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STAR-RA 연구 이어 프랑스 데이터 연구서도 “위험 근거 없어”
앞서 린버크 SELECT-COMPARE 연구와 일관…“JAK 표적 특이성 차이”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각국의 허가사항 변경으로 일단락된 JAK 억제제의 안전성 문제가 재논의될 수 있을까.

미국에서 이뤄진 젤잔즈(성분명 토파시티닙)의 안전성 조사 결과를 JAK 억제제 전체에 적용할 수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잇따라 나오고 있다.

JAK 억제제는 다양한 적응증으로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지만, 여전히 문제가 된 고령 환자 중심의 류마티스관절염이 주력 분야로 볼 수 있다. 그만큼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 시장에서도 JAK 억제제의 안전성 문제에 계속해서 주목하고 있다.

≫ 2019년 젤잔즈 시판 후 안전성 조사 결과로 촉발, 허가사항 변경까지

JAK 억제제 문제는 2019년 젤잔즈의 판매사인 화이자가 진행한 시판 후 안전성 조사인 ORAL Surveillance 연구 과정에서 TNF 억제제 대비 혈전 발생이 높게 나타나면서 불거졌다.

해당 연구는 한 가지 이상의 심혈관계 질환 위험요인을 가진 50세 이상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4,362명을 대상으로 젤잔즈와 TNF 억제제의 안전성을 비교했다.

그 결과 젤잔즈로 치료받은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군의 악성종양 발생은 1,000인년당 11.3명으로 TNF 억제제 치료군의 7.7명에 비해 위험도가 48%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심혈관계 질환(MACE) 발생 또한 젤잔즈군이 1,000인년당 9.8명으로 TNF 억제제군의 7.3명 대비 많았다. 통계적으로 유의하지는 않았지만, MACE 발생 위험이 TNF 억제제 대비 33% 증가하는 경향이 나타났다.

이에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젤잔즈를 비롯해 일라이 릴리의 올루미언트(성분명 바리시티닙), 애브비의 린버크(성분명 유파다시티닙) 등 허가된 JAK 억제제 기전의 류마티스관절염 치료제에 심장마비 등 중증 심질환, 암, 혈전, 사망위험 증가 내용을 박스 경고에 추가했다.

이어 12월에는 류마티스관절염에서 TNF 억제제와 함께 1차 치료제로 사용하던 JAK 억제제 전체를 TNF 억제제 이후 사용하는 2차 치료제로 격하하는 허가사항 변경을 단행했다. 미국에서 JAK 억제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TNF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한국 식품의약품안전처 또한 지난 8월 시판되고 있는 JAK 억제제 5종의 허가사항을 변경했다. 미국 수준의 변경은 아니었지만, ▲65세 이상 ▲심혈관계 고위험군 ▲악성종양 위험군 등 3개 환자군의 경우 TNF 억제제에 반응하지 않거나 내약성이 없는 경우로 제한했다.

규제 당국의 허가사항 변경에 대해 당시 제약계는 물론 학계에서도 반발이 있었다. JAK 억제제의 경우 JAK1, JAK2, JAK3에 작용하는 표적 특이성이 있는데 이에 관계없이 일괄적으로 적용했다는 지적이었다.

또한 ORAL Surveillance가 미국인을 대상으로만 진행한 시판 후 조사였다는 한계가 있어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 STAR-RA 연구 이어 프랑스 대규모 코호트 연구서도 “위험 증가 증거 없다”

최근 나오고 있는 연구 결과는 이 같은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유럽류마티스학회가 발간하는 ‘Annals of the Rheumatic Diseases’는 이달 프랑스 류마티스관절염 환자 1만5,385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 결과를 공개했다.

이 연구는 프랑스 국가건강데이터 시스템을 이용해 대규모 리얼월드 모집단에서 TNF 억제제 아달리무맙과 젤잔즈, 올루미언트로 류마티스관절염 치료를 시작한 환자의 주요 심혈관계 사건(MACE) 및 정맥 혈전색전증(VTE)의 위험을 평가했다.

연구는 2017년 7월부터 2021년 5월까지 젤잔즈 혹은 올루미언트로 치료를 시작한 8,481명과 아달리무맙으로 치료를 시작한 7,354명을 추적해 MACE 또는 VTE 발생 위험을 판단했다.

