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IR큐더스 한정선 이사
꿈을 먹는 바이오 시대는 ’옛말‘ 매의 눈으로 살피고 또 살피는 시대
올해 제약바이오 IPO 급감 속 심사 철회도 늘어…심사 기간 100일 넘어

▲ IR큐더스 한정선 이사
▲ IR큐더스 한정선 이사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지난해부터 국내 증시는 물가, 환율, 금리로 대변되는 3高에 시달리면서 침체가 길어지고 있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종은 금리 압박과 유동성에 취약한 모습을 노출하면서 다른 업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더 큰 낙폭을 불러오며 증시 한파가 몰아치고 있는 상황.

기업공개(IPO) 시장도 예외가 아니었다. 기술 성장을 대표하는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높아진 시장 문턱에 기업공개가 빈번히 실패하고 입성에 성공할지라도 낮은 공모가가 기업 성장을 발목 잡고 있는 현재다. 이는 당장의 실적보다는 미래 기업가치를 중요시한 제약바이오에 대해 시장참여자들의 관심과 신뢰가 무너진 것을 방증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이 같은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기업 경영의 투명성과 기울어진 정보의 비대칭을 바로잡아 신뢰와 투심을 회복하는 것이 우선적인 선결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키 위한 방안으로 최근 기업설명회(IR) 공개가 주목받고 있다.

상장예정 기업의 기업공개(IPO)는 물론 상장기업의 주식 가치를 높이고 투자자를 모으는데 이만한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증시 혹한기 속에서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IR이 줄지 않는 이유다.

지금 기업과 투자자들에게 필요한 것은 기업의 미래 비젼과 가치를 시장참여자 모든 이에게 투명하고 공평하게 공개하는 일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특성을 이해하고 IR 이슈에 대해 전반적인 통찰력으로 명확하게 진단해 소개하는 전문가들의 안목이 필요하다 할 것이다.

<메디코파마뉴스>는 IR큐더스에서 헬스케어 전반을 담당 총괄하고 있는 한정선 이사를 만나 제약바이오 IR과 IPO 이슈에 대해 그의 목소리를 들어봤다.

한정선 이사는 1990년대 말 한국경제TV 기업 정보센터와 주식회사 벤처아이에서 제3시장, 장외기업 정보 분석 업무를 시작으로 2003년 IR큐더스에 입사해 20여 년간 유망벤처와 상장기업의 IR 업무를 맡아온 이 분야 최고의 베테랑이다.

≫ 최근 제약바이오 IR 포커스는 ?

투자자들의 인식 변화를 알고 기업들이 이에 맞는 맞춤형 IR이 필요하다. 과거 투자자들의 마인드는 ’꿈을 먹고 자라는 제약바이오‘라는 생각으로 파이프라인이 많고 가능성이 있다고 느끼면 투자에 임했지만, 현재 투자자들은 그렇지 않다는 점이다.

과거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들 같은 경우 다양한 포트폴리오별 임상시험을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다면, 지금처럼 자금이 경색된 시기에는 포트폴리오 임상 파이프라인이 많다고 해서 중요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정말 될 만한 임상에 투자하고 있는지 그리고 임상 성공 후 상업화가 가능한지를 따져보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기술수출의 경우도 무턱대고 기술이전을 체결했다고 해서 반기기보다는 그동안 회사가 연구개발에 투자한 금액과 비교해 계약금이라던지 계약조건을 따져본다는 것이다. 그런데 기업들은 한정된 돈을 가지고 임상도 진행하고 우수한 인력들도 확보해야 하는 상황에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전략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문제는 시장의 시각은 기업이 기술력이 없으니까 포기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는 점이다. 그런 업체가 없을 순 없겠지만 지금의 불확실한 자본 환경하에서는 정말로 전략적으로 임상을 해야 하는 것이 현실이다.

이 때문에 시장참여자들이 오해할 수 있는 부분에서 기업이 진정성으로 투자자들에게 회사의 비젼과 현재의 기술력을 인지시키는 것이 무엇보다도 IR을 통해 알려야 할 중요한 핵심 과제라고 본다.

또 IR 형태도 바뀌고 있다. 과거 IR은 기업이 주장하고 강조하는 일방적 스타일이었다면 최근 IR은 한방향이 아닌 쌍방향으로 투자자들이 궁금해하고 알고 싶은 니드에 대해 풀어가는 방식으로 소통하고 있다.

≫ 최근 제약바이오 IR 추세는 ?

