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놓치지 말아야 할’ 행사…3월·6월 줄줄이 대기
스타트 끊은 JPM 헬스케어 컨퍼런스, ‘1월 효과’ 지탱
매년 제약바이오 증시 ‘들썩’…‘선 상승, 후 반납’ 주의

▲ 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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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김정일 기자] 제약바이오산업의 트렌드 변화를 최근접 거리에서 체감할 수 있는 곳이 바로 학회 행사다. 현장에서는 기업 간 미팅을 진행하고 후속 협상을 거쳐 기술수출 계약이 이뤄지는 경우도 다반사다. 글로벌 주요 학회의 일정에 따라 관련 기업들의 주가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이유다.

특히 올해는 3高(금리, 물가, 환율) 현상으로 대내외 환경이 녹록지 않은 만큼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준비한 신약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과가 계묘년 증시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2023년 예정된 신약 및 기업 알리기 관련한 글로벌 주요 학회 행사는 1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를 시작으로, 3월 ECCO(유럽크론병 및 대장염학회), ELCC(유럽폐암학회), AD/PD(알츠하이머/파키슨병학회)가 열린다.

이후 4월 AACR(미국암학회), EASL(유럽간학회), 5월 PES(소아내분비학회), EULAR(유럽 류마티스학회), 6월 ASCO(미국임상종양학회), ADA(미국당뇨학회), Bio-USA(미국바이오협회 컨퍼런스), ENDO(세계내분비학회)가 열리며 상반기를 달구게 된다.

하반기 들어서는 7월 AAIC(미국알츠하이머학회), 9월 WCLC(세계폐암학회), ESPE(유럽소아내분비학회), 10월 ESMO(유럽종양학회), EASD(유럽당뇨학회), CTAD(알츠하이머 임상학회), 11월 SITC(면역치료학회), AAO(미국안과학회), AASLD(미국간학회), ACR(미국류마티스학회), AHA(미국심장학회), 12월 AES(미국뇌전증학회), ASH(미국혈액학회) 등 올해에만 20여 개의 굵직한 학술행사가 대기 중이다.

≫ 스타트 끊은 JPM 헬스케어 컨퍼런스…1월 증시 효과, 계묘년에도

올해 스타트는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1.9~1.12, 미국 샌프란시스코)가 끊었다. 이 행사를 통해 연초부터 존재감을 각인시킨 기업들이 쏟아져 나오면서 제약바이오 업종의 ‘1월 효과’를 지탱할지 주목된다. 다만 현재까지 여러 국내 기업들이 기술이전을 위한 논의 소식은 나오고 있지만 가시적 결과물은 아직 나오지 않은 상태.

앞서 지난 2018년의 경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열린 직후 의약품지수는 14.63% 오르며 초강세를 보이기도 했다. 또 지난해 이 컨퍼런스에 참가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가운데 에이비엘바이오가 존재감을 드러냈다. 이 회사는 행사 둘째 날 파키슨병 치료제 'ABL301’을 프랑스 사노피社에 기술이전 하면서 총 1조2,720억 원(10억6,000만 달러)에 달하는 초대형 계약을 성사시킨 바 있어서다. 이에 이 회사의 주가는 1월 한때 57%가 급등하기도 했다.

올해 초 제약바이오가 금리 압박으로 인한 자금조달 문제, 유동성 부족에 따른 증시 침체가 이어지고 있지만, 향후 증시를 흔들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수의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주요 혁신 신약 후보물질에 대한 소개와 논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루닛이 JP모건 헬스케어 콘퍼런스를 찾아 글로벌 투자사·제약사와 미팅을 가졌다는 소식에 이어 스위스 다보스에서 개최되는 '세계경제포럼(WEF·다보스포럼)'에 참가해 AI를 활용한 미래 헬스케어 혁신 솔루션을 소개한다는 소식이 재료로 작용하면서 18일까지 이 회사의 주식은 22% 상승했다.

이외에도 올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에 발표기업으로 참석한 삼성바이오로직스, 에스디바이오센서를 비롯해 유한양행,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종근당, JW중외제약, HK이노엔, 대웅제약, LG화학 등이 제약사들과의 미팅을 통해 기업 알리기에 나섰고 에이비온, 에스씨엠생명과학, 에이비엘바이오, 진원생명과학, 차백신연구소, 신테카바이오, 차바이오텍,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 바이오텍들도 파트너사를 물색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향후 헬스케어 업종에 수혜가 기대되는 배경이다.

