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분석] 2022 국내 제약바이오 ESG 등급 ‘현미경 해부’(上)
제약바이오 83곳 중 50곳 ESG 등급 하향 조정 ‘우수’ 5곳 뿐
동아에스티·삼성바이오로직스·SK바이오사이언스 ESG ‘톱’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ESG는 기업의 비재무적 요소인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지배구조(Governance)를 뜻하는 말이다. 시장참여자 관점에서 보면 ESG는 투자 결정을 내릴 때 기업의 지속 가능성을 판단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다.

여기에는 환경요소 중 기후변화 영향, 친환경 제품 등이 있으며, 사회책임에는 인적자원, 산업안전, 제품 안전성 등이 포함된다. 지배구조는 주주 권리나 감사제도 등에 의해 측정된다. 향후 ESG 관련 공시가 기업가치를 매기는 주요 지표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자산 2조 원 이상의 코스피 상장사는 ESG 공시 일부인 ‘기업지배구조보고서’를 공시하고 있다. 올해는 더욱 확대돼 자산 1조 원 이상 기업으로 확대됐다. 향후 2024년(5천억 원 이상 기업)을 거쳐 2026년에는 모든 코스피 상장사가 의무적으로 공시해야 한다.

특히 정부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스튜어드십코드 시행(기업에 대한 의사결정) 강화와 투자 결정 시 ESG 평가를 대폭 반영해 투자전략에 확대 반영하도록 하면서 기업의 ESG 등급은 향후 중요한 투자지표로 활용될 예정이다. 한국거래소 역시 ESG 평가 결과를 ‘KRX 사회책임투자지수(SRI)’ 종목구성에 반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국내 제약바이오기업의 ESG(기업의 비재무적 요소) 등급은 현재 어느 정도 수준일까.

<메디코파마뉴스>는 ESG 경영(환경·사회책임·지배구조) 척도를 가늠할 수 있는 한국기업지배구조원의 ‘2022년 KCGS ESG 평가등급’을 적용해 상, 하편에 걸쳐 제약바이오기업 90곳의 ESG 평가등급을 살펴봤다.

KCGS ESG 평가등급은 7등급(S, A+, A, B+, B, C, D)으로 구분된다.

여기서 S등급은 최우수 등급에 해당한다. 이는 ESG 체계가 탁월하게 관리되고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현재 국내 상장사 중에는 환경·사회·지배를 통합 평가했을 때 S등급을 부여받은 곳은 없었다.

A+등급은 매우 우수하다고 평가되는 등급으로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서는 9곳이 선정됐지만, 국내 제약사 중에는 통합등급으로 보면 단 한 곳도 없었다.

A등급은 우수, B+등급은 양호를 의미하는 등급이다. 통합등급에서 A등급을 받은 제약사는 5개사(5.5% 점유), B+등급은 21개사(23.3%)로 조사됐다.

B는 보통에 해당하는 등급으로 여기에 해당하는 제약사는 8개사(8.8%)로 집계됐다.

C와 D는 취약하거나 매우 취약한 상태를 나타내는 위험 단계로 평가할 수 있는데, C등급과 D등급에 포함된 제약사는 각각 28개사(31.1%)로 가장 많은 수를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이번 본지 조사 대상에 포함된 90곳의 제약사 가운데 S등급과 A+등급을 받은 제약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 제약바이오 업계, ESG 경영 ‘뒷걸음’…10곳 중 6곳 평가등급 ‘하향’

작년 통합등급과 비교해 보면, 신규평가 7곳을 제외한 제약바이오기업 83곳 중 50곳에서 ESG 등급이 하향 조정되면서 내려앉았다. 이는 10곳 중 6곳인 셈이다.

반면, 단 5곳의 기업(JW홀딩스, 대웅, 콜마비엔에이치, 대웅제약, 씨젠)에서만 등급이 올랐다. 등급 자체에 아예 변화가 없는 곳은 28곳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많은 제약바이오기업이 ESG 경영 체제로 본격 전환한 것에 비하면 충격적 결과다.

