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임상 FOURIER, RIAT 재평가 결과 위약군 대비 심혈관 사망↑
“FOURIER 모든 결과 복원해야”vs“재평가 프로세스 결함 있어”
국내 급여범위 넓히는 PCSK9, RIAT 결과·렉비오 등장 악재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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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스타틴으로 조절되지 않는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역할로 주목받고 있는 PCSK9 억제제에 악재가 잇따르고 있다.

국내에서도 허가에 이어 국민건강보험 급여범위까지 넓히고 있는 가운데 PCSK9 억제제가 마주한 악재들을 넘어설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지는 이상지질혈증은 심혈관 질환 발생률을 급격하게 증가시킨다. 이런 LDL-콜레스테롤 수치 관리를 위해 일반적으로 스타틴 계열의 약물을 처방하고 여기에 에제티미브 성분이나 이뇨제 등을 추가하게 된다.

하지만 스타틴·에제티미브 등으로도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한다. PCSK9 억제제 등장 이전에는 이런 환자들을 위한 옵션이 없었다.

이는 PCSK9 억제제가 글로벌 시장은 물론 국내에서도 성장 가능성이 매우 높은 약물로 꼽히는 배경이 된다.

그런데 최근 이런 PCSK9 억제제의 행보에 발목을 잡을 수 있는 소식이 전해졌다. 시장 선두이자 최초 PCSK9 억제제로 볼 수 있는 암젠의 레파타(성분명 에볼로쿠맙)가 허가임상인 FOURIER 연구의 데이터 재평가에서 중대한 불일치를 보인 것.

재평가 연구진은 FOURIER 연구의 모든 결과를 반환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온다.

이 재평가 결과는 혁신적인 경쟁제품, 노바티스의 렉비오(성분명 인클리시란)가 시장에서 영역을 확대하고 있는 것과 더불어 PCSK9 억제제의 최대 악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FOURIER 재평가 결과 레파타 심혈관 사망률 더 높아…“전체 데이터 복원해야”

영국의학저널(BMJ) 오픈은 최근 심혈관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레파타의 FOURIER 연구의 데이터를 재평가한 RIAT(The Restoring Invisible and Abandoned Trials) 결과를 게재했다.

RIAT는 과거 임상시험에 대해 누락되거나 축소된 내용을 재분석해 정확한 데이터를 도출하는 연구를 뜻한다.

연구진은 레파타의 임상연구보고서(CSR)의 사망 정보와 2017년 뉴잉글랜드의학저널(NEJM)에 실린 FOURIER의 첫 번째 연구결과 보고서 간의 불일치를 발견하고 사망률 데이터의 복원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했다.

CSR과 NEJM 보고서의 사망률 데이터를 비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연구는 결과가 다른 경우 독립적 위원회의 재판정과 CSR 서순 정보에 따라 사망 원인을 복원했다.

연구 결과, 전체 870건의 사망 사례 가운데 360건, 41.6%가 FOURIER 임상사건위원회의 판단한 사망 원인과 임상조사관이 선언한 사망 원인과 다른 것으로 나타났다.

CSR 정보를 NEJM 보고서와 비교했을 때 심근경색으로 인한 사망은 레파타군에서 11명(36건 vs 25건) 더 많았고, 위약군에서는 3명(27건 vs 30건) 더 적었다.

CSR에서 레파타군의 심부전으로 인한 사망자 수는 31명으로 위약군의 16명에 2배에 달했다.

연구진은 심장 및 혈관 사망은 당초 시험분석에서 별도의 결과로 평가되지 않았지만, 재평가에서 통계적으로 유의하지 않았지만, 심장 사망이 위약군(88건)보다 레파타군(113건)이 수치상 더 높았다(relative risk (RR) 1.28, 95% CI 0.97 to 1.69, p=0.078)는 점에 주목했다.

당초 FOURIER 분석에서 보고된 레파타군의 심혈관 사망률 위험비(HR)는 1.05(95% CI 0.88 to 1.25)였지만, 재평가 결과 레파타군의 심혈관 사망률 위험비는 1.20까지 증가했다.

