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따리상 ‘간접수출’ 불법 재확인…3社 행정처분 예고
업계, “무리한 법 해석” 반발…식약처는 ‘침묵’ 일관
법원 최종 판단 전까지 불확실성 지속될 듯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국내 보툴리눔 톡신 산업 전반이 크게 흔들리는 모양새다. 그동안 관행적으로 이뤄지던 해외 판매 방식이 불법으로 규정되면서 이에 해당하는 주요 제조·생산 업체가 잇따라 무거운 행정처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수출용을 판단하는 기준이 정부 부처 내에서도 온도 차이가 있고, 업계 안팎에서도 논란이 지속되고 있지만 규제당국의 기조에는 변함이 없는 상황이다. 현재 진행 중인 관련 재판 결과가 나오기까지 지금의 불확실성이 해소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고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한국비엠아이, 한국비엔씨, 제테마 등 3개 업체의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에 대한 품목허가 취소 및 제조업무 정지 6개월 등의 행정처분과 회수·폐기 절차에 돌입했다.

이들 업체는 지난 2020년 메디톡스, 2021년 휴젤, 파마리서치바이오와 마찬가지로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은 보툴리눔 톡신을 국내에 판매한 혐의로 행정처분 대상에 이름을 올렸다.

이를 두고 보툴리눔 톡신 업계는 식약처가 무리한 법 해석으로 관련 기업들의 사업 기반을 무너뜨리고 있다고 볼멘소리를 내고 있다. 그동안 관행으로 이어져 오던 국내 도매상 등을 통한 수출용 물량의 ‘간접 수출’을 갑자기 국내 판매로 규정하고, 불법 딱지를 붙이면서 막대한 유·무형의 손실을 입히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식약처 측의 입장은 다르다. 보툴리눔 톡신 업체가 약사법에 명시돼 있지 않은 수출 대행 업체에 물량을 공급하는 것에는 문제가 없지만 이들 사이에서 금전 거래가 있을 경우 ‘국내 판매’라는 기조를 지난 2020년부터 지금까지 일관되게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실제적으로 해외에서 판매가 이뤄지더라도 보따리상 방식의 수출은 인정할 수 없다는 점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

보툴리눔 톡신 업체들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다수가 식약처에서 수출용 허가를 받아 이러한 방식으로 해외 시장 진출을 시작했고, 메디톡스가 처음으로 행정처분을 받기 전까지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은 유통 채널이었다는 주장이다.

여기에 정부 각 부처 간 수출에 대한 기준이 달라 한쪽에서는 상을 주고, 또 다른 한쪽에서는 행정처분을 내리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이를 개선하려는 움직임이 전혀 보이지 않는 점도 업계 전반에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난 2021년 행정처분을 받은 휴젤의 보툴렉스는 그해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자부)가 주관하고 대한무역투자공사가(이하 코트라) 운영하는 ‘세계일류상품 수여식’에서 인증서를 수여받았다.

세계일류상품 인증을 받기 위해서는 세계 시장 점유율 5위 이내이거나 5% 이상이면서 특정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보툴렉스는 2020년 생산액 기준, 글로벌 시장 점유율 4위(3%)를 기록했고, 생산량 기준으로는 2위(20%)를 차지했다.

산자부와 코트라는 휴젤의 보툴렉스를 세계일류상품으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직접 수출, 간접 수출, 대행 수출을 모두 수출 범위에 포함시켰다. 즉 해외용으로 생산되고 글로벌 시장에서 실질적으로 판매됐다면 물량 유통 방식은 크게 신경쓰지 않았다는 얘기다.

산자부와 식약처 모두 정부의 테두리에 있는 조직인데 이들의 내부 기준에 따라 보툴리눔 톡신 업체의 수출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갈린 셈이다.

논란의 소지가 있는 법을 세밀하게 정비하지 않고, 무리하게 확대 해석해 정부가 법 체계에 대한 공신력과 신뢰성 하락을 스스로 자초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업계 안팎에서 끊이지 않는 까닭이다.

하지만 이러한 반발에도 식약처가 수출용 보툴리눔 톡신의 판단 기준을 당장 개선할 가능성은 극히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지난 3년여간 입장 변화가 사실상 없었던 데다 행정처분 대상 업체와의 소송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진행 중인 소송에서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와 불법 유무가 확실하게 가려질 때까지 국내 보툴리눔 산업의 불확실성은 지속될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배경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식약처가 보툴리눔 톡신의 수출 인정 범위에 대해 확고한 기준을 갖고 있었다면 애초부터 관련 약사법을 일관되게 적용했어야 했다”며 “그동안의 수출 관행을 첫 적발 전까지 알지 못했다고 하는데 만약 그렇다면 그건 직무유기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각 부처마다 다른 수출 기준으로 한쪽은 처벌을, 다른 한쪽은 상을 주는 상반된 모습이 과연 정상적인 행정이냐”면서 “동일한 사안으로 행정처분을 받은 개별 기업이 이에 수긍하지 못하고, 모두 소송전에 뛰어들거나 준비하고 있는 근본적인 이유를 식약처가 돌아보고 공신력과 신뢰성을 회복하려는 노력을 보여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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