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조달 계약조건 공개 의무화 추진…“글로벌 대응 개선”
코로나19, 기밀유지로 불공평 접근…불이행 제재규정 모호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향후 또 다른 글로벌 팬데믹 상황이 발생했을 때 제약사와 각 국가의 치료제, 백신 등의 거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세계보건기구(WHO) 합의서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번 코로나19 팬데믹에서 발생했던 국가 간 불균형과 제약사의 독점적 횡포에 책임을 지우겠다는 설명이다.

21일 외신에 따르면 194개 회원국을 보유하고 있는 WHO는 새로운 전염병 협정에 제약사의 공공조달 계약 조건을 의무적으로 공개하는 초안을 담은 이른바 ‘팬데믹 조약’ 협의가 진행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 개발을 위한 공적자금의 투명성과 완성된 제품을 전 세계에 고르게 분배할 수 있도록 보장하겠다는 것.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 글로벌 유수의 제약사, 이른바 빅파마들은 빠르게 백신을 개발했다. 2019년 중국에서 코로나19 바이러스가 등장에서 백신 출시까지 1년이 채 걸리지 않았다.

빅파마들의 움직임에 백신은 코로나19 바이러스를 통제하는 데 중요한 도구가 됐다. 하지만 팬데믹 기간 동안 제약사와 각국 정부가 맺은 거래는 대부분 기밀로 유지됐다.

이에 따라 설령 제약사가 폭리를 취하며 특정 국가에만 백신과 치료제를 공급했다 할지라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여지가 없었다.

실제로 비영리단체 AMF(Access to Medicine Foundation)가 2년마다 발행하는 보고서 최신호에 따르면 팬데믹 발생 후 의약품에 대한 접근성 진전이 이뤄졌지만, 혜택이 최빈곤국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팬데믹 상황에서도 ‘시장성이 있는 국가를 우선한다’는 제약산업의 오랜 패턴이 반영됐다는 설명이다.

이번 팬데믹 조항은 WHO의 194개 회원국이 새로운 합의를 통해 코로나19 팬데믹의 문제점을 방지하고 최빈국까지 포함한 글로벌 대응을 개선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초안은 이번 주말 전체가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새로운 팬데믹 조항이 발표된다 할지라도 제약사, 혹은 각 국가가 이를 준수하지 않을 경우의 제재 사항은 모호한 상황이다. WHO의 합의는 강제성이 없기 때문이다.

백신이나 치료제를 빠르게 개발한 제약사 입장에서는 공공조달 계약 조건을 공개하지 않는다면 더 큰 이득을 얻을 수 있다. 만약 새로운 협약이 발동된다면 제약사는 지적 재산권 보호를 주장할 것으로 보인다.

초안이 알려진 이후 제약계는 당장 반발하고 있다. 초안이 그대로 시행된다면 “팬데믹 대응 도구의 신속한 개발과 공평한 접근이 오히려 약화할 것”이란 주장이다.

반면 WHO 측에서는 이번 초안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 동안 이뤄진 일부 국가의 과도한 백신 비축으로 인한 불평등을 바로 잡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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