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청, 기존 쟁점 뇌출혈 대신 길랭-바레증후군 인정해 항소 취하키로
코백회 “항소 취하는 환영하지만 피해보상 졸속 심의 사실로 확인된 것”

▲ 질병관리청 전경(출처: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 질병관리청 전경(출처: 질병관리청 홈페이지)

[메디코파마뉴스=박애자 기자] 질병관리청이 코로나19 백신 피해보상 항소를 취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코로나19 백신접종 피해자들이 허탈함을 토로하고 있다. 항소 취하는 환영할 만하지만 기존 쟁점인 뇌출혈 대신 길랭-바레증후군으로 추정해 인정했다는 것은 그동안 코로나19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 졸속 심의의 방증이라는 것이다.

2일 정의당 강은미 의원실에 따르면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판결에 항소한 질병관리청이 항소를 취하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행정법원은 아스트라제네카(AZ) 백신 접종 이후 뇌질환(뇌내출혈과 대뇌해면기형) 진단을 받은 30대 남성 A 씨가 질병관리청장을 상대로 제기한 예방접종 피해보상 신청 거부처분 취소소송에 대해 국가의 책임을 인정하고 보상해줘야 한다는 취지의 판결을 했다.

하지만 질병청은 이를 불복하고 즉각 항소했다.

질병청의 이 같은 행보에 코로나19 백신 피해자들은 분노했고 국회 보건복지위원회는 국정감사에서 백경란 청장한테 항소 취하를 촉구하기도 했다.

당시 백경란 청장은 항소 취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 결과 질병관리청이 최근 강은미 의원실에 보고한 코로나19 예방접종 피해보상 소송 및 항소에 대한 조치사항을 통해 예방접종 피해보상신청 거부처분 취소 소송 항소를 11월 2주에 취하하겠다고 밝혔다.

질병청은 코로나19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를 개최하고 ‘이상반응이 발생한 시기가 시간적 개연성이 있으며, 관련성 의심질환으로도 추정 가능하다’라는 자문의견을 종합해 판결 취지대로 진료비와 간병비를 지급하기로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질병청이 기존의 쟁점이었던 뇌출혈이 아닌 다리저림 증상을 길랭-바레증후군으로 추정해 인정하면서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A씨의 주증상이었던 뇌졸중·뇌출혈 등에 대해서는 정부가 백신과의 연관성을 인정하지 않고 부증상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백신접종 피해자들 상당수가 뇌출혈・뇌졸중 등 뇌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에서 질병청을 상대로 한 피해자들의 소송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질병청의 이 같은 판단에 코로나19 백신접종 피해자들은 환영하면서도 허탈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두경 코로나19백신피해자가족협의회(코백회) 회장은 2일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지난 10월 24일 질병청과의 간담회에서 백신 피해 행정 소송 승소에 대한 질병청의 항소 취하를 적극적으로 얘기했다”며 “사법부가 인정한 것을 정부가 항소한 것은 윤석열 대통령이 약속한 백신 이상반응 국가책임제를 이행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과 같다. 백신에 대한 국민 불신만 심화시키는 만큼 항소를 취하하고 인과성 평가 기준을 완화할 것을 촉구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질병청의 항소 취하는 상당히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며 “다만 주증상인 뇌출혈이나 뇌졸중이 아닌 부증상인 다리저림을 길랭-바레증후군으로 추정해 인정한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동안 코로나19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의 졸속 심의가 사실로 밝혀진 것 아니냐는 것이 김 회장 측의 주장이다.

국민의힘 강기윤 의원실에 따르면 심의 안건이 가장 많았던 코로나19예방접종피해보상전문위원회 제5차 회의에서 총 4,548건을 최소 2시간에서 최대 3시간까지 심의됐는데 1분당 25건에서 38건을 심의했다.

김두경 회장은 “빠른 속도로 심의했다고 해서 공정성이 없다고 할 수 없다. 하지만 코로나19 백신접종은 국가 재난 사태에서 일어난 일로 정부 방역 정책에 적극적으로 협조하다 피해를 본 사람에 대한 평가인데 정부는 너무 안일하게 대처했다”며 “피해자가 소송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인정하지 않던 질병이 항소 취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심사숙고해 심의하니 질병이 나왔다는 것은 그동안 졸속으로 심의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동안 질병청이 행정편의적으로 심의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는 업무 태만이고 국민을 기망하는 행위다. 국민을 보호해야 할 정부가 오히려 국민을 외면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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