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추가 안전성 데이터 요구…기존 적응증서 불순물 발견
보노프라잔, 미란성 이어 비미란성 식도염서도 효과 확인
국내 P-CAB 시장은 이미 호황…국산 신약으로 이례적 상황

▲ 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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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글로벌 시장에서 위식도 역류 질환의 새로운 치료제 기전으로 볼 수 있는 칼륨 경쟁적 위산분비 억제제(P-CAB) 도입이 지연되고 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앞둔 시점에서 보노프라잔의 불순물이 발견된 것.

기존 적응증인 헬리코박터 제균제로 유통되는 제품에서 드러난 이 불순물 문제는 P-CAB 제제의 1분기 미국 시장 진입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 회사 측은 미량의 불순물 문제라며 해결을 확신하고 있지만, 허가 시점을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P-CAB 제제는 빠른 효과와 오랜 지속성을 장점으로 기존에 널리 쓰이던 프로톤 펌프 억제제(PPI)를 대체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 글로벌 빅마켓으로 볼 수 있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서 주적응증으로 허가된 P-CAB 제제는 없다.

보노프라잔이 글로벌 시장 출시에 가장 앞서 있는 P-CAB 제제다. 보노프라잔은 다케다제약의 위장질환 스핀아웃(일부 사업부 분리) 업체인 패텀 파마슈티컬스(Phathom Pharmaceuticals)의 제품이다.

지난해 5월 FDA는 보노프라잔을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제로서 아목시실린과의 2제, 아목시실린/클래리스로마이신과의 3제 병용요법으로 승인한 바 있다. 다만 이 적응증은 P-CAB의 주적응증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 승인을 시작으로 보노프라잔은 역류성 식도염, 위궤양 등으로 적응증 확대에 나서고 있는 모습이다. 특히 역류성 식도염에서는 최근 글로벌 임상 3상에서 긍정적인 결과를 얻으며 순조로운 FDA 허가가 예상됐다.

≫ 보노프라잔, 미란성 식도염 이어 비미란성 식도염서도 효과 확인

역류성 식도염은 미란성(식도 점막 손상)과 비미란성으로 구분된다. 우선 보노프라잔의 FDA 허가 신청이 이뤄진 분야는 미란성 식도염이다.

보노프라잔의 미란성 식도염 임상 3상인 PHALCON-EE 연구는 미국과 유럽 124개 기관에서 1,027명을 대상으로 PPI 제제인 란소프라졸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연구 결과 8주 차까지 미란성 식도염이 완전히 치유된 환자 비율은 보노프라잔군이 93%로 란소프라졸군의 85%에 비해 유의하게 효과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보노프라잔은 2주 차에 중등도~중증 환자의 치료에 대한 란소프라졸 대비 우월성을 확인하며 빠른 효과를 입증했다.

최근에는 비미란성 식도염에서도 성과를 냈다. 이달 초 패텀은 보노프라잔의 비미란성 식도염 임상 3상인 PHALCON-NERD-301 연구의 긍정적인 탑라인 결과를 공개했다.

PHALCON-NERD-301 연구는 미국 내 100개 기관에서 비미란성 식도염 환자 776명을 대상으로 보노프라잔의 속쓰림 완화 효능과 안전성을 평가하기 위해 위약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탑라인 발표에 따르면 보노프라잔 10mg, 20mg 두 용량은 모두 24시간 속쓰림 없는 날의 비율에서 위약 대비 유의한 효과를 보이며 1차 평가변수를 만족했다. 보노프라잔 10mg군의 24시간 속쓰림 없는 날의 비율은 46.4%, 20mg군은 46.0%였으며 위약은 27.5%였다.

연구의 전체 연구 결과는 올해 말에 발표될 것으로 예상된다.

≫ 불순물에 '발목 잡힌' 보노프라잔, 1분기 美 시장 출시 '실패'

보노프라잔의 순조롭던 행보는 최근 FDA의 결정에 의해 발목이 잡혔다. FDA가 미란성 식도염 허가를 위한 검토 과정에서 추가 안전성 데이터를 요청했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8월 헬리코박터 파이로리 제균제로서 시판되고 있는 보노프라잔에서 발암 가능성이 있는 NVP(N-nitroso-vonoprazan)로 불리는 니트로사민 불순물이 미량 검출된 것에 대한 조치다.

이후 패텀은 허용 가능한 일일 섭취 한도를 설정하기 위해 FDA와 논의를 이어갔지만, 여전히 FDA는 일일 96ng 미만 유지를 위한 추가 안전성 데이터를 요청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추가 안전성 데이터 요청에 따라 패텀이 기대하던 1분기 미국 시장 출시는 물거품이 됐다. 당초 11일이 승인목표 예정일이었다.