이 결과에 대해 RIAT 연구진은 “재평가 결과, FOURIER 연구에서 위약군보다 레파타군의 심장 기원 사망이 수치상으로 높았으며 이는 심장 손상 가능성을 시사한다”며 “임상시험이 조기에 종료됐을 때 레파타에서 심혈관계 사망 위험이 유의미하게 높지 않은 것이 관찰됐으며, 이는 RIAT 결과에서 수치적으로 더 높게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연구를 통한 발견은 FOURIER 연구의 모든 임상 결과의 완전한 복원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타낸다”면서도 “임상의는 죽상경화성 심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에게 레파타를 처방하는 것의 이점과 해로움에 대해 의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결과를 두고 같은 PCSK9 억제제인 사노피의 프랄런트(성분명 알리로쿠맙)의 허가임상인 ODYSSEY 연구도 데이터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FOURIER 연구를 수행한 연구진은 이번 RIAT 결과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FOURIER 연구를 이끈 마크 사바틴(Marc Sabatine) 하버드의대 교수는 “이것(RIAT 연구)을 과학이라고 부르기 어렵다. 모든 과학적 엄격함이 부족하고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으며 프로세스에 결함이 있기 때문에 잘못된 결론에 도달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심혈관 사망 환자에 대해 퇴원 요약, 실험실 및 영상 데이터, 부검 보고서 등 가용한 모든 출처의 문서를 포함한 전체 서류를 수집했으며 두 위원회의 독립적 검토를 받은 결과라는 것.

RIAT 결과는 사후 분석이고 맹검이 아닌 개인이 참여했으며, 심각한 부작용(SAE) 설명(사건 발생 후 24시간 내에 전송하는 텍스트 박스)에 의존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사바틴 교수는 “해당 연구(RIAT)는 진짜 과학이 아니기 때문에 의료계에 해가 된다고 생각한다. 선정적이고 잘못된 메시지이기 때문”이라며 “미국식품의약국(FDA)가 발표한 것처럼 우리가 발표한 (FOURIER) 결과를 전적으로 지지한다”고 반발했다.

≫ 연간 2회 투여 렉비오 시장진입 속속…한국인 임상 2분기 발표

이번 RIAT 재평가 결과는 PCSK9 억제제의 영역 확대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다. 허가임상 결과 전체에 대한 의구심을 제기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다만 이 위기를 PCSK9 억제제가 넘어선다 하더라도 당장 마주한 후발 경쟁제품을 떨쳐내야 한다. 노바티스의 렉비오가 LDL-콜레스테롤 관리에 혁신적인 모습으로 국내외에서 기존 PCSK9 억제제에게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기존 PCSK9 억제제는 2주 1회 또는 4주 1회 주사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하지만 렉비오 투여는 연간 2회에 불과하다. 렉비오는 PCSK9에 작용해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춘다는 점에서 기존 레파타, 프랄런트와 같지만, siRNA(small interfering RNA) 방식으로 개발됐다.

스타틴을 최대 용량까지 복용했지만 LDL-콜레스테롤 수치가 목표치까지 관리되지 않는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ORION-10 연구에서 렉비오군은 18개월 차에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58%까지 낮췄다.

죽상경화성 심혈관질환 환자와 심혈관계 위험인자를 보유한 환자를 분석한 ORION-11에서도 렉비오는 510일 차 LDL-콜레스테롤 수치를 47.2% 감소시켰다. LDL-콜레스테롤 수치 70mg/dL 도달률은 렉비오군이 49.4%, 위약군이 1.1%였다.

이 결과를 바탕으로 렉비오는 유럽과 미국에서 이미 승인돼 있다. 국내에서도 올해 허가신청이 가능하다. 한국인이 포함된 ORION-18 연구 결과가 올해 2분기 발표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ORION-18 연구 결과가 나오면 국내 허가신청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충격적인 RIAT 재평가 결과와 렉비오의 시장 진입이라는 악재를 기존 PCSK9 억제제가 이겨낼 수 있을지 국내외 학계와 제약계의 관심이 집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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