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기획] 2022년 국내 제약사 신용등급 해부-GC녹십자
혈액·백신제제 지배력 ‘강점’…계열사 순차입금 부담 ‘약점’
“향후 해외시장 진출 따른 중장기적 영업실적 개선 가능”

▲GC녹십자 본사 전경(제공=GC녹십자)
▲GC녹십자 본사 전경(제공=GC녹십자)

[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GC녹십자가 혈액 및 백신제제의 높은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신용평가사로부터 2022년도 신용등급에 대해 후한 점수를 받았다. 다만, 계열사의 재무 부담에 대한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며 계열 안전성이 향후 이 회사의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핵심키로 작용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메디코파마뉴스>는 지난해 신용등급 ‘A+’ 이상을 받은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신용평가보고서를 해부하고, 그 두 번째 편으로 GC녹십자의 강점과 약점을 공개한다. 신용평가사는 한국기업평가(이하 한기평), 한국신용평가(한신평), 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평가)로 주요 3개사다.

신용평가사의 기업평가등급은 회사채를 기준으로 ‘AAA-AA-A-BBB-BB-B’ 순으로 매겨진다. 일반적으로 A등급 이상이면 우수한 등급으로 보고 있다. BBB등급은 원리금의 지급 확실성은 있지만, 환경변화에 따른 리스크의 존재 가능성을 열어둔 결과지다. B등급은 원리금 지급확실성 조차도 의문이 드는 상태를 말한다. 또 향후 상위 등급으로의 가능성이 높은 경우 긍정적 전망의 의견을 추가로 받는다.

GC녹십자는 지난해 한기평과 나이스평가로부터 각각 A+의 안정적, A+의 유지(Stable) 신용등급을 받았다.

일단 한기평의 평가는 좋았다. 이 회사의 혈액 및 백신제제의 시장지배력을 높게 보고 차입 부담 확대에도 우수한 재무안정성을 유지하고 있다며 사업 안정성에 대해 합격점을 줬다.

특히 내수와 수출에서 균형감 있는 성장세는 GC녹십자의 강점으로 꼽혔다.

구체적으로는, 이 회사의 ‘비맥스’, ‘포스트바이오틱스’ 등 일반의약품(OTC)의 매출 증가와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면역결핍 치료제 ‘IVIG’ 등 전문의약품(ETC)의 해외시장 진출은 향후 GC녹십자의 실적을 견인할 핵심 모멘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무엇보다 수출과 관련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PAHO(범미보건기구)의 수주가 지속적으로 늘 것으로 봤으며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 3세대 유전자재조합 혈우병치료제 ‘그린진에프’가 중국 내 허가로 인해 중단기적으로 영업실적 개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낙관했다.

특히 헌터증후군은 동아시아 국가에서의 발생비율이 높은 선천성 희귀질환으로 동아시아 및 북미로의 수출전략이 먹혀들어 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코로나19 이후 SK바이오사이언스의 백신 생산 잠정 중단으로 자체 독감백신 제품의 매출 증가도 수익성을 제고하는 요인으로 봤다.

다만, 면역결핍치료제 IVIG-SN 10%(아이비글로불린에스엔주)의 미국 진출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제조공정 자료 보완 요청으로 일정이 지연됐다는 이유에서 가시적인 성과 도출 여부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의견을 냈다.

앞서 GC녹십자는 혈액 및 백신제제를 중심으로 2021년 말 기준 20개 이상의 제품에서 연간 매출액이 100억 원을 웃돌아 혈액제제는 3,742억 원, 백신제제는 2,632억 원의 판매고를 기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도 혈액제제는 전년보다 11.17% 성장한 2,007억 원, 백신제제는 14.84% 늘어난 1,018억 원의 매출을 올리며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계열사 재무 부담, 향후 신용등급 하락 ‘핵심키’ 작용할 듯

GC녹십자에도 약점은 있었다. 계열사의 재무 부담이 향후 신용등급 하락의 핵심 키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

GC녹십자의 지주사인 녹십자홀딩스의 차입 부담 확대에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본 것이다. 2021년 홀딩스의 총차입금은 1조458억 원에 달했다. 부채비율은 84%, 차입금 의존도는 29.9%로 재무 부담은 약간 높은 편이었다. 여기에는 GCBT(녹십자홀딩스 북미법인)를 통한 캐나다 혈액공장 설립, 녹십자헬스케어의 유비케어 지분 인수자금(2,089억 원) 및 헬스케어의 유상증자(789억 원), 녹십자 웰빙의 증설 투자 등이 재무 부담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여기에도 북미 혈액제제 사업구조 일원화를 위해 GCBT의 지분을 매각(대금 1,082억 원)하면서 순차입금은 다소 감소했다고 분석했다.

특히 녹십자로만 좁혀보면 차입금의 만기구조 장기화를 통해 지난해 1분기 기준 전체 차입금 중 37.7%인 2,296억 원 만이 단기성 차입금이라며 이는 회사가 영업활동현금흐름, 유형자산 담보 여력 등을 감안할 때 유동성 대응능력이 충분히 뒷받침된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한기평은 녹십자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 지표를 향후 녹십자 신용등급을 가를 변수로 지목했다.

여기서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일종의 이익 대비 채무를 나타내는 것으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기업에는 위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가령 순차입금이 200억 원이고 EBITDA가 100억 원일 경우 순차입금/EBITDA 지표는 2배가 된다.

한기평은 녹십자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 지표가 3.5배 이하라면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했다. 다만, 7배 초과 상태가 지속될 경우 등급 하향도 검토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비쳤다. 2021년 기준 녹십자홀딩스의 순차입금/EBITDA는 4.5배였다.

나이스평가에서 나온 결과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높은 시장 지위를 바탕으로 중기적으로 양호한 매출 추이를 전망하고 현 수준의 우수한 재무구조를 유지할 것으로 평가했다.

반면, 나이스평가도 이 회사의 설비투자금 및 연구개발비 확대가 신용등급 하락의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투자지출에 따른 재무 부담이 영업수익 저하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 변동추이가 주요 모니터링 대상이라고 의견을 낸 것이다.

다만 신용평가사의 경우, 제약업종의 특성을 고려하기보다 당장 눈에 보이는 실적, 즉 수익과 지출을 중심으로 등급을 매긴다는 점에서 녹십자에 대한 평가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 보인다는 지적이다.

제약사의 경우 혁신 신약을 만들어내기 위해 막대한 연구개발비를 투입해야 하는데, 신용평가사는 이에 대한 미래가치를 보는 대신 현재의 수익성을 따진다는 뜻이다.

한기평은 GC녹십자에 대해 “혈액 및 백신제제의 높은 시장지배력으로 사업 안정성이 우수하고 해외시장 진출에 따라 중장기적인 영업실적 개선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 “다만 계열사의 재무 부담에 대한 모니터링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

또 나이스평가는 “해외시장 진출 등으로 인해 매출 확대가 나타나는 추세다”라며 “연구개발비와 설비투자 등에 따른 재무 부담이 늘어나는 점은 리스크 요인이다”면서도 “보유 자산을 활용한 우수한 재무적 융통성을 갖고 있어 재무안정성 유지는 문제없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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