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형 혈우병 ‘원-샷’ 치료제 헴제닉스 미 FDA 허가…최초
A형 혈우병선 록타비안, 유럽 조건부 허가…FDA도 임박
원-샷 치료제 ‘화두’ 비용효과성…국내 여건 살펴보면?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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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혈우병에도 ‘원-샷’ 치료제가 등장했다. 평생을 약물에 의존해야 하는 혈우병에서 ‘원-샷’은 완치를 기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전체 혈우병 환자의 70%가량을 차지하는 A형 혈우병과 15%가량의 B형 혈우병에서 각각 치료제가 사실상 글로벌 시장의 승인을 받은 만큼 향후 혈우병 치료제 시장이 급변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원-샷’ 치료제의 천문학적 약가 문제가 남아있다. 한명 당 40억 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기존에 사용하고 있는 혈우병 치료제의 1년 치 약가도 논란이 되고 있는 고가 항암제, 희귀질환제 못지않은 상황에서 비용효과성이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 FDA, B형 혈우병약 헴제닉스 승인…제9 응고인자 활성률 2년 차 36.7% 유지

미국식품의약국(FDA)는 지난 22일(현지시간) CLS베링의 B형 혈우병 치료제 헴제닉스(Hemgenix, 성분명 에트라나코진 데자파르보벡)를 승인했다.

적응증은 ▲현재 제9 응고인자 예방요법을 사용 ▲현재 또는 과거에 생명을 위협하는 출혈 경험 ▲반복적이고 심각한 자발적 출혈 에피소드가 있는 성인 B형 혈우병 환자다.

B형 혈우병은 결함이 있는 유전자로 인해 제9 응고인자가 결핍해 발생한다. 헴제닉스는 제9 응고인자를 생성하도록 유도하는 아데노바이러스의 일종(AAV5)을 통해 기능을 하는 유전자를 간세포에 전달하는 기전이다.

1회 투여된 헴제닉스 물질은 세포에는 남아있지만, DNA에는 통합되지 않으면서 영구적인 혈우병 치료를 기대하게 한다.

이번 승인은 제9 응고인자 대체요법에 의존하는 중등도~중증 B형 혈우병 남성 환자 5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HOPE-B 연구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이 연구는 단일군, 공개라벨 임상 3상이다.

참여 환자는 6개월 이상 전향적 관찰기간(이 기간 표준요법 사용)을 거친 뒤 AAV5에 대한 중화항체가 있을 경우 시험에서 제외됐다.

연구 결과 참여 환자들은 헴제닉스 투여 후 제9 응고인자 활성이 6개월에 39%였고 24개월에 36.7%로 유지했다. 투여 후 7~18개월 사이의 모든 출혈에 대한 조정된 연간 출혈률(ABR)은 관찰기간에 비해 54%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헴제닉스 투여 환자 54명 가운데 51명인 94%가 투여 이전에 사용하던 일상 예방치료를 받지 않았다.

5% 이상에서 발생한 부작용은 간 효소 상승, 두통, 특정 혈액효소 수치 상승, 독감 유사 증상, 주입 관련 반응, 피로 등이었다. 9명의 환자에게는 간 효소 상승으로 인한 스테로이드가 투여됐다.

FDA는 “혈우병 치료를 위한 유전자 요법은 20년 이상 가시권에 있었다. 혈우병 치료의 발전에도 불구하고 출혈 에피소드의 예방 및 치료는 개인의 삶의 질을 악화시켰다”며 “이번 승인은 B형 혈우병 환자를 위한 새로운 치료 옵션으로서 혁신적 치료법 개발의 중요한 진전”이라고 설명했다.

≫ EMA 조건부 승인 A형 혈우병 ‘원-샷’ 치료제 록타비안, FDA 허가도 임박

FDA가 B형 혈우병에 ‘원-샷’ 치료제를 승인하면서 이제 관심은 A형 혈우병으로 향한다. A형 혈우병은 제8 응고인자가 부족할 때 발생하는 것으로 전체 혈우병 환자의 70%를 차지한다. 혈우병 환자 가운데 가장 많은 유형.

A형 혈우병에 ‘원-샷’ 치료제는 미국보다 유럽에서 먼저 시장에 나왔다. 지난 8월 유럽위원회(EC)는 바이오마린의 A형 혈우병 치료제 록타비안(Roctavian, 발록토코진 록사파르보벡)을 조건부 승인했다.