지난해와 평가등급별로 비교해 보면 A등급은 5곳(2021년 10곳→2022년 5곳, 증감률 50%↓)이 감소했다. B등급은 25곳(2021년 33곳→2022년 8곳, 증감률 76%↓), C등급은 6곳(2021년 34곳→2022년 28곳, 증감률 18%↓)이 줄어든 결과를 냈다.

반면 D등급은 27곳(2021년 1곳→2022년 28곳)이나 늘어났다. 결국 전반적인 등급 하락의 종착지가 D등급으로 귀결된 셈이다.

다만, B+등급의 경우 9곳(2021년 12곳→2022년 21곳, 증감률 75%↑)이 늘어난 결과를 나타냈는데 이는 전년 A등급 군에서 6개 기업이 하락해 B+등급으로 내려갔고 신규 평가로 B+등급을 받는 기업이 추가된 것이 이유로 작용했다.

≫ ‘우수’ 등급 5곳 뿐…동아에스티 ‘업계 모범’ 꼽혀

통합등급에서 ‘우수’에 해당하는 A등급 기업은 5곳에 불과했다. 동아쏘시오홀딩스, 동아에스티, 삼성바이오로직스와 그리고 신규로 SK바이오사이언스와, SK바이오팜이 A등급을 받으면서 유일하게 잘하고 있다는 합격점을 받은 곳들이었다.

이 가운데 동아쏘시오홀딩스와 동아에스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년 연속 A등급을 받아들면서 ESG 경영을 뿌리내리고 있었다.

동아에스티는 앞서 사회적 책임 부문과 지배구조에서 A의 합격점을 받았다. 이 회사는 지배구조의 투명성을 위해 이사회를 사외이사 과반으로 구성하고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분리해 사외이사가 의장직을 수행하도록 했다. 최근엔 차별화된 친환경 정책도 주목받고 있다. 회사는 올해 천안 캠퍼스 공장에 태양광발전소를 설치한 데 이어 박스 포장용 테이프까지 사업 전반에 걸친 친환경 정책을 전개하면서 B를 받은 환경부문 역시 내년 상향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동아쏘시오홀딩스도 2020년 그룹사의 재무·비재무적 성과와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노력을 공개한 그룹 통합보고서 ‘가마솥(GAMASOT)’을 발행하고 있다. 이와 함께 그룹 내 업무용 차량을 친환경 차량으로 전면 교체, 플라스틱 제로(Plastic-Zero) 캠페인 시행, 미세먼지 저감 및 도시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도시숲 조성, ‘포장재 재질-구조개선 자발적 협약’을 통한 포장재·재질구조 개선 등의 활동을 진행 중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각 부문별 ESG 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환경에서는 글로벌 표준 에너지경영시스템(ISO 50001), 안전보건경영시스템(ISO 45001)을 도입했고 사회에서는 협력사와의 상생 경영을 목표로 ESG 관련 협력사 행동 규범을 강화하고 진단 지표를 개발해 핵심 협력사를 대상으로 ESG 진단 및 실사를 수행하는 등 공급망 ESG 리스크를 완화했다.

한국기업지배구조원 관계자는 <메디코파마뉴스>와의 통화에서 “ESG 평가는 글로벌 기준에 맞춰 5년마다 모범규준을 개정하고 있으며 지난해 8월 개정된 부분을 올해 평가모형에 반영했다”라며 “최근 글로벌 공시체계의 강화와 ESG 거버넌스 수치를 강조하는 방향에 맞춰 변경이 이뤄졌다”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글로벌 기준이 엄격화되면서 전반적으로 등급 하락 기업이 다수 발생했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제약사들의 등급 하향과 관련해 “특히 제약사들의 경우는 작년부터 본격적인 ESG에 대한 경영 대응이 목격되고 있다”면서 “문제는 업종 특성상 허가인증, 환경규제, 법적 규제 등 작년의 기존 모범규준 포커스에 맞춰 대응하다 보니 과거 기준으로만 대응된 부분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올해 새로운 모범규준엔 미처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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