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유병재 한국노바티스 대표

▲ 한국노바티스 유병재 대표이사·사장

[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환자 개인에게 특화된 치료제는 최근 글로벌 제약시장의 신약 개발 흐름이다. 이런 치료제는 환자 개인의 특성에 맞춰 투여하고 기존에 없던 결과를 기대하게 한다.

이슈가 되고 있는 이른바 ‘원-샷 치료제’는 이 같은 신약 개발 흐름의 중심에 있다. 한 번의 투약만으로 치료를 종료하고 효과를 평생 이어간다는 것.

문제는 이런 원-샷 치료제의 가격이다. 예를 들어 최근 글로벌 시장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는 혈우병 원-샷 치료제의 경우 투약 비용이 40억 원에 달한다. 개인이 감당할 수 없는 비용이지만 3일~7일 간격으로 평생 투약해야 하는 기존 치료제를 대체할 수 있다는 것에 일부 연구에서는 비용효과성이 있다는 판단도 나오고 있다.

다만 국민건강보험 적용은 고민이 필요하다. 환자 개인에게 엄청난 비용이 발생하는 데 대해 국민적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혈우병과 달리 기존 치료제로 대체할 수 없는 효과를 기대하는 원-샷 치료제의 경우에는 어떨가. 수십억 원에 달하는 원-샷 치료제 외에는 치료법이 없는 상황에서 환자는 국민건강보험 적용만을 바라보고 있다. 정부와 제약사의 고민이 큰 지점이다.

그런데 지난해, 이 같은 원-샷 치료제 2종이 국민건강보험 급여권에 진입했다.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성분명 티사젠렉류셀)와 척수성 근위축증(SMA)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나젠 아베파르보벡)가 환자에게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된 처방을 시작한 것.

어마어마한 가격으로 허가 당시부터 이슈가 된 두 제품은 해외와 비교하더라도 비교적 빠르게 국내에서 공공 의료보험이 적용됐다. 국내외 전문가들이 예상보다도 빨리 정부와 제약사의 절충안이 마련됐다는 평가다.

<메디코파마뉴스>는 킴리아와 졸겐스마를 급여권에 진입시킨 한국노바티스의 유병재 대표이사·사장을 최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다.

Q. 2021년 10월 한국노바티스에 합류했다. 한국노바티스 대표 취임 이후 가장 집중했던 역할은 무엇인가?

한국노바티스에 합류한 이후 1년간 집중했던 것은 두 가지다. 첫 번째는 변화하는 글로벌 제약산업에서 한국노바티스의 역할, 방향성을 찾는 것이었다. 지난 1년간 글로벌 제약산업에 관한 리서치, 컨설팅 자료를 많이 찾아봤다. 본사와 지역 담당자들을 만나서도 노바티스의 전략적 우선순위(Strategic Priority)와 한국의 역할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두 번째는 내부 직원들과의 대화였다. 직원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그것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을 했다. 그 결과,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에는 뛰어난데 ‘목적’을 향해 가는 것에 있어서는 좀 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목표 지향적’이 아닌 ‘목적 지향적’인 회사를 만들고자 한다.

Q. 대표적인 혁신의약품으로 볼 수 있는 졸겐스마, 킴리아가 국민건강보험에 진입해 화제가 됐다. 초고가 신약이자 원-샷 치료제로서는 처음이다.

노바티스는 난치병 분야에서 신약 개발을 위한 위험부담을 감수하는(risk-taking) 제약사다. 그러다 보니 신약을 개발할 수 있는 확률도 높지만, 연구개발 비용도 높다. 앞으로는 신약 개발 시 비용 절감을 위한 노력도 아끼지 말아야 할 것이다.

환자분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아무런 희망이 없던 상황에서 빛과 같은 약이 나왔다는 말씀을 많이 하신다. (기존의 미충족 수요를 해결하는 혁신 치료제에 대한) 접근성은 분명히 강화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에 대해서는 많은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분법적으로 어떤 부분은 강화하고 어떤 부분은 절감하는 식으로는 해결할 수 없다. 상황에 맞는 대화를 시도해 나갈 것이다.

Q. 한국 시장에서 졸겐스마와 킴리아가 국민건강보험 적용됐을 때 글로벌 본사 반응은 어땠나?

킴리아와 졸겐스마의 (국민건강보험) 급여는 기존의 팀들이 합심하여 이룬 성과라고 생각한다. 본사와의 논의부터 환자단체, 정부와의 대화와 협업을 통해 보험 급여가 신속히 적용됐고, 이로 인해 한국에 대한 위상도 높아졌다.

그동안 허가를 받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고, 보험급여가 어려운 나라로 여겨졌던 한국이 혁신적인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에 있어서 진지하게 고민하는 나라로 인식이 전환되는 계기가 마련됐다.

Q.초고가 의약품의 환자 접근성 개선은 어떤 방향으로 이뤄져야 할까?

접근성 개선을 위한 방안을 찾기 위해서는 대화가 답이라고 생각한다. 예전같이 전체 GDP 대비 건강보험지출액이 선진국보다 높지 않고, 건강보험재정이 적자로 돌아서기 전에는 환자의 의학적 필요가 보험급여 결정에 있어서 결정적 요인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그런 시대가 아니다 보니 정말 많은 대화가 필요하다. (접근성 개선을 위해 초고가 의약품 비용을) 기금화로 할 것인가, 사보험을 활성화시켜 해결한 것인가, 건강보험이 아닌 다른 재정을 끌어올 것인가에 대한 다양한 고민, 그에 대한 장단점에 대해서 전문가분들이 의견을 제시해 주신다면 제약회사의 입장에서도 의견을 내고, 함께 머리를 맞대어 방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Q. 올해 한국노바티스의 사업 목표는?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글로벌제약사 중 가장 많은 파이프라인을 보유한 회사가 바로 노바티스다. 파이프라인 또한 매우 혁신적이다. 그러다 보니 올해 한국노바티스의 우선순위도 혁신치료제에 대한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것이다.

한정된 건강보험재정 안에서 혁신치료제에 대한 환자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법에 대해 전문가들과 논의하고, 도출된 방안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이뤄나가려 한다.

국내 기업, 스타트업과의 협력도 지속해 나갈 계획이다. 국내 제약사들 가운데 글로벌 진출이 필요한 제품이 있다면 본사와 협의를 통해 적극적으로 지원해 드리고자 한다.

또한 직원들이 환자단체, 정부관계자, 스타트업 등 외부 이해관계자들과의 접점을 늘려 그들의 니즈를 이해하고 이에 부응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이 같은 과정에서 직원들이 ‘공동 창조’의 경험을 가질 수 있길 바란다.

이 세 가지만 달성한다고 해도 올해는 뭔가 해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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