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관 협력 기반 전폭적 육성·지원책…국부창출과 보건안보 전제조건
지난 6년, 인프라 구축과 에너지 축적 시기…“퀀텀점프 시기 곧 올 것”

▲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

[메디코파마뉴스=이효인 기자] 임기 만료를 앞둔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제약 주권을 역설하며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촉구했다.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그 중요성을 절감하게 된 보건 안보를 지켜내고, 글로벌 무대에서 제약 강국의 위상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민관의 유기적인 협력 관계가 반드시 전제돼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재환기 시킨 것이다. 상당 부분 답보 상태에 머물러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 지원·육성책이 본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해달라고 사실상 압박을 가한 모양새인데 정부가 이에 적극적으로 화답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이 지난 30일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제약 주권 확립, 제약 강국 도약의 지상 과제를 완수하기 위해 협회와 267개 회원사 모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원 회장은 “제약 주권 확립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기필코 달성해야 할 제약 강국 도약의 초석”이라며 “원료의약품, 백신 등의 낮은 자급률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블록버스터 의약품과 글로벌 빅파마의 탄생 등 제약강국이 되겠노라 말하는 것은 모래 위에 성을 짓겠다는 것과 같다”고 지적했다.

특히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제약 주권의 토대를 탄탄하게 구축하는 것이야말로 대한민국을 넘어 글로벌 무대에서 세계적 제약바이오그룹과 당당하게 경쟁해 국부를 창출하는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을 왜 지원·육성해야 하는지 이 과정에서 정부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여러 지표와 사례를 들며 조목조목 설명했다.

제약바이오협회에 따르면 세계 의약품 시장 규모는 2022년 1,630조 원에서 2028년 2,307조 원으로 연평균 6%가 성장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를 이끄는 핵심 산업인 반도체 시장(740조 원)의 3배에 달하는 규모다. 원 회장이 차세대 국가 신성장 동력으로서 제약바이오 산업의 중요성을 임기 내내 정부에 역설한 이유다.

더불어 코로나19를 계기로 급부상한 보건 안보 확립 차원에서도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 제고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경제적인 부분을 넘어 국민의 생명과 건강에 직결되는 산업이라는 것.

원 회장은 “코로나19 백신·치료제 연구개발을 위한 초고속 작전에 14조 원을 투입한 미국은 최근 바이오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필수의약품 생산 역량 강화, 공급망 다변화 등에도 2조 7,000억 원을 투입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중국은 건강중국 2030과 중국제조 2025를 통해 2030년까지 바이오 산업 규모 1,800조 원 달성을 목표로 설정했고, 일본은 바이오전략 2030 수립 및 범정부 연구개발 컨트롤타워 AMED를 설치하고, 지난 5년간 제약바이오 R&D에 8조 원을 투입했다”면서 “팬데믹을 거치면서 탈세계화, 자국 우선 중심 기조가 강화되면서 세계 주요국은 보건 안보를 지켜내기 위해 제약바이오 육성 경쟁을 본격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원 회장이 세계 주요국의 제약바이오 지원·육성 지원책을 재차 언급한 데는 윤석열 정부가 제시한 청사진이나 산업계의 요구사항 등이 아직까지 현장에 반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우회적으로 지적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이날 기자회견 말미에 ▲제약주권 확립 최우선 국정 과제 선정 ▲필수·원료의약품·백신 자급률 높이기 위한 약가 우대 정책 ▲상용화 가능성 큰 임상 2·3상 정부 R&D 투자 집중 ▲국내 등재 신약 보상체계 개선 ▲제약바이오혁신위원회 조속 설치 등 그간 협회가 지속적으로 요구해 온 사안이 정부 건의사항으로 다시 한번 제시됐다.

아울러 원 회장은 고금리, 고환율, 저성장 등 3대 악재에 직면해 있는 산업계가 위기를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대안으로 오픈이노베이션을 제안하고, 경색돼 있는 투자 환경이 개선될 때까지 최대한 버텨줄 것을 당부했다.

원 회장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지금의 상황이 변별력 있게 투자할 수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는 만큼 유망한 프로젝트를 선정, 전략적 투자를 고려해 볼 수 있다고 본다”며 “특히 안정적인 캐시카우를 보유한 기업들이 기술력을 갖춘 바이오벤처와 협업을 추진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으로서 지난 6년간의 임기를 마무리하는 소회도 밝혔다.

원 회장은 “그동안 실질적으로 성과가 도출된 사례가 많지는 않지만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한 과정에서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고 본다”며 “국내 제약바이오산업에 대한 국민과 정부, 산업계의 인식이 바뀌었는데 이 부분들이 생각에 그치지 않고 상당 부분 실행해 옮겨졌다는 게 피부로 느껴지는 변화”라고 짚었다.

이어 “제약바이오협회에 몸담고 있던 지난 6년은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의 인프라를 구축하고, 에너지를 축적하는 시기였다”며 “지금은 물을 끓이기 위해 한참 가열을 하는 과정인데 100도에 도달하기까지 온도가 올라가는 모습은 실질적으로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조만간 성과들이 하나 둘씩 나오면서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계의 생태계와 우리나라의 생활 환경 패턴이 크게 달라질 것은 물론 이러한 힘들이 합쳐져 퀀텀점프하는 시기가 반드시 찾아올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메디코파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