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51곳 재고 손실 규모 해부(下)
씨젠·셀트리온헬스케어·SD바이오센서…‘수백억 재고떨이’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올 들어 창고에 쌓아둔 재고 물량이 적정 수준을 넘어서면서 회사의 재고자산 가치에 막대한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렇게 곤두박질 친 재고자산의 가치는 기업의 영업이익에까지 고스란히 반영됐다.

올 상반기 발생한 재고 손실분이 갉아먹은 영업이익은 평균 9.6%에 달했다. 이는 당기 영업이익으로 100억 원이 발생했다면 이 중 재고 손실로 인해 약 10억 원 상당의 이익이 줄어들었다는 뜻이다. 재고자산의 가치하락이 올해 제약사 실적에 상당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이유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우리나라 주요 상장 제약바이오기업 51곳의 올 상반기 재고자산 손실 규모를 해부하고 재고 손실분에 따른 영업이익의 변화를 살펴봤다.

≫ 셀트리온헬스케어, 비용처리 ‘최다’…재고손실, 상반기 영업이익의 절반 웃돌아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재고 손실분의 비중이 높았던 곳들이 다수 존재했다.

셀트리온헬스케어(영업익比 손실비중 58.4%, 손실액 695억 원), 유유제약(47.4%, 3억 원), 씨젠(21.1%, 448억 원), 종근당(14.8%, 77억 원), 비씨월드제약(14.7%, 1억 원), 광동제약(11.3%, 22억 원), 동화약품(10.9%, 21억 원) 등이 영업이익에서 10% 이상을 재고 손실로 깎아 먹은 곳들이었다.

조사대상 중 재고로 인한 비용처리가 가장 많았던 곳은 셀트리온헬스케어였다. 이 회사가 손해 본 돈만 이 기간 695억 원에 달했다. 상반기 영업이익이 1,191억 원이었던 만큼 영업이익의 절반(58.4%)이 넘는 부분이 재고 손실로 빠져나 간 것이다. 누적으로는 1,165억 원 규모 수준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자산 손실 규모가 올해 갑자기 급증한 것은 최근 계열인 셀트리온과 셀트리온제약이 재고자산 과대평가 문제로 금융당국의 분식회계 도마 위에 오른 것도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해 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재고 평가손실 누계는 469억 원이었으며 2020년 기준으로는 불과 251억 원에 불과했다. 이는 2년여 동안 약 1,000억 원대 비용이 늘어난 셈으로 지난해까지 처리해 놨던 재고 손실 규모(469억 원)를 올 상반기 만에 넘어선 것이다.

향후도 이 회사의 재고 손실 규모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고자산 규모가 2조 2,095억 원 규모로 총자산의 53%에 달하고 있는 가운데 올해 평가손실이 급증한 데 이어 누적 평가손실률은 아직도 5%에 불과해서다.

≫ 씨젠 등 진단키트 기업 ‘수출 감소’…불어나는 재고 손실

진단키트 수출로 이름을 알린 씨젠도 손실 규모가 컸다. 이 회사가 손해 본 돈은 이 기간 448억 원에 달했다. 누적으로는 737억 원으로 씨젠도 지난해까지 쌓아놨던 289억 원의 재고 손실 평가액을 올해 영업 여섯 달 만에 넘어섰다.

특히 씨젠의 2분기(3개월) 영업이익으로 좁혀보면 13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442억 원)과 비교해 91%가 급감한 결과다. 이 기간 재고 손실로는 63억 원이 발생했다. 절반의 영업이익이 증발된 셈이다. 씨젠의 재고 규모는 당초 3,004억 원 규모로 이에 대한 평가손실률은 24.5%에 달했다.

문제는 씨젠뿐만 아니라 진단키트 제품을 주력 품목으로 둔 여러 회사에서 올 2분기 수출 감소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대표적으로 인트론바이오의 경우 지난해보다 매출이 반토막(2분기 매출 27억원, 전년比 54%↓) 나면서 15억 원의 영업 손실을 내고 적자로 돌아섰다. 랩지노믹스(219억 원, 68%↓)도 매출 하락에 따라 전년 2분기 245억 원의 영업이익을 얻었지만, 올해에는 54억 원으로 쪼그라들었다.

≫ 쌓여가는 재고, 불어나는 손실…재고 추이, 영업이익 가를 주요 변수로

올 상반기 안정적 영업 성과를 낸 에스디바이오센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이 회사의 재고자산은 4,386억 원이나 쌓여있다. 이에 대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재고자산의 원가 결정방법을 선입선출법에서 총평균법으로 바꾸면서 162억 원의 평가손실을 반영했다.

지난해 에스디바이오센서의 재고자산과 관련한 누적 평가 손실액이 63억 원이었던 만큼 올 상반기에만 3배에 달하는 비용을 쌓았다. 이는 회사가 재고자산의 보수적 대응을 본격적으로 실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물건이 팔리지 않는다면 재고는 손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 모두 창고에 쌓아둔 제품이 늘어난 만큼 진단키트 업체들의 향후 재고 추이가 영업이익을 가를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 외에도 셀트리온(상반기 재고손실 85억 원), 삼성바이오로직스(84억 원), 대웅제약(46억 원), 한미약품(41억 원), 보령(28억 원), 광동제약(22억 원), 대원제약(15억 원), 휴온스(12억 원), 신풍제약(7억 원), 삼진제약(7억 원), 동국제약(7억 원), 일양약품(6억 원), 일동제약(5억 원), 부광약품(5억 원) 등이 5억 원 이상의 당기 손실이 난 곳들이었다.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매출 속도가 받쳐준다면 일정한 재고 규모는 기업 성장을 높여주지만 반대의 경우라면 잠재적인 리스크로 양면성을 판단해야 한다”며 “시장 상황에 맞는 기업별 재고관리 전략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