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틸제파티드 허가신청, 데이터 충분…연내 무난한 승인 예상
문제는 급여…자사 선발제품 트루리시티-경쟁제품 오젬픽 얽힌 구조

▲ 유토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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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디코파마뉴스=최원석 기자] 당뇨병과 비만 치료 분야에서 세계적 시선을 모으고 있는 일라이 릴리의 틸제파티드(미국 제품명 마운자로)가 국내 상륙을 예고하고 있다.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허가신청이 이뤄진 만큼, 시판승인이 가시권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번 허가심사는 글로벌 허가 임상에 한국인이 포함된 당뇨병 치료제에 한정돼 있지만, 허가를 획득한다면 시장 판도를 충분히 흔들 수 있다는 평가다. 공개된 데이터에 따르면 허가는 무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허가 이후에는 국민건강보험 적용에 대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틸제파티드의 약가가 기존 GLP-1 수용체 작용제 기전의 당뇨병 치료제에 비해 크게 높고, 경쟁제품 또한 얽혀있는 상황이다.

≫ 국내 GLP-1 시장 장악 트루리시티, 급여 이후 급성장

현재 국내에서 판매되고 있는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한 GLP-1 수용체 작용제 기전의 치료제 시장은 릴리의 트루리시티(성분명 둘라글루타이드)가 독주하고 있다.

앞서 2010년 허가된 노보 노디스크의 빅토자(성분명 리라글루티드)가 있지만, 트루리시티의 등장 이후 시장에서 자취를 감춘 모습이다. 매일 투여해야 하는 빅토자와 달리 주 1회 투여인 트루리시티의 장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노보 노디스크는 빅토자에 인슐린을 복합한 줄토피(성분명 인슐린데글리덱/리라글루티드)를 출시했지만, 시장 영향력은 크지 않다.

반면 트루리시티는 2015년 국내 시판 허가를 획득하고 2016년 건보 급여권에 진입한 뒤 급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 기준으로 트루리시티는 지난해 3분기 158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이는 2021년 3분기 129억 원 대비 22.3% 성장한 규모다. 2020년 3분기 매출액은 110억 원이었다.

2021년 연간 매출이 499억 원이었던 만큼 2022년 연간 매출은 500억 원을 훌쩍 넘길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트루리시티의 표준용량인 0.75mg 보험상한가는 1만9,226원이다. 연간(52주) 사용하기 위해서는 99만9,752원이 들어간다. 국민건강보험이 적용되기 때문에 환자의 본인부담금은 훨씬 낮다.

해외에서 지속적해 대두되는 GLP-1 유사체 작용제의 비용효과성 논란에서 국내 사정은 다소 빗겨서 있다. 문제는 향후 GLP-1 유사체 작용제 시장에 진입하기 위한 신약 입장에서 트루리시티의 약가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점이다.

≫ 트루리시티 넘어야하는 오젬픽, 뒤에서 기다리는 틸제파티드

현재 쟁점이 되고 있는 치료제는 노보 노디스크의 오젬픽(성분명 세마글루티드)이다. 오젬픽은 GLP-1 유사체 작용제 기전의 제2형 당뇨병 치료제로서 지난 2017년 미국식품의약국(FDA) 허가를 획득한 뒤 지난해 국내 허가도 획득했다.

다만 아직까지 시장에서 오젬픽의 영향은 미미하다. 국민건강보험 급여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급여를 위해서는 국내 환자에게 트루리시티와의 비용 대비 효과를 입증해야 하는데, 이 경우 오젬픽의 약가를 회사 측이 원하는 만큼 책정받기 힘든 상황이다.

효과만을 비교했을 때의 데이터는 있다. 트루리시티와 별도의 직접비교 임상을 통해 우월성을 입증했기 때문이다.

메트포르민으로 혈당이 조절되지 않는 제2형 당뇨병 환자 1,201명을 대상으로 오젬픽과 트루리시티를 직접 비교한 SUSTAIN-7 임상 결과다.

연구 결과, 투여 40주차에 당화혈색소 감소율에서 오젬픽은 1.5%로 트루리시티의 1.1% 대비 우수했다. 체중 변화에서도 오젬픽은 4.6kg으로 트루리시티의 2.3kg 보다 효과적이었다.

≫ 오젬픽도 어려운 급여 약가 설정…오젬픽 비교우위 틸제파티드까지

하지만 이 결과를 두고 트루리시티 보다 얼마나 더 높은 보험상한가를 책정할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다. 정부와 노보 노디스크의 입장이 평행선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는 노보 노디스크가 지난해 5월 국내 허가를 획득한 경구용 GLP-1 수용체 작용제인 리벨서스(성분명 세마글루티드)도 마찬가지다. 리벨서스 역시 트루리시티와의 직접 비교에서 우월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틸제파티드까지 등장한다면 GLP-1 수용체 작용제 기전의 신약 급여 상황은 더욱 복잡해진다.

틸제파티드는 트루리시티와 직접비교에서 우월성을 확인한 오젬픽과 직접비교를 통해 우월성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오젬픽이 어느 정도 수준에서 급여권에 진입하느냐는 틸제파티드의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틸제파티드의 오젬픽 직접비교 임상은 SURPASS-2 연구다. 메트포르민으로 치료받고 있는 제2형 당뇨병 환자 1,879명이 참여한 이 연구는 틸제파티드 용량별(5mg·10mg·15mg) 3종과 오젬픽 1mg 투여군(허가 기준 최대용량)으로 나눠 진행했다.

연구 결과, 40주차 혈당 변화에서 틸제파티드 3가지 용량 모두에서 오젬픽을 넘어선 것.

세부적으로 틸제파티드 5mg군은 2.09%, 10mg군 2.37%, 15mg군은 2.46%의 혈당 감소를 보였으며, 오젬픽 1mg군은 1.86% 감소에 그쳤다. A1c 7% 미만 달성률 또한 틸제파티드 5mg군 85%, 10mg군 89%, 15mg군 92%, 오젬픽 1mg군 81%였다.

체중 변화는 틸제파티드 5mg군 7.8kg, 10mg군 10.3kg, 15mg군 12.4kg가 각각 감소했으며, 오젬픽 1mg군의 체중 감소는 6.2kg이었다.

틸제파티드의 국내 허가가 다가오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트루리시티, 트루리시티를 뛰어넘은 오젬픽과 리벨서스, 그리고 틸제파티드까지 복잡하게 얽힌 GLP-1 기전 신약 급여협상에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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