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슈 간테네루맙, 중간분석 결과 1차 평가변수 달성 실패
홀로 남은 바이오젠 레카네맙, 아두헬름 전례 피할까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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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유력한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후보물질이 또다시 임상 3상에서 미끄러졌다. 글로벌 시장에 접근하고 있는 후보물질이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치매 정복으로 가는 길이 험난해진 것은 자명하다.

남아있는 후보물질 또한 여러 논란으로 시장에서 퇴출당한 아두카누맙(제품명 아두헬름)의 전철을 밟는다면 치매치료제 개발은 다시금 아득해질 것으로 보인다.

≫ 로슈, 간테네루맙 개발 중단…“1차 평가변수 달성 실패”

로슈는 최근 막대한 비용을 쏟아부은 GRADUATE 1·2 연구의 중간분석 결과 간테네루맙(gantenerumab)이 1차 평가변수를 달성하지 못했다며 개발 중단을 선언했다.

간테네루맙은 미국식품의약국(FDA) 혁신치료제로 지정된 유력한 알츠하이머 치료제 후보물질이었다. 아밀로이드-β 단백질을 타깃해 알츠하이머 환자의 개선을 노리는 여러 후보물질 가운데서도 연구 진행 속도가 빨라 기대를 모아왔다.

간테네루맙의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 대상 임상 3상 쌍둥이 연구가 GRADUATE 1과 2이다. 위약과 비교해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에게 간테네루맙의 효과와 안전성을 확인하는 것이 목표다.

로슈는 이 연구에 막대한 자금을 쏟아 부었다. 글로벌 30개국, 300여 기관에서 경증 알츠하이머 환자 1,998명 모집을 목표하는 초대형 임상 연구였다.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116주 차에 기준선 대비 0~18점 범위의 인지기능 평가점수(CDR-SB) 개선이다. 2차 평가변수는 116주 차 MMSE(Mini-Mental State Examination) 점수 변화, MRI로 확인된 뇌부종 등 부작용 발생 비율 등이 포함됐다.

연구 결과에 따라 글로벌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 산업에 막대한 영향이 예상됐다. 그런데 톱라인 결과 공개를 예고한 이달 말 알츠하이머 임상연구 컨퍼런스(CTAD)에 앞서 개발사가 임상 실패와 함께 개발 중단을 선언한 것.

발표에 따르면 간테네루맙은 기준선 대비 CDR-SB 점수 변화에서 위약과 비교해 GRADUATE 1에서는 8%, GRADUATE 2에서는 6% 개선을 보였다. 하지만 두 임상 결과 모두 개선율의 통계적 유의성을 달성하지 못했다.

1차 평가변수 달성 실패는 임상의 실패를 의미한다. 개발사는 간테네루맙의 치매치료제 개발을 포기했다.

로슈의 최고 의료책임자이자 글로벌 제품개발 책임자인 레비 개러웨이 박사는 “많은 이들이 알츠하이머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가운데 이 소식을 전하게 돼 안타깝다”며 “GRADUATE 연구 결과는 기대했던 것은 아니지만, 고품질의 알츠하이머 데이터 세트를 임상 현장에 제공한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 간테네루맙 실패로 레카네맙 톱라인 세부데이터에 글로벌 ‘이목’ 집중

간테네루맙의 실패로 인류의 알츠하이머 치료제 개발은 한 걸음 물러났다. 하지만 기대되는 후보물질은 남아있다.

지난 9월 바이오젠과 에자이는 레카네맙의 임상 3상 Clarity AD 연구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레카네맙은 임상 2상 결과를 바탕으로 FDA에 조건부 허가신청서를 제출한 상태다.

Clarity AD는 1,906명의 초기 알츠하이머 환자 등록을 목표로 2019년 시작됐다. 등록 환자들은 레카네맙과 위약을 각각 2주 간격으로 정맥주사로 효과와 안전성을 비교했다.

이 연구의 1차 평가변수는 18개월차 기준선 대비 레카네맙군의 CDR-SB 점수 개선이다. 1차 평가변수를 달성했다는 것은 위약군 대비 레카네맙군의 CDR-SB 점수가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개선됐음을 의미한다.

발표에 따르면 레카네맙을 투여한 결과 위약 대비 CDR-SB 점수를 0.45점(27%) 개선했다. 6개월 차부터 위약과 비교해 통계적 유의성을 확보했고 이를 유지했다는 설명이다.

또한 아밀로이드-β 축적을 양전자 단층촬영(PET)으로 알아본 2차 평가변수에서도 개선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개발사의 발표만으로 Clarity AD 연구의 성패를 가늠하기는 어렵다.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앞서 시장에까지 출시했다가 논란 끝에 철수한 아두카누맙의 CDR-SB 점수 개선도 위약 대비 0.39점에 달했기 때문이다.

레카네맙의 중간분석 결과 역시 11월 CTAD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이날 발표되는 중간분석의 세부 데이터에서 레카네맙의 성패가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발표 당시 미셸 보나소스 바이오젠 CEO는 “이번 발표는 뇌에서 응집된 아밀로이드-β를 제거하는 것이 초기 단계 알츠하이머 환자의 질병 둔화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알츠하이머 퇴치를 위해서는 다양한 접근 방식과 치료 옵션이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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