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 FDA 간암 1차 치료제 승인
급여 기진입 티쎈트릭·아바스틴 결과와 비교하면…
임핀지, 티쎈 약가 3배+신약 임주도 약가 못 낮춰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절제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의 1차 치료에 면역항암제 옵션이 늘어났다. 2020년 면역항암제 티쎈트릭(성분명 아테졸리주맙)의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 병용요법 허가 이후 2년여 만에 또 다른 선택지가 만들어진 것.

이번 허가는 아스트라제네카의 면역항암제 조합으로 이뤄졌다. 기존에 비소세포폐암, 소세포폐암, 담도암 등에서 사용되고 있는 임핀지(성분명 더발루맙)와 새로운 면역항암제 임주도(성분명 트레멜리무맙)의 병용요법이다.

오랜 기간 표적항암제인 넥사바(성분명 소라페닙)가 유일한 옵션이던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등장은 획기적인 치료 환경 변화를 이끌었다. 여기에 이번 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 승인으로 해당 분야에서 면역항암제의 역할을 확대한 모습이다.

이제 관심은 국내 간세포암 치료 환경 변화로 쏠린다. 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이 국내 영향력은 어떨까. 현재 상황으로서는 큰 영향을 미치긴 어려워 보인다.

예상보다 빨리 국민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과의 비용효과성을 따지기 시작하면 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의 장점이 아직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 FDA 10월 24일 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 간세포암 1차 치료제 승인

지난달 24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는 아스트라제네카의 임핀지와 임주도의 병용요법을 절제 불가능한 성인 간세포암 환자의 1차 치료제로 승인했다.

임핀지는 PD-L1, 임주도는 CTLA-4에 작용하는 면역항암제다. 이 병용요법 치료는 임주도 300mg와 임핀지 1,500mg을 투여한 뒤 임핀지를 4주마다 투여한다.

이번 승인은 HIMALAYA 임상 3상 연구 결과가 기반이다. HIMALAYA 연구는 글로벌 1,500명의 절제불가능한 간세포암 환자를 대상으로 넥사바와 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을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1차 평가변수는 최대 4년간 모든 원인으로 인한 사망까지 기간 개선이다.

연구 결과 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16.4개월로 넥사바군의 13.8개월 대비 2.6개월 연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사망 위험을 22% 줄인 것. 3년 생존율 또한 병용요법군이 31%로 넥사바군의 20% 대비 효과적이었다.

객관적 반응률(ORR)은 병용요법군 20.1%, 넥사바군 5.1%로 나타났으며 반응지속기간(DOR)은 병용요법군이 22.3개월, 18.4개월이었다.

안전성 프로파일에서도 병용요법은 임핀지 단독 사용 연구에서 확인된 수준이었으며 새로운 안전성 이슈는 없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FDA 허가를 알리며 HIMALAYA 연구를 바탕으로 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을 유럽·일본 등에서도 심사가 진행 중임을 밝혔다.

국내에서도 허가까지는 문제없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FDA가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승인한 데다 2017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허가한 임상시험 계획에 한국인 138명이 포함돼 있어 허가신청 조건은 갖췄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국민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필요한데 쉽지 않은 과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적응증의 치료제가 주목할 만한 임상 결과를 바탕으로 임핀지·임주도의 예상 가격 대비 크게 낮은 가격에 이미 급여권에 진입해 있기 때문이다.

≫ 티쎈트릭·아바스틴 연구 결과와 간접 비교하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지난 2020년 8월 절제불가능한 간세포암 1차 치료제로 국내 허가를 획득했다. FDA가 같은 해 5월 승인한 지 불과 3개월 만이었다.

이 승인은 2019년 발표된 IMBRAVE150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 이 연구 또한 넥사바 치료를 비교군으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을 평가했다.

연구 결과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의 OS 중앙값은 19.2개월로 넥사바의 13.4개월 대비 5.8개월 연장을 보였다. 사망 위험으로 따져보면 넥사바에 비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이 42% 줄인 것.

무진행 생존기간(PFS) 또한 6.8개월로 넥사바의 4.3개월 대비 효과적이었다. 질병 진행 또는 사망 위험은 41% 감소다. ORR은 병용요법군이 35.4%, 넥사바군이 13.9%로 나타났다.

IMBRAVE150 연구결과와 HIMALAYA 연구결과를 직접 비교할 수는 없지만, 간접적으로 살펴볼 때 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이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보다 낫다고 보기는 어렵다.

기존 치료법과 유사한 효과를 가지고 있더라도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서 가치는 충분하다. 하지만 문제는 임핀지·임주도의 약가다.

≫ 임핀지·임주도 약가, 티쎈트릭·아바스틴 대비 훨씬 높을 듯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은 티쎈트릭 1,200mg, 아바스틴 15mg/kg을 3주 간격으로 투여한다.

표시가격 기준으로 티쎈트릭 1,200mg의 보험상한가는 227만1,109원, 아바스틴은 900mg(60kg 환자 기준)은 162만2,978원이다. 12주 치료 시 1,557만6348원.

임핀지는 어떨까. 3기 비소세포폐암과 소세포폐암에서 사용되고 있는 임핀지의 현재 표시가격 기준 보험상한가는 500mg이 334만7,202원이다. FDA가 허가한 간세포암 1차 치료에서 임핀지는 1,500mg을 4주 간격으로 투여한다.

단순 계산으로 현재 표시가 기준 임핀지 약가만 12주 치료 시 3,012만4,818원에 달한다. 임핀지의 기존 적응증이 독점적 위치에서 사용되고 있기 때문에 약가가 타 면역항암제에 비해 높게 책정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티쎈트릭·아바스틴이 자리 잡고 있는 간세포암 1차 치료제 급여를 위해 아스트라제네카가 임핀지의 약가를 크게 낮출 가능성은 희박하다.

게다가 신규 면역항암제인 임주도의 약가도 더해져야 한다. 티쎈트릭과 병용하는 아바스틴의 경우 특허가 만료되며 바이오시밀러까지 나와 있다.

하지만 임주도는 이번 간세포암이 첫 적응증으로 신약 중에 신약으로 볼 수 있다. 향후 적응증을 확대해 나가는 것을 목표로 하는데 임주도의 약가 또한 아스트라제네카가 낮게 책정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결국 티쎈트릭·아바스틴 병용요법에 비해 임핀지·임주도 병용요법의 약가는 크게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임상 결과에서 뚜렷한 우월성을 보이지 않는 한 정부는 급여권 진입을 허락할 수 없는 상황이다.

면역항암제 업계 관계자는 “어떤 암종이든 면역항암제 옵션 확대는 환자와 의료진에게 무기가 된다. 사용 가능한 적응증 허가는 반가운 일”이라면서도 “다만 국민건강보험 적용은 쉽지 않다. 제약사로서는 약가 설정에 여러 고려사항이 있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