이에 대해 패텀의 테리 커란 대표는 “1분기 후반에 보노프라잔을 출시하지 못해 실망스럽지만, 현재 진행 중인 허가사항 협상을 포함한 검토 진행 상황에 만족하며 결론이 곧 날 것으로 낙관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니트로사민 한도를 충족할 수 있는 능력에 자신이 있으며 FDA의 안전성 요구 사항을 명확하게 확인한 후 예상 출시 시기를 업데이트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전했다.

≫ 국내 상황은 ‘딴판’…국내 제약사 개발 P-CAB 2종 ‘훨훨’

글로벌 시장에서 P-CAB 제제의 시장 진입이 지연되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전혀 다르다. 국내 제약사가 개발한 P-CAB 제제가 연간 1,500억 원에 달하는 시장 규모를 확보하며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이다.

해외와 달리 국내 P-CAB 제제 시장은 지난 2019년 이미 열렸다. HK이노엔이 케이캡(성분명 테고프라잔)을 출시한 것.

케이캡은 2010년 HK이노엔(당시 CJ헬스케어)이 라퀄리아(RaQualia)로부터 초기 후보물질을 사들여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획득한 국산 30호 신약이다.

초기 케이캡은 미란성 식도염 환자 302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에서 PPI 제제인 에스오프라졸과의 비열등성을 입증하며 허가를 획득했다.

이후 비미란성 식도염, 위궤양, 헬리코박터 파일로리 제균 등에서도 PPI 제제와의 비열등성으로 적응증을 확보했다. 효과·안전성에 있어서는 비열등 입증에 불과하지만, 빠른 약효와 장기 지속성을 통한 야간 위산분비 억제 장점을 내세운 것.

케이캡은 국내 시장에서 주목할 만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 업체인 유비스트 기준으로 출시 첫 해인 2019년 298억 원, 2020년에는 725억 원, 2021년에는 1,096억 원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했다. 출시 2년 만에 연간 매출 1,000억 원을 넘어선 모습이다.

지난해에도 3분기까지 이미 900억 원 이상의 원외처방액을 기록해 2021년과 비교하더라도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된다.

글로벌 시장에서 허가가 지연되고 있는 보노프라잔 또한 국내에서는 보신티라는 이름으로 2019년 식약처 허가를 획득했지만, 출시는 이뤄지지 않았다. 국내 출시는 미국 출시 이후에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케이캡의 기록적인 성장은 보노프라잔이 국내에 출시를 미뤘던 점도 몫을 했다. 케이캡의 독주는 대웅제약이 펙수클루(성분명 펙수프라잔)를 지난해 출시하면서 깨졌다.

펙수클루는 2021년 12월 식약처 허가를 획득한 국산 34호 신약으로 지난해 7월부터 국민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했다. 임상 3상에서 케이캡보다 27.8%나 저렴한 약가와 케이캡은 보유하지 않은 위염 적응증이 강점이다.

출시 직후인 지난해 3분기 펙수클루는 원외처방액 45억 원을 기록했다. 7월에 11억 원, 8월에 15억 원, 9월에 19억 원을 기록하며 성장세에 있지만, 아직 케이캡에 미치기는 어렵다.

다만 성장 가능성은 매우 높다. 대웅은 펙수클루와 함께 자회사가 판매하는 위캡(대웅바이오), 앱시토(한올바이오파마), 벨록스캡(아이엔테라퓨틱스) 등 쌍둥이약 3종을 함께 출시했다.

이는 펙수프라잔 성분의 매출 확대에 전사적인 영업력을 집결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7월 급여 출시 당시 대웅 측이 밝힌 목표는 “1년 내 1,000억 매출 달성”이었다.

펙수클루 또한 케이캡과 함께 국내 P-CAB 제제 시장을 큰 폭으로 확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케이캡과 펙수클루 모두 해외시장 진출은 어려움이 있다. 케이캡은 이제 미국 3상을 시작했고 펙수클루는 진입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라 모든 과정이 순조롭더라도 2025년 말에나 출시 가능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미국·유럽 시장이 아니라면 제3세계 국가에 판매를 시도해야 하는데, 낮은 가격의 PPI가 존재하고 있는 만큼 구매력이 낮은 국가에서 큰 매출을 거두기는 어렵다는 설명이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임상이 없는 케이캡과 펙수프라잔이 해외에서 당장 성과를 내는 건 좀 더 지켜볼 문제”라면서도 “다만 P-CAB 시장에서 국산 신약의 성과는 그간 새로운 기전 혜택을 국내 환자가 뒤늦게 받았던 그간의 사례를 뒤집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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