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진출 속도내는 ‘펙수클루’…신청 8개월 만에 품목허가 획득
한발 앞서 나가는 ‘케이캡’…이달 11일 현지 파트너사 통해 출시
내년 상반기 진검승부 유력…치열한 현지 영업·마케팅 전쟁 예고

▲ 대웅제약(좌)과 HK이노엔(우) 본사 전경(출처=홈페이지)
▲ 대웅제약(좌)과 HK이노엔(우) 본사 전경(출처=각 사 홈페이지)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차세대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로 주목받고 있는 토종 P-CAB 제제의 첫 해외 시장 격전지가 필리핀으로 결정됐다. 해당 품목을 보유하고 있는 HK이노엔과 대웅제약이 현지 규제 당국으로부터 5개월여 간격을 두고, 잇따라 품목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향후 두 품목의 필리핀 실적 성적표가 글로벌 경쟁력을 가늠하는 직·간접 지표 역할을 할 수 있는 데다 첫 맞대결이라는 상징성도 있는 만큼 현지 시장 선점을 위한 영업·마케팅 경쟁이 조만간 치열하게 전개될 것이란 관측이다.

대웅제약은 지난 10일 자체 개발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염산염)’가 이달 3일 필리핀 식약청(The Philippines FDA)으로부터 품목허가를 받았다고 밝혔다.

펙수클루가 해외 시장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지난 2월 말 품목허가신청 이후 약 8개월 만이다. 필리핀에서 의약품이 시판 승인을 받기까지는 통상 2~3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이와 비교하면 이례적으로 빠른 속도다.

이에 따라 경쟁 품목인 HK이노엔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과의 해외 시장 첫 매치업도 예상보다 빠르게 성사될 전망이다. 지난 2020년 12월 필리핀에서 품목허가를 신청한 케이캡은 펙스클루보다 약 5개월여 앞선 올해 5월 품목허가를 획득한 상태다.

케이캡이 먼저 품목허가를 받은 만큼 전반적인 제품 출시 준비는 현재 HK이노엔이 한발 앞서 있는 상황이다. 승인 직후 현지 파트너사 MPPI(Metro Pharma Phils. Inc.)는 현지 의료진을 대상으로 프리 마케팅에 곧바로 돌입하는 등 출시 사전 작업을 착실하게 진행해 왔다.

HK이노엔에 따르면 MPPI가 창립 이후 처음으로 보유하게 된 신약이 케이캡이라 현지 시장 선점을 위한 영업·마케팅에 매우 적극적이라는 전언이다. 이 회사가 케이캡에 걸고 있는 기대가 얼마나 큰지 짐작해 볼 수 있는 대목이다.

HK이노엔도 파트너사의 이 같은 행보에 지원을 아끼지 않는 분위기다. 지난달 MPPI의 요청으로 필리핀 소화기학회 전·현직 임원 10명을 초청, 서울 사무소를 견학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역류성 식도염에 관한 학술정보 공유 행사를 진행한 것이 이를 방증한다.

HK이노엔 관계자는 “케이캡이 출시 준비 과정을 모두 마치고, 이달 11일부로 필리핀 현지 판매에 돌입했다”며 “지난 2019년 국내 출시 이후 축적된 장기 처방·임상 데이터와 다양한 적응증 등 제품 차별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학술 마케팅 근거가 확실한 데다 현지 파트너사의 공격적인 영업·마케팅도 뒷받침되고 있는 만큼 빠르게 시장에 안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웅제약도 펙수클루의 필리핀 품목허가가 확정된 만큼 후속 절차에 곧바로 돌입하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출시 시점이나 영업·마케팅 및 판매 채널 등 세부적인 내용은 내부 논의를 거쳐 밝히겠다는 입장이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펙수클루가 이제 막 필리핀 품목허가를 받은 상황이라 현지 출시와 관련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타임 테이블이 아직 완벽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태”라며 “우선은 오는 24일 필리핀 소화기학회 회장단 포함 주요 오피니언 리더가 참석하는 펙수클루 국내 심포지엄을 성공적으로 개최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한편 케이캡의 필리핀 출시 준비 기간을 감안했을 때 두 품목의 직접적인 경쟁은 내년 상반기 중 이뤄질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HK이노엔과 대웅제약의 P-CAB 제제가 처음으로 맞닥뜨리는 해외 마켓인 만큼 양사의 영업·마케팅 활동이 치열하게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P-CAB 제제에 대한 필리핀 의료진의 관심은 높지만 가장 먼저 진출한 다케다제약의 다케캡의 영향력은 아직 크지 않은 상황이다. 때문에 케이캡과 펙수클루의 가세가 현지 시장 확대를 주도할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양사 모두 P-CAB 제제를 중장기 핵심 캐시카우로 키우겠다는 목표를 갖고 있고, 동남아시아 주요 의약품 시장인 필리핀, 인도네시아, 태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 첫 격전지가 된 필리핀에서 밀리게 되면 부담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특히 현지 실적 결과가 향후 제품의 글로벌 경쟁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현지 시장 선점을 위한 치열한 영업·마케팅 전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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