≫ 올해도 빗나가지 않은 증시 패턴…‘선 상승, 후 반납’

글로벌 대형 행사 소식은 매년 국내 제약바이오 업종의 상승 버팀목이 되어 왔다. 다만, 언론을 통해 기업들의 참가 소식이 미리 알려지면서 주가는 행사 직전까지만 상승하고, 그 이후에는 하락하는 패턴을 보이고 있다.

이는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올해에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열린 전후 시점인 지난 1월 4일부터 9일까지 의약품 지수는 2.14% 반짝 상승했지만, 이후 지난 18일까지 2.3% 내리며 제자리로 돌아온 것이다. 또 코스닥 제약지수 역시 같은 기간 4.2% 상승 이후 1.7% 하락했다.

앞서 지난해에도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열린 전후 시점인 1월 7일부터 12일까지 의약품 지수는 4.13% 반짝 상승했지만, 이후 韓·美 금리인상 압박과 셀트리온의 분식회계 의혹 등 악재가 겹치면서 결국 그 해 19일까지 8.9% 급락한 바 있다.

≫ 임인년 굵직한 글로벌 학술행사만 20여개…썸머 시즌에 '쏠린 눈'

올해 예정된 굵직한 글로벌 학술행사만 20여 개에 달한다.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가 최근 막을 내렸지만 앞으로 남은 이벤트가 더 많은 셈이다.

일단 오는 6월에 몰려있는 글로벌 학회 일정에 주목할 만하다. ASCO를 시작으로 ADA, ENDO, Bio-USA까지 제약바이오산업에 파급력을 미칠 행사가 잇달아 열리기 때문이다.

특히 6월 2일부터 미국 시카고에서 열리는 ASCO는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온 시선이 집중되는 명실상부 전 세계 최대 암 학회다.

우리나라에서는 지난해 6월 유한양행을 비롯해 HLB, 네오이뮨텍, 메드팩토, 에이비온, 에이비엘바이오, 엔케이맥스, 제넥신, 크리스탈지노믹스, 카나리아바이오, 루닛 등 바이오 기업들이 참석해 면역항암제 파이프라인에 대한 임상 중간데이터 공개와 계획 등을 발표한 바 있다.

세계 최대 바이오 행사인 Bio-USA에도 관심을 가질만 하다. 실제로 당시 일동제약, 에이비엘바이오, 큐라클 등은 상승분을 반납하기는 했지만 6월 첫 주 행사 참여 소식에 각각 6.92%, 6.14%, 12.42% 등 강세를 나타낸 바 있다. 또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경우 이 행사의 공식 협찬사(스폰서)로 나서면서 전 세계 시장을 상대로 대외 홍보 효과를 누리기도 했다.

올 10월 예정된 ESMO에도 관심이 쏠린다.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이 개발한 항암 신약들의 주요 연구결과가 발표되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제약바이오주는 지난해 9월과 10월 들썩인 바 있다. 당시 ESMO가 국내 증시를 관통한 것이다. 작년 이 행사에 참여했던 셀트리온, 에이비온, HLB, 에이비엘바이오, 네오이뮨텍, 엔케이맥스 등의 경우 자체 개발한 항암신약 데이터 공개를 앞두고 주가가 상승과 하락을 반복하면서 혼조세를 보이기도 했다.

여기에 올해는 특히 치매 관련 학회가 주목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올 초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함께 개발한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레카네맙’이 미국식품의약국(FDA)의 가속 승인을 받아 올해 연말 완전 승인을 기대하고 있고 일라이릴리가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후보물질 ‘도나네맙’도 레카네맙에 이어 신속 승인을 기다릴 것으로 보이는 만큼 올해 치매 관련 학회가 시장 참여자들의 시선이 쏠릴 것으로 보인다. 관련 학회로는 3월 AD/PD, 7월 AAIC, 10월 CTAD 등이 꼽힌다.

제약바이오업계에 정통한 증권가 관계자는 “최근 제약바이오 섹터 주가는 조정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글로벌 학회를 앞두고 기대감으로 올라섰다가도 가시적인 성과가 없으면 다시 내려가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면서도 “행사에 참가하는 기업들 상당수는 이미 신약개발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언제라도 글로벌 제약사와 라이선스아웃(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할 가능성이 높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다”라고 설명했다.

덧붙여 “다만, 투자자들은 파이프라인과 기술수출에 대한 맹목적인 환상보다는 임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네거티브적인 요소와 기술이전 시 계약금 등 신약의 상업화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인 시각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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