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기간 미지수 ‘유지요법’ 첫 급여…약가 인하가 역할
상황 다른 유방암·면역항암제 유지요법, 약가 인하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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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난항을 겪던 BMS의 레블리미드(성분명 레날리도마이드)가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유지요법까지 국민건강보험 적용 적응증을 확대했다. 해당 적응증이 국내 허가된 지 4년 6개월여 만이다.

레블리미드의 해당 적응증은 글로벌 학계의 우선권고 사항이지만, 사용기간이 오랜 기간 건보재정 문제로 급여 진입에 어려움을 겪어 왔다. 유지요법의 특성 탓이다.

유지요법은 암 환자의 재발 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이에 재발이 될 때까지 계속해서 치료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이 기간이 미지수라 재정 영향 평가가 어렵다. 반대로 제약사 입장에서 유지요법이 급여권에 진입하는 순간 거대한 매출원이 된다.

유지요법의 급여인정 기간을 설정하더라도 이후 환자들의 반발은 정부의 몫이다. 여기에 유지요법에 사용되는 약가까지 높다면 급여권 진입은 더욱 어려움을 겪는다.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급여가 어려움을 겪던 배경이다.

이번 레블리미드 급여 적응증 확대는 추후 암 재발 예방 약제의 급여 희망을 높인다. 다만 오랜 기간 난항을 겪던 레블리미드가 급여문제가 어떻게 해결했는지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모든 문제를 해결한 것은 약가 인하였기 때문이다.

유방암 치료제와 면역항암제 분야에서는 급여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재발 예방 약제들이 산적해 있다. 이들 치료제가 급여권 진입을 위해 약가를 낮출 수 있을까.

≫ 레블리미드, 2023년 1월부터 다발성골수종 유지요법 급여 개시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2018년 6월 ▲새롭게 진단된 자가조혈모세포 이식 다발성골수종 환자의 유지요법 적응증으로 국내 허가됐다.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허가는 CALGB 100104 연구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CALGB 100104은 자가조혈모세포를 이식한 다발성골수종 환자 460명이 참여해 위약과 레블리미드를 비교한 연구다.

중앙값 72.4개월 추적 연구 결과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위약에 비해 재발 위험을 62%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무진행생존기간(PFS) 중앙값 역시 레블리미드 유지요법군은 68.6개월에 달했고 위약군은 22.5개월이었다.

91개월까지 추적한 결과에서도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의 전체생존기간(OS) 중앙값은 113.8개월로 10년에 육박하며 위약군의 84.1개월에 비해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재발을 막는 유지요법으로 생존기간 연장을 확인한 혁신적인 결과였다. 이후 미국·유럽 등의 주요 가이드라인에서는 자가조혈모세포 이식을 받은 다발성골수종 환자에게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을 선호요법으로 권고하고 있다.

하지만 오랜 기간 국내 급여권에 진입하지 못 했다. 효과는 확인됐지만, 연간 3,000만 원을 웃도는 레블리미드 약가는 비급여로 개인이 감당하기 버거운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6월 2022년 제6차 중증(암)질환심의위원회는 다발성골수종 치료제 레블리미드의 유지요법 적응증을 ‘급여설정’으로 통과시켰다. 이후 국민건강보험공단과의 약가협상이 이뤄졌고 올해 1월 급여가 개시됐다.

≫ 레블리미드 10mg, 5mg 약가 인하…제네릭 진입 가능할까

이 같은 급진전은 어디에서 비롯됐을까. BMS가 유지요법에 사용되는 레블리미드 10mg, 혹은 추가로 사용되는 5mg의 약가를 낮추기로 한 것이 결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지난해 12월, BMS는 레블리미드의 보험상한가를 자진인하한다고 밝혔다. 다만 자진인하라고 하기에는 이미 정부와는 합의된 부분이라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레블리미드 유지요법은 1일 1회 10mg을 표준용량으로 내약성이 있을 경우 15mg까지 증량하도록 허가돼 있다. 매일 40mg 이상을 복용해야 하는 기존 종양 치료 적응증과는 차이가 있다.

이에 BMS는 10mg과 5mg에 대해서만 약가를 인하했다. 기존에 8만726원이던 10mg를 6만545원으로, 7만5,571원이던 5mg을 5만6,678원까지 낮춘 것. 비율로 25% 인하다. 15mg 등 다른 용량 제품의 약가는 낮추지 않았다.