코로나19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IR 횟수나 대면 기업설명회가 감소한 부분이 있다. 이에 따라 투자 유치 어려움이 경영 리스크로 가중되고 있다. 하지만 최근 위드 코로나가 자리 잡는 분위기에서 기업들이 IR을 늘리면서 투자자와 업무 파트너를 찾기 위한 기업 알리기에 적극적인 모습이 목격되고 있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공시에 따르면 코스닥 기업들의 기업설명회 개최보고의 제출 건수는 2019년 전체 356개사(1,090건) 이었다. 이후 코로나 사태로 2020년 245개사(677건)로 급감했다가 지난해 276개사(933건)로 회복했고 올해엔 13일 기준 349개사(1,176건)로 26% 이상 급증하면서 예년의 수준을 넘어서고 있다.

코스닥에 상당수 진출해 있는 제약바이오 역시 전반적으로 궤를 같이하고 있다. 기업설명회 개최보고 제출 건수는 2020년 59개사 (180건)에서 올해 73개사(231건)로 대폭 늘어났다.

다만, 과거처럼 대면이나 해외에서의 IR은 아직 회복하지 못했다고 본다. 특히 해외의 경우 과거 홍콩에서 IR 투자유치가 많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싱가포르에서만 진행이 이뤄지고 있다.

또 비대면 온라인 설명회가 많이 늘었는데 바이오 기업들은 데이터 중심으로 설명이 진행되고 신약 물질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필요한데 비대면으로 했을 때 공감, 이해 부족 등으로 효과가 과거 대면 설명회에 비해 떨어지는 것으로 보인다.

≫ IR은 회복하는 과정으로 보인다. 그럼 IPO는 어떤가 ?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IR이 어느 정도 회복하고 있다면 IPO는 한파를 맞이하고 있다.

코로나 사태 이전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기술 특례를 힘입어 많은 기업에서 상장이 이뤄지면서 투자 확대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나타났다. 하지만 코로나 사태 이후 제약바이오 업종은 증시 침체로 주가 하락 폭이 커지고 일부 기업의 경우 신약 개발에서 회계 처리까지 문제점을 드러내면서 투자자들의 신뢰가 많이 훼손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종은 글로벌 대내외 악재에 의한 변동성, 3고(환율, 금리, 물가) 현상 등으로 인해 증시 침체가 길어지면서 투자자로부터 소외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최근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실적이 명확한 소부장, 투심이 강한 2차전지, 전기차, 로봇 관련 기업들의 IPO만 흥행을 기록 중이다.

한국거래소도 투자자 보호를 원칙으로 엄격한 심사가 적용되면서 특히 제약바이오 기업에서 최근 상장 문턱 넘기가 힘들어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실제로 2021년 제약바이오기업으로 상장된 기업은 코스닥 17개사, 코스피 4개사로 21개사였지만 올해는 11월까지 12개사 만이 상장 문턱을 넘었고 남은 기간을 고려해도 코스닥 13개사, 코스피 1개사(바이오노트)로 14개사 정도에 머물 것으로 보인다.

≫ 심사 철회 기업도 늘었다는데 현황은?

물론 심사 철회 기업도 증가했다. 대표적으로 디앤디파마텍, 퓨쳐메디신, 애니메디솔루션, 넥스트바이오메디컬, 이뮨메드, 파인메딕스, 쓰리빌리언, 레미디 등이다. 우수한 기술력을 가지고 있다고 평가받고 있지만 결국 상장 문턱을 넘어서지 못한 기업들이다. 올해 거래소 측에 예비심사를 청구한 후 심사 철회를 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늘고 있다는 점은 시사는 바가 크다.

심사 철회 배경엔 증시 침체에 따른 흥행 실패 우려가 원인일 수도 있지만, 한국거래소 측의 제약바이오 기업을 대상으로 한 심사 기간이 늘어났다는 점도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실제로 최근 1년간 코스닥 심사에 성공한 기업들은 심사 청구일로부터 평균 76일이 소요됐다. 영업일 기준으로 보면 평균 45일 정도다. 그런데 제약바이오 기업의 승인엔 평균 97일 걸렸다.

또 심사 철회한 기업을 대상으로 제약바이오 업종이 아닌 기업의 경우는 심사를 청구한 이후 철회까지 평균 80일이 소요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제약바이오 업종은 평균 119일이나 됐다. 제약바이오 기업에 대한 심사 기간이 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다.

이는 지난해부터 제약바이오의 주가가 급락하면서 기업의 실질 가치보다 거품이 많이 끼어 있다는 지적 등으로 논란이 됐던 만큼 한국거래소 측이 투자자 보호를 위해 투자설명서 등의 실현 가능성 등에 대해 올해 들어 더욱 심사숙고하게 된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즉 거래소도 그렇고 금융당국도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IPO에서 가장 우려하는 것은 너무 장밋빛 전망에 의거한 실적이라던지 거품 가이던스를 경계하는 분위기다.

따라서 앞으로 진정성과 신뢰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기업 IR 진행이 돼야 할 듯하다. 또 이러한 업계 환경이 정착되면 투자자들이 바라보는 시각도 변화하게 되고 IPO도 다시 활성화될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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