평균연령은 JAK 억제제군 59.3세, TNF 억제제군 55.3세였으며 여성 비율은 각각 78.3%, 71.2%였다. 추적기간 중앙값은 JAK 억제제군이 440일, TNF 억제제군이 344일이었다.

그 결과 추적기간 동안 MACE 발생은 JAK 억제제군이 54건, TNF 억제제군이 35건이었으며 VTE는 각각 75건, 32건으로 나타났다. 수치적으로 JAK 억제제군에서 더 많은 환자에게 MACE, VTE가 발생한 것.

다만 이 결과는 MACE의 경우 가중위험비가 1.0(95% CI, 0.7-1.5; P=0.99), VTE는 가중위험비 1.1(95% CI, 0.7-1.6, P=0.63)로 유의미한 결과는 아니었다. 이 결과는 1개 이상의 심혈관 위험인자가 있는 65세 이상의 환자군에서도 일관적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 연구 결과는 심혈관 질환 위험이 높은 환자를 포함해 아달리무맙과 비교해 JAK 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한 환자에서 MACE 및 VTE의 위험에 대한 안심할 수 있는 데이터를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 10만 명 추적 연구, STAR-RA 연구서도 리얼월드서 연관성 못 찾아

이번 연구 결과는 지난 6월 발표된 STAR-RA 연구 결과와 궤를 같이한다. STAR-RA 연구는 JAK 억제제에 대한 안전성 우려가 제기되면서 JAK 억제제의 리얼월드 추가 조사를 위해 진행됐다.

연구에는 2012~2020년 Optum Clinformatics, 2012~2018년 IBM MarketScan의 민간보험 데이터와 2012~2017년 메디케어 파트 A·B·D 데이터에서 총 10만2,263명의 환자 데이터가 사용됐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심근경색 또는 뇌졸중으로 구성된 복합 심혈관 사건 발생까지의 기간이었으며, 결과는 일상적인 치료 환자로 구성된 리얼월드 코호트와 무작위 대조시험(RCT)에 포함된 환자를 ORAL Surveillance의 기준에 따라 보정한 RCT-재조합 코호트로 나눠 도출됐다.

그 결과 젤잔즈로 시작한 환자군과 TNF 억제제로 시작한 환자군을 비교했을 때 합동 가중 위험비는 리얼월드 코호트에서 1.01(95% CI, 0.83-1.23), RCT-재조합 코호트에서 1.24(95% CI, 0.90-1.69)로 나타났다.

RCT-재조합 코호트에서만 ORAL Surveillance의 연구 결과(HR=1.33, 95% CI 0.91-1.94)와 밀접하게 일치하는 결과가 나온 것.

이에 대해 연구진은 “이번 연구를 통해 리얼월드에서 류마티스관절염 환자가 젤잔즈로 치료를 시작했을 때 위험 증가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들 연구 결과는 앞서 린버크와 TNF 억제제를 비교했던 3년 추적 연구인 SELECT-COMPARE 연구 결과와도 일치한다. 이 연구에서도 JAK 억제제인 린버크군은 TNF 억제제군과 비교해 주요 심혈관계 사건, 악성종양 위험에서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케빈 윈스롭(Kevin Winthrop) 오리건 보건과학대 교수는 최근 ‘Nature Reviews Rheumatology’에 JAK 억제제의 심혈관계 안전성을 위험 대비 이익으로 바라봐야 한다는 의견서를 기고하기도 했다.

JAK 억제제를 사용했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이익이 심혈관계 사건, 악성종양 위험보다 높다는 취지다. 그는 표적 특이성 차이에도 불구하고 모든 JAK 억제제에 일괄 적용한 FDA의 접근 방식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윈스롭 교수는 “FDA의 결정은 ‘유감스러운 것’보다 ‘안전한 것’이 낫다는 접근 방식에 따른 것”이라며 “궁극적으로 FDA의 방식이 옳을 수도 있지만, 이는 장단점이 있다. 모든 JAK 억제제로 치료를 시작했을 때 심혈관계 사건과 악성종양 위험이 증가하는지는 아직 알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