. 게다가 생백신인 기존 백신과 달리 싱그릭스는 사백신으로 면역력이 약하거나 면역억제제 사용 환자에게도 접종 가능하다는 장점도 갖고 있다.

이 같은 임상 결과는 미국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 엄청난 파장이 됐다. 2017년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싱그릭스는 출시 후 6개월 만에 미국 시장의 90%를 차지했다. 최근에는 미국시장에서 판매되는 대상포진 백신이 싱그릭스만 남았다고 봐도 무방하다.

≫ 미국 시장, 싱그릭스 2회 약가가 조스타박스 2배 수준…국내 약가 정책 '변수'

싱그릭스가 국내에서도 미국 시장과 같은 시장 점유를 보이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2회 접종이라는 번거로움과 이로 인한 접종비 부담이다.

싱그릭스는 모든 임상에서 2회 접종을 통해 예방률을 확인했다. 1회 접종 후 2개월 이후 1회를 추가 접종해야 한다. 1회 접종으로 끝나는 기존 백신에 비해 가격이 높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에 GSK의 국내 싱그릭스 가격 결정이 시장 판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 <메디코파마뉴스> 취재 결과 싱그릭스의 2회 접종 가격은 50만 원을 훌쩍 뛰어넘을 것으로 보인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비급여진료비 정보에 따르면 현재 MSD의 조스타박스 접종비는 전국 평균 16만 원대로 형성돼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스카이조스터의 경우 14만 원대에서 접종 가능하다.

이대로라면 접종비가 기존 백신과 30~40만 원까지 차이 난다.

미국 시장의 경우 조스타박스의 약가는 싱그릭스 1회분 약가와 비슷한 수준이다. 다시 말해 조스타박스 약가의 2배 수준에서 2회 접종이 가능하다. 이 약가는 접종 행위료가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에 2회 접종한다면 그 차이는 더 날 수 있지만, 국내의 상황과는 차이가 있다.

이는 국내에서 기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이 경쟁시장으로 형성돼 있다는 점이 배경이 된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 2017년 국내 시장에 스카이조스터를 출시하고 판매에 들어갔다. 이로 인해 조스타박스뿐이었던 기존 시장에 경쟁 구도가 형성되며 약가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스카이조스터가 없는 미국 시장과는 다른 상황이다. 이미 기존 백신의 약가가 떨어져있기 때문에 싱그릭스가 약가 책정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백신의 2배 수준이라면 30~35만 원 수준이어야 하는데 GSK의 생각과는 차이가 있다.

≫ 조스타박스·스카이조스터, 비용효과 무기…내년 NIP 진입은 물 건너가

여기에서 국내 환자들의 고민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싱그릭스가 고가정책으로 시장에 나온다면 비용 대비 효과를 따져봐야 하기 때문이다.

조스타박스는 50대 이상에서 70%의 예방률을 보인다. 백신을 접종하면 대상포진이 발생하더라도 예후가 좋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여기에 10년 이상 한국인을 대상으로 충분한 데이터가 쌓여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스카이조스터는 예방률 데이터는 보유하고 있지 않다. 다만 조스타박스와의 비열등 임상 결과와 국산 백신으로서 가격적 메리트가 있다.

약가 차이가 40만 원 이상 난다면 기존 백신도 충분히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다.

다만 기존 백신들에게 악재는 있다. 앞서 윤석열 정부는 대선 공약에서 대상포진 백신의 국가필수예방접종(NIP) 진입을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지난 8월 말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2023년 질병관리청 소관 예산안’에서 대상포진 백신 관련 추가 예산은 찾아볼 수 없었다. 다시 말해 내년까지 대상포진 백신의 NIP 진입이 현재로선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기존 백신들은 대상포진 백신의 NIP 진입을 기대했다. 싱그릭스가 국내 시장 진입을 가시화하면서 기존 백신들은 NIP 납품이 활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NIP는 국가가 백신을 사들여 특정 연령에서 무료로 접종하는 제도다. 정부 예산을 고려하면 싱그릭스보다는 기존 대상포진 백신이 계약을 따낼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이번 예산안에도 대상포진 백신의 NIP 진입이 물 건너가면서 이 또한 기대키 어려워졌다.

대상포신 백신업계 관계자는 “대상포진 백신은 기존 제품도 프리미엄을 내세웠던 분야다. 싱그릭스의 약가를 국내에서 어떻게 받아들일지가 변수”라며 “대상포진 백신에 대한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고 시장 확대 가능성도 큰 시장이기에 싱그릭스의 포지션을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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