BMS가 약가를 낮추면서 정부는 재정부담을 어느 정도 완화하며 학계가 권고하는 유지요법에 대한 급여 적용이 가능해졌고, BMS 또한 장기적인 매출 확대를 확보하게 됐다.

레블리미드의 유지요법 급여가 시작되면서 제네릭 제품의 움직임에도 시선이 쏠린다. 국내에 허가된 제네릭 또한 유지요법 적응증을 확보하고 있다.

다만 현재 약가로 10mg, 5mg 제품에서 오리지널인 레블리미드보다 낮은 제네릭은 보령의 레블리킨과 캡슐 형태가 아닌 알약(정) 형태인 삼양홀딩스의 레날리드 뿐이다.

다시 말해 가장 많이 처방되는 제네릭인 종근당의 레날로마나 광동제약의 레날도는 가격을 낮추지 않는다면 유지요법 급여가 불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리지널보다 높은 약가의 제네릭을 대형 적응증 급여권에 진입시키는 것은 정부도, 처방하는 의료계도 이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네릭 업체는 유지요법 급여권 진입의 손익을 따져 약가인하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 유방암 보조요법·면역항암제 유지요법, 약가 낮춰야 가능

이번 레블리미드 유지요법 급여화에 반색하는 치료제들이 있다. 암의 재발을 늦추거나 예방하기 위한 약제 가운데 급여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는 약제들이다.

대표적인 약제가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인 퍼제타(성분명 퍼투주맙)다. 퍼제타는 HER2 양성 조기유방암 환자의 수술 전 보조요법으로 환자부담 30%의 선별급여가 적용돼 있다. 다만 사용 기간이 미지수인 수술 후 보조요법에 대해서는 여전히 비급여다.

퍼제타의 수술 후 보조요법 허가는 APHINITY 연구의 중간 결과를 기반으로 이뤄졌다. 추적기간 중앙값 45.5개월에서 침습적무질병생존(IDFS) 퍼제타를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허셉틴·화학요법과 병용할 경우 허셉틴·화학요법·위약 병용에 비해 유의한 개선을 이뤘기 때문이다.

퍼제타의 수술 후 보조요법 급여는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다. 기존 허셉틴·화학요법 병용에 비해 재발율과 OS 개선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발표된 APHINITY 연구 8.4년 추적 결과에서도 OS의 개선은 유의미한 결과를 도출하지 못 했다. 재발율과 OS에서 대폭 개선을 이뤄낸 레블리미드 임상 결과와는 큰 차이가 있는 것.

현재 나온 수준의 결과만으로 고가의 항암제인 퍼제타를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 허가하기는 매우 어려운 상황이다.

오히려 데이터만으로는 면역항암제의 재발 방지를 위한 유지요법이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머크와 화이자의 바벤시오(성분명 아벨루맙)는 요로상피세포암에서 유지요법 급여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바벤시오는 백금기반 화학요법치료에 질병이 진행되지 않은 국소 진행성·전이성 요로상피세포암 환자에게 유지요법으로 기존 지지요법 대비 효과를 보이며 허가를 획득했다.

JAVELIN Bladder 100 연구 결과 바벤시오군은 OS 중앙값 21.4개월로 지지요법군 14개월 대비 7개월 연장을 보였다. 19개월 추가 추적 연구 결과에서도 바벤시오군의 OS 중앙값은 23.8개월로 지지요법군 대비 8.8개월 연장된 결과를 보였다.

이 같은 결과를 바탕으로 유지요법에 대한 급여권 진입을 모색하고 있는데, 역시 약가가 문제다. 면역항암제인 바벤시오를 기약없이 사용하는 유지요법으로 급여권에 진입시키기에는 재정적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약가가 인하된다면 로슈의 유방암 치료제 캐싸일라(성분명 트라스투주맙엠탄신) 사례를 이어갈 가능성은 있다.

캐싸일라는 HER2 양성 조기 유방암 환자에서 수술 후 보조요법으로서 단독 투여하는 적응증으로 급여권에 진입해 있다. 다만 위험분담제(RSA) 계약에 환자가 일정 기간 이후에도 사용할 경우 제약사가 국민건강보험에 약가을 돌려주는 환자단위 환급 방식을 적용했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술이나 치료제의 발전에도 암의 재발에 대한 부담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최근 개발이 이어지고 있는 유지요법, 혹은 보조요법에 대한 관심은 치료 트렌드의 변화”라며 “다만 예방약제의 경우 재정적 영향이 크기에 건보 급여에 대해서는 별도 논의가 필요하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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