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COP랭킹] 제약바이오 올 상반기 재고자산 현황 해부(上)
제약사 51곳, 평균 재고 15% ‘급증’…회전율은 0.11 증가
셀트리온헬스케어 재고 비중 53%…회전 기간 1년 넘겨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통상 재고액이 증가하면 실적 성장으로 이어지는 게 일반적이다. 다만 여기에는 재고 회전율이 받쳐줘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다.

재고자산 회전율은 재고 대비 매출을 보여주는 지표다. 일반적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의 성장성을 기대할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수익성 정체가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가령 10억 원의 재고자산이 10회전이라면 재고자산의 10배인 100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는 뜻이다. 이를 연간(365일) 회전일수로 계산해 보면 해당 기업의 재고자산은 약 36일마다 10억 원씩이 판매로 전환됐다는 것이고 1회전인 경우 365일이 걸렸다는 의미다. 즉 회전율이 높아질수록 회전 기간은 짧아지게 된다.

올해 들어서만 조사대상 51곳의 주요 제약사들이 추가로 떠안은 재고자산 규모는 2조 원을 웃도는 수준이었다. 제약사별 평균 14.79%가 늘어난 수치로 10곳 중 9곳이 늘었다. 이는 코로나19 엔데믹화에 따라 내수가 활성화되면서 그동안 캐시카우로 내세웠던 품목들이 성장세를 보인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로 영업 판매로 인한 재고 감소속도를 알 수 있는 재고자산 회전율도 코로나19 사태 이전이었던 2019년 평균 6.66회에서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2020년 6.35회, 2021년 6.25회로 2년 연속 줄었다가 위드 코로나가 접목된 올해 6.36회로 다소 회복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동안 코로나19 감염사태로 인해 내수 영업에 애를 먹었지만, 올해 정상궤도 진입에 한 발짝 다가섰다는 의미다.

그러나 전반적인 평균 재고 회전율은 다소 회복됐지만, 기업별로 보면 작년 말과 비교해 10곳 중 6곳만이 회전율이 증가한 것으로 드러났다. 4곳의 경우 회전율은 오히려 감소한 결과로 기업별 격차를 드러낸 셈이다. 회전율이 따라오지 못한 일부 기업의 경우 매출 속도가 떨어지면 향후 쌓인 재고는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것으로 우려된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1곳의 2022년 반기보고서를 통해 기업별 재고자산 규모와 매출 추이를 분석했다.

이번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전체 기업의 총 재고자산 규모는 지난해 말 대비 평균 9.5%, 6,510억 원이 늘어난 7조4,817억 원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재고가 증가한 곳은 44곳, 줄어든 곳은 7곳이었다. 제약사 상당수가 재고자산이 늘어난 셈이다. 기업의 전체 자산 중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13.94%로 나타났다.

≫ 셀트리온헬스케어, 재고량 비중 53%…회전 기간 1년 넘겨

총자산 중 가장 많은 재고를 쌓아두었던 곳은 셀트리온헬스케어로 이 회사의 전체 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53% 수준으로 그 규모만 2조2,095억 원에 달했다.

이는 지난해 말을 기준으로 반년 만에 1,438억 원(전년대비 +6.96%)이 늘어난 수치다. 조사대상 기업들의 총자산 대비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이 평균 13.94%이었던 만큼 압도적 비중으로 나타난 것.

재고자산 회전율 역시 0.87회(420일)로 업계에서 가장 느렸다.

다만, 회전 기간 자체는 2019년 0.66회(553일)에 비해 100일 이상 대폭 단축하면서 최근 2년간 수익성 개선이 나타났다. 앞서 2020년 0.89회(410일), 2021년 0.88회(415일)를 기록했는데 실제로 회전율이 급격히 높아진 2020년 3,621억 원의 영업이익(전년比 337%↑)을 내면서 어닝 서프라이즈를 알렸다.

올해 들어서도 셀트리온으로부터 주력 상품의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지난 6월 셀트리온으로부터 1,756억 원 규모의 램시마IV와 트룩시마, 허쥬마, 아바스틴 바이오시밀러(CT-P16)를 받아들였다. 앞서 5월과 3월에도 각각 1,601억 원, 2,735억 원 규모의 상품을 공급받았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해외 바이오시밀러 물량에 대응하기 위해 초기 안전재고를 다량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는 제품이나 상품이 아닌 88.3%가 반제품인 것으로 확인됐다. 반제품은 완성된 상품은 아니지만, 판매 가능한 상태를 의미한다.

이는 수출이 언제든 가능하도록 준비됐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약물의 유효기간을 피해가는 방법으로도 풀이된다. 보통 최종 완제품으로 만들어질 경우 제조일이 새로 발생하는 만큼 제조일로부터 유효기간이 새로 시작되기 때문이다.

≫ 녹십자, 전통제약사 중 재고 최다…원료 확보 '특수성' 반영된 듯

GC녹십자도 4,397억 원의 재고액을 안고 있었다. 이는 전통제약사 가운데 가장 큰 규모였다.

이 회사의 재고 내역을 보면 상품이 17.6%(774억 원), 제품 12.9%(569억 원), 원재료 23.5% (1,031억 원)로 구성돼 있었으며 이 외 재공품 등이 46%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총자산에서 재고자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17.5% 수준으로 평균보다 약간 높은 수준이었다.

다만, 녹십자의 경우 혈액제제를 주력으로 하는 사업 특성상 사전에 원료를 충분히 확보해야 하는 특수성이 있는 만큼 상대적으로 재고를 비축해 놓은 것으로 풀이된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재고자산 7,378억 원, 자산비중 12.97%), 에스디바이오센서(4,386억 원, 11.9%), 한미약품(2,568억 원, 13.24%), 씨젠(2,267억 원, 15.06%), 대웅제약(1,993억 원, 13.31%), SK바이오사이언스(1,750억 원, 8.36%), 광동제약(1,627억 원, 18.13%), 보령(1,388억 원, 15.66%), 동국제약(1,096억 원, 14.8%), 한독(1,090억 원, 13.28%), 일동제약(1,040억 원, 14.15%), 제일약품(1,005억 원, 23.34%) 순으로 1,000억 원 이상 재고 물량을 많이 보유하고 있었다.

한편, 기업들의 재고자산 회전율은 지난해 말 평균 6.25회(회전기간 58일)에서 올 상반기 6.36회(57일)로 0.11회(1일 감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전율이 증가한 기업은 30곳, 감소한 곳은 21곳으로 집계됐다. 10곳 중 6곳은 올해 들어 제품 판매 속도가 더 빨라진 셈이지만 반면 4곳은 오히려 더뎌진 것이다.

기업별 재고 회전율을 보면 씨젠(작년말 대비 2.49회↓, 22일 증가), SK바이오사이언스(6.14회↓, 85일↑), 한독(0.8회↓, 9일↑), 셀트리온(0.48회↓, 2일↑), 부광약품(0.21회↓, 5일↑), 신풍제약(0.05회↓, 1일↑) 등이 올해도 재고가 매출을 따라가지 못한 가운데 이들 대부분은 지난해보다 회전율이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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