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제약기업 및 실적 호전 종목 '선방'…투자자 ‘관심’
기술수출 급감 및 금리인상 '압박'…상승 동력 ‘상실’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 유토이미지 사진 제공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올해 제약바이오 증시는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동성 축소에 따른 직격타를 맞으면서 금리 인상 압박과 인플레이션 공포,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 지속 여파에 따른 증시 침체가 이어진 한 해였다.

여기에는 미국 증시의 급락과 함께 지난해 공개된 규모를 기준으로 약 13조 원대의 기술 이전액이 올해 6조 원대로 급감하는 등 기술수출의 부진, 서울제약·비씨월드제약 등 연이은 제약사들의 회계 위반 문제까지 불거지면서 헬스케어 업종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회복되지 못한 것도 이유로 작용했다.

특히 제약바이오 업종은 2020년 코로나19 테마가 기대감을 등에 업고 급격히 몸집을 불리며 시장을 주도했지만, 올해 코로나 엔데믹화에 일상 회복을 눈앞에 뒀음에도 코로나 백신과 치료제에 대한 가시적 결과물을 내지 못한채 끝나면서 업종 전반에 대한 투자심리가 악화됐고 악성 공매도까지 기승을 부리면서 수급 악순환의 고리를 끊지 못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송년기획으로 올해 제약바이오 기업을 둘러싼 2022년 증시 환경을 심층 분석했다.

≫ 고점比 하락 폭 ‘초격차’…체감 온도 ‘뚝’

올해 주가가 오른 종목은 소수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상당수 종목이 연중 최고점에 비하면 급락한 결과를 내면서 실질적으로 피부에 와 닿는 상승 종목은 많지 않았다.

상승 종목 중 케어젠은 올해 수익률이 118.05%를 기록, 가장 높은 시세차익을 올렸다. 연중 최고가로 고점이었던 16만2,900원보다는 다소 못 미친 결과다.

이 회사는 지난해 말 6만6,500원에서 지난 27일까지 올해 7만8,500원이 올라 14만5,000원에 거래됐다.

케어젠의 상승은 자체 개발한 혈당 조절 건강기능식품 원료 '디글루스테롤'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규건강기능 식품원료(NDI) 승인을 획득했다는 소식이 재료로 작용한 것이 상승세를 타는 시발점이 됐다.

같은 기간 일동홀딩스(95.61%↑), 일동제약(22.62↑%), 일성신약(15.72%) 등도 상승을 기록했지만, 고점 대비 주가는 51.1%, 48.18%, 40.69% 급락해 체감 온도가 뚝 떨어졌다.

또 삼천당제약(13.26%↑), 휴메딕스(12.11%↑), 대원제약(11.71%↑), 한미약품(11.23%↑), 대한약품(6.27%↑), 대웅제약(5.74%↑), 에이비엘바이오(5.43%↑), 대화제약(4.4%↑) 등도 상승을 기록했다.

삼천당제약은 11월 27일 해외 제약사와의 황반성변성 치료제(아일리아) 바이오시밀러의 제품 공급 및 독점판매권에 대한 ‘법적 구속력을 갖춘 가계약(Binding Term Sheet)’을 체결했다고 밝히면서 상승세를 탔다. 본 계약은 내년 2월 중 체결될 예정으로 계약금만 5,000만 유로(약 690억 원)로, 향후 10년간 유럽 15개국(프랑스, 독일, 영국 스페인 등)에서 발생하는 순매출의 50%를 지급받는 조건이다.

대원제약은 대표적 실적 호전주로 올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한 데다 최근 중국에서 감기약 품귀 사태 등이 벌어지면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실제로 이 회사는 3분기에 전년보다 매출은 35% 성장한 1,222억 원, 영업이익은 125% 늘어난 146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진해거담제 ‘코대원’과 해열진통제 ‘펠루비’ 매출은 139억 원과 100억 원을 기록했는데 이는 작년 3분기보다 각각 247.5%와 26.6% 증가한 수치다.

한미약품도 실적 호전 기업으로 중국發 수혜 가능성에 후한 점수가 매겨졌다. 올해 자회사 북경한미의 중국 실적이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하면서 한미약품의 실적을 견인해서다.

실제로 북경한미의 3분기 매출(3개월)은 930억 원으로 전년보다 23.4% 늘어났고 영업이익은 242억 원으로 25.5%가 증가했다. 올해 누적(9개월)으로도 매출 2,663억 원, 영업이익 912억 원을 달성했는데 이는 한미약품 연결기준 전체 매출실적의 27% 비중, 영업이익의 77%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대화제약은 위암 치료제 ‘리포락셀’이 중국에서 허가신청을 마쳤다는 소식이 호재로 작용했다. 리포락셀은 대화제약이 자체 개발한 위암 개량신약으로 국내에서 진행성 혹은 전이성 위암 환자 또는 국부 재발성 위암에 대한 2차 치료제로 쓰이고 있다. 중국에서는 하이허 바이오파마와 협력해 신약 승인과 판매를 추진 중이다.

대웅제약은 보툴리눔 톡신 제제 ‘나보타’의 고성장과 국산 34호 신약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펙수클루정’의 국내 출시로 인한 판매고 증가 전망에 따라 대표적 실적 개선주로 시선을 끌었다.

대웅제약의 지난 3분기 별도기준 매출은 13.7% 성장한 3천15억 원으로 창사 이래 처음 분기 매출 3천억 원을 넘어서면서 분기 사상 최대의 실적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도 303억 원으로 26.7%가 늘어났다.

또 국내 제약사로는 처음으로 SGLT-2 억제 기전의 당뇨병 치료 신약 '엔블로정(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품목허가를 승인받아 국산 36호 신약으로 보유하게 됐다.

반면, 엔지켐생명과학은 81.98%의 하락률로 낙폭이 가장 큰 종목으로 드러났다. 이와 함께 한국비엔씨(81.12%↓), 아이큐어(80.35%↓), 유바이오로직스(71.98%↓),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69.9%↓), SK바이오사이언스(64.93%↓), 파멥신(61.04%↓), 셀레믹스(60.46%↓) 등도 60% 이상 급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 흔적 없이 사라진 코로나19 모멘텀…제약바이오 주가 ‘재편’

올해 제약바이오 증시의 가장 큰 특징은 코로나19 모멘텀이 사실상 끝났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모멘텀과 관련해서는 美 정부가 코로나19 진단키트, 치료제, 백신 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구매를 자금 부족 등의 이유로 내년 전격 중단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나온 이후 급격히 하락세를 걷고 있다.

게다가 일부 기업에서는 코로나19 상황을 이용해 기업 가치를 부풀리는 용도로 이용하고, 일부 경영진은 주가가 급등한 이후 지분을 매각하는 등의 도덕적 해이 모습을 보여줬다며 제약바이오를 바라보는 시선이 불신의 벽으로 가로막히는 모양새였다.

이에 올해 진단키트 대표 종목인 에스디바이오센서, 씨젠, 휴마시스, 수젠텍, 랩지노믹스, 피씨엘, 진매트릭스 등이 내리막길을 걸었다.

또 코로나19 백신이나 치료제의 개발 일정 보도에 따라 현대바이오, 한국비엔씨, 일동제약, 진원생명과학, 신풍제약, 유바이오로직스 등의 주가가 급등락을 나타냈다.

한편, 테마와 관련해 ‘항암 신약개발’ 관련주가 AACR(미국 암학회), ESMO(유럽종약학회) 등 위기 때마다 구원 등판한 주요 글로벌 학회 개최 영향에 따라 나타났고 바이오젠과 에자이가 공동개발한 치매 치료 신약 '레카네맙(성분명 lecanemab)'이 임상 3상 결과 합격점을 받았다는 소식에 ‘치매’ 테마주가 한때 강세를 나타냈다.

또 우크라이나에 대한 러시아의 핵 위협 우려가 나오면서 방사선 피폭에 대비하는 필수의약품 요오드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요오드 관련주‘ 테마가 불기도 했다. 다만, 이들 대부분의 테마는 한계를 드러내며 지속적인 강세를 이끌어 내지는 못했다.

최근엔 코로나19와 독감이 동시 유행하는 트윈데믹 우려가 현실화되고 시장에서 감기약 품귀현상이 일어나면서 항생제·해열제 등 감기약 판매고 실적 증가에 따른 제약사 수혜주가 시선을 끌었다.

실제로 정부는 지난 14일 감기약 가운데 아세트아미노펜 제제 해열진통제에 대해 18개 제약사에 긴급 생산·수입 명령을 발동한 바 있다. 여기에는 한미약품, 종근당, 부광약품, 동구바이오제약, 서울제약, 보령바이오파마, 경보제약, 하나제약, 삼아제약 등이 포함됐다.

≫ 일부 기업, 기술수출 성공에 ’성장 동력‘ 연출

반면, 시장 신뢰 훼손에도 일부 제약바이오 기업들은 기술수출에 성공하면서 성장 동력에 힘을 쓰는 모습을 연출했다. 다만, 기술수출 규모가 전년보다 급감하면서 모멘텀 부족이 드러났다.

올해 기술이전에 성공한 기업에는 에이비엘바이오(계약규모 약 1조 2,720억 원), 종근당바이오(83억 원), 노벨티노빌리티(8,800억 원), 제넥신(159억 원), 코오롱생명과학(7,234억 원), 지씨셀(비공개), 이수앱지스(비공개) 등으로 이들은 상반기에 기술수출을 성공시켰다.

하반기에 들어서는 SK바이오팜(810억 원 및 비공개), 티움바이오(2,208억 원), 보로노이(6,680억 원), 동아에스티(4,700억 원 및 비공개), 올리패스(43억 원), LG화학(1,240억 원), 레고켐바이오(1조6,050억 원) 등으로 확인됐다.

이에 현재까지 올해 14개사가 공개한 계약 규모는 약 6조727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기술수출 규모 면에서 절반 이하로 급감한 결과다.

한편 한국바이오협회가 공개한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기술이전 실적은 총 33건으로 공개된 계약 규모만 13조3,799원에 달한 바 있다. 여기에는 알테오젠, 지씨셀, 제넥신, 대웅제약, 펩트론, LG화학, 한독-CMG제약, 팬젠, 레고켐바이오, HK이노엔, 툴젠, 동아에스티, 보로노이, 올릭스, 큐라클, 고바이오랩, 한미약품, SK바이오팜이 해당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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