록타비안 또한 AAV5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제8 응고인자의 생성을 기대할 수 있는 의약품이다.

유럽 조건부 승인은 록타비안의 GENEr8-1 연구 결과를 토대로 이뤄졌다. 바이오마린이 공개한 임상 결과에 따르면 모집단 132명에서 록타비안은 기준치 대비 ABR를 85% 감소시킨 것으로 나타났다. 2년 차에 제8 응고인자 활성률은 23 IU/dL이었다.

바이오마린은 이 결과를 들고 2020년 FDA와 유럽의약국청(EMA)에 록타비안의 승인을 신청했다. EMA의 요청에 따라 2년 추적결과를 올초 제출한 끝에 조건부 승인이 이뤄진 것.

FDA에도 추가 자료를 제출했지만, FDA는 3년 장기 추적 자료 제출을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인해 최근 록타비안에 대한 허가 논의를 위한 자문위원회 소집 계획도 취소된 상태다.

내년에 나올 3년 장기추적 연구 결과에 따라 유럽에서 조건부 딱지와 FDA 허가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 문제는 40억 원 달하는 약가…'비용효과성' 달성할 수 있을까?

혈우병 ‘원-샷’ 치료제에 대한 글로벌 대표 규제당국의 승인이 이어지면서 환자와 의료진은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의 환자에게 해당 치료제가 투여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있다. 천문학적인 가격이다.

현재 헴제닉스의 투여 약제비는 350만 달러, 록타비안의 투여 약제비는 250만 달러 수준으로 알려져 있다. 한화로 30억~40억 원에 달하는 규모다. 이들 치료제는 지금껏 출시된 어떤 치료제 보다도 가격이 높다.

기존에 나와 있는 혈우병 치료제 자체가 비싸, 이를 장기간, 혹은 영원히 대체할 수 있다면 기회비용 자체가 높기 때문이다.

현재 국내에서 사용가능한 혈우병 치료제 옵션은 최다 처방 치료제 기준으로 A형 혈우병은 1년에 2억2,000만 원가량, B형 혈우병은 2억7,000만 원 수준의 약제비가 발생한다. 초고가 항암제나 희귀질환제 못지않은 비용이다. 게다가 평생 관리되는 질병이기 때문에 매년 비용이 쌓여간다.

예방요법 중간치로 보험상한가를 계산해보면 A형에서 최다 처방되는 애드베이트는 75kg(35 IU/kg) 환자가 1주 4회 투여 시 연간 2억2,428만 원, B형 치료제인 베네픽스 75kg(40iu/kg) 1년 120회 투여 기준으로 연간 2억7,180만 원이다.

비교적 최근에 나온 A형 혈우병 치료제 헴리브라를 사용하면 가격은 더 높아진다. 헴리브라를 75kg 환자가 투여하면 연간 비용은 4억3,200만 원에 달한다.

헴리브라가 정맥주사보다 편의성이 높은 피하주사 요법인데다 최대 한 달에 1회 투여만으로 관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음에도 여전히 현재 소아 환자에게만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는 배경이다.

반대로 기존 의약품의 높은 약가는 ‘원-샷’ 치료제 개발사가 가격을 높게 책정할 이유가 된다. 매년 들어가는 약제비를 한 번의 투약으로 대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9월 비영리연구기관인 ICER가 공개한 연구결과 초본에 따르면 록타비안과 헴리브라를 각각 사용했을 때, 록타비안의 비용효과성이 인정됐다. 록타비안의 1회 투여비는 250만 달러, 헴리브라의 연간 투여비는 64만 달러로 계산했을 때 환자 1인당 400만 달러 이상의 비용효과가 발생한다는 것.

다만 이 연구는 록타비안의 효과가 12년간 이어질 것으로 임의 책정한 결과다. 아직 록타비안의 효과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확인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렵다.

바이오마린 관계자는 이 연구에 대해 “ICER가 중증 A형 혈우병 치료에서 최초의 유전자치료제로서 록타비안의 혜택과 잠재적인 장기 의료비용 절감 가능성을 인식하게 된 것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헴제닉스와 록타비안의 국내 승인은 시간이 걸리겠지만, 승인과 동시에 국민건강보험 적용이나 별도 기금 마련